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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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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2]


BY 선유 2010-07-01

                                                              [ 2 ]

 

 

   "등꽃이 아롱지게 피어있어 너무 예뻐...."

혼잣말처럼 윤주가 뇌까렸다.

승민은 자색 등꽃의 향을 긴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며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저 향기가 내 향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윤주는 벌써 마당에서 배구시합을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시선을 주며, 약간 더듬듯이 말을했다.

  "승민아,  있다 학교 끝나고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  거기 있잖아... 두리분식 거기 정말 맛있다. 너 먹어봤어?"

  "응, 그래"

금방 점심을 먹고도 또 먹을 타령을 하는 윤주가 우스워서,  승민은 짧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승민은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쪽을 무심히 쳐다보았다.  식사가 끝난 송과장과 파란색점퍼가 같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승민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멀어서  자신의 시선을 보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혼을 파고 드는 듯한  눈빛을 들킬것만 같았다.

옆에 있는 윤주는 이내 배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살피며 구경하며 깔깔거렸다. 

 맞은편 벤취에 앉아있는 언니들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편을 갈라 응원을 했다.  몇몇 아이들은 탈의실에 들락날락거리고 있고, 경비원들은 문밖으로 나와 배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저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한쪽귀퉁이에선 조장언니와 사무여직원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모두 활기차고 정겨운 모습들로 비춰졌다. 

 승민은 햇볕이 드리운  한낮인데도 왠지 손끝이 아렸다.   추위를 많이 타서 더욱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여물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바람끝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배구팀에 합류한 파란점퍼를 본 순간 승민의 가슴에는 확 불꽃이 솟는듯 하더니 온몸이 화끈거리며 얼굴이 달아 올랐다.  깔깔거리며 웃고 있던 윤주가 파란점퍼를 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승민을 쳐다 보았다.  얼굴이 달아 올라 두 뺨에 손바닥을 올리고 있던 승민은 윤주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버렸다.   윤주는 벌개진 승민의 얼굴을 못 본 척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깔깔거리며 배구 시합을 보는척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진정을 찾은 승민은 일부러 배구시합이 아닌 배드민턴 치는 언니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시간은 어느덧 12시50분을 가리키고  배구시합은 무승으로 끝났다.  두팀 모두 화이팅을 외치

며 시합을 파하고  각자의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민과 윤주는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포장반을 경유하다 켄베이어가 길게 놓여진 끄트머리 벽쪽에 포장반 남녀 조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승민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 곁눈질로 살펴 보았다.  여자 조장은 벽에 기대어 서있고,  남자 조장은 스타킹을 신은 여자의 발을 애무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뭔가 애잔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모습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스쳐지나가듯 보여진 그들의 행위가 한 컷의 그림이 되어 승민의 뇌리에 꽂혔다.   승민은 바느질을 하는 내내 그 모습이 떠올라 미칠것만 같았다.   젊은 남녀의 그런 애정행각을 처음 목격한 승민은 어쩐지 시궁창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이 들게했다.  소설책에서 사랑하는 남녀가 키스를 했다라고 했을때도 그냥 문자적으로만 읽고 지나쳤던,  승민은 포장반 남녀 조장의 그 모습은 순수한 남녀의 사랑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왠지 저속하고 피하고 싶은 이상야릇한 느낌을 갖게했다.   그리고 승민의 마음속에 있었던 몇사람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승민은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착각에 빠졌다.  분명 그들을 마음에 두었을때는 그 사람이 전부인것처럼 그들의 말과 행동 그들의 모든것을 쫓아  시선이 머물렀다.   그 감정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폭포수에 휘말려서 때로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승민은 자신의 감정속에서만 살다간 그들의 잔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은 분명 승민의 감정을 들 쑤셨고,  만남에 대한 행복감과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되고 또 주지 않아도 되는 관계지만,  온맘을 열어놓고 한 영혼영혼을 바라보고 느끼게 해주었다.  승민은 파란점퍼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그런 감정인것을 안다.  그리고 그가 또한 승민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도....  그러나 승민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랑하고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또 조장언니의 시선이 승민에게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