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생수등 무거운 물건을 반품할 때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32

****


BY 황영선 2007-03-20

 "쉿! 조용히 하라니까, 진구씨 이리와봐 안아보게."

 그런 민정이 낯설었다.

 섹스를 할 때마다 민정의 몸은 어찌나 오그라들었던지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님이 깨신다며 몸을 사렸고, 소희를 가진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말하며 피임을 강요했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이리와 누워."

 애처럽기까지 한 민정의 눈과 마주쳤다.

 "왜?"
 "왜는? 우리가 나쁜 짓 하는 거야? 부부니까, 당연히 사랑해야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분홍색 잠옷 속의 민정이 추워서 약간 떨었다. 간절한 민정의 눈빛은 거역하기 힘든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자 잠옷  벗고 와서 누워. 스탠드 꺼지마. 그냥 밝은데서 진구씨 눈을 보고 싶어."

 내일은 해가 어느 쪽에서 떴는지 기상청에다 알아봐야겠다.

 "언젠 어두운 게 좋다며?"
 부끄럼이 많았던 민정은 여간해서는 불 빛 아래에서의 섹스를 허락하지 않았다.

 진구는 아내의 몸이 얼마나 근사한지 알고 있었다.

 소희가 생긴 그날, 민정은 모텔에서 옷을 스스로 벗고 다가왔었는데, 그녀의 몸은 그날 도 고왔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라니 세월이 빠르긴 한데, 왜 이리 또 세월이 천천히 지나가는지 알 길이 없다.

 진구는 민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그날처럼 아내의 북드러운 살결에서 은은한 비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민정의 벗은 몸처럼 그녀의 그런 말투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피임은?"
 아참! 진구는 스탠드 불빛이 비치는 반대편에 같은 색의 장롱과 함께 나란히 자리를 잠고 있는 흰색 5단 서럽장 하단에 들어 있는 일주일 전에 처음 뜯어 사용하고 남은 남성용 피임기구 생각이 났다.

 상반신을 일으켰다. 민정이 이불 밑에서 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손을 꺼내 차가워져 가는 진구의 벗은 팔을 잡았다.

 "됐어."

 민정이 잘라 말했다.

 "애 생긴다고 걱정할 땐 언제고."

 민정을 위해 매번 피임기구를 사용하던 그 일이 번거롭고 귀찮았지만 소희가 생긴 뒤로 민정이  "늘 겨울 같아," 라는 지난 세월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 떠올라 그녀가 하자는 대로 순순히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

 "걱정마. 애 안 생겨. 다 계산해 봤어. 나 하루 종일 시간 많아."

 피임기구로도 모자라 민정은 습관처럼 임신기간인지 아닌지를 따졌다.

 어쩌면 가게의 난로 옆에서 하루 종일 손님용 등받이 없는 파란색 의자에 앉아 탁상용 달력을 보며, 또 열심히 계산했을 것이다.

 민정은 그전부터 달력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어 그가 물으면 "계산해. 소희 동생 생기면 큰일 이야." 그렇게 대답했다.

 "알았다. 내일은 서쪽에서 해뜨겠다."

 영문을 모르겠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지 꼭 확인해야겠다고 다시 진구는 마음 먹었다.

 "오늘이지."

 민정이 정정해 준다.

 "그래 , 오늘,"

<4편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