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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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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은경(1~1)


BY 황영선 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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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하나에서 출발한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이렇게 해서 삶이 이루어진다.

 나는 사실 사람들의 핸드와 네일과 여자들의 속눈썹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그 버릇이 아마 내 직업이 되었을 것이다.

 직업에서인지 천성적으로 그 일을 좋아해서 직업이 된 건지는 잘 알지 못한 채, 내 작은 일터 '라스베스스'를 오전 10시에 오픈하고 오후 9시경에 클로즈한다.

 지하철 출입구에 있는 내 라스베가스는 사람들 눈에 잘 띄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곳 라스베가스에서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보내는 나는, 올해 스물여덟 먹은 아직 아이가 없는 결혼한 여자다.

 내 이름은 송은경이다.

 내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내 이름이 깜찍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 직업만큼이나 내 이름도 끔찍이 싫어한다.

 은경이 아니고, 차라리 은주나 은지나 그도 아니면 우리 엄마 이름처럼 자자가 들어 간 은자였으면 좋겠다.

 그런 이름이면 더 분위기 있을 것 같고 아예 한국을 상징하는 자자가 들어 간 이름이었더라면 차라리 좀 더 깊이가 있는 이름일 것 같아서다.

 '은경'이라니 이름을 풀이하자면 은으로 된 거울인가?

 은으로 된 서울인가?

 깨지기 쉽단 말인가?

 그도 아니면 절대 깨지지  않는단 말인가?

 반짝이는 서울 같다는 말인가?

 아니면 은의 가치만큼 내 이름이나 내 자신도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내 이름처럼 내 일도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나는 그래서 샵을 오픈할 대 은경이라고 가게 상호를 짓자는 주위사람들의 말을 뿌리치고 '라스베가스네일'이라고 지었다.

 얼마나 근사한가?

 '라스베가스의 그녀'

 '라스베가스' 그리고 '라스베가스의 그녀'라고 사람들은 내 샵과 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내 명함에는 내 이름 송은경이 없다. 그저 라스베가스라고 적혀 있고, 가게의 유선전화 번호정도를 적었다. 굳이 모빌폰 번호를 적을 이유가 없었다.

 스물여덟 , 한국의 서울여자인 나는 사생활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나를 사랑하는 그가 아니면 절대, 함부로, 모빌폰 번호를 알려 주지 않는다.

 내가 1년 정도 공부하고(어학연수는 아니어서 유창한 영어는 안된다. 이 점이 가장 창피하다. 한 마디로 쪽팔리는 일이다.) 돌아 온 한국은 라스베가스만큼 근사한 곳은 아니었다.

 그곳 남자들의 잘 생긴 외모와 수려한 매너는 늘 나를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뜨렸는데, 한국의 남자들 심지어 내가 사랑하고 내가 선택한 어린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그 마저도 나를 실망시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한국의 남자들이라니.

 한 마디로 쯧쯧쯧!이다.

 그들은 여자들을 시켜먹지 못해 안달 떠는 족속들이다.

 아버지도, 오빠도, 남동생도 내게 물심부름을 시켰다.

 결혼 전에 말이다.

 라스베가스의 남자들은 그 곳에 1년 정도 머물렀던 유색인종인 나에게조차도 늘 신중하게 대했다.

 그들의 친절은 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아메리카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렇게 된 것 같았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내가 느낄 수 있는 친절함이야, 말로 해서 무엇하랴?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 친정 남자들 뿐이랴?

 그, 그 역시 마찬가지고, 그 마찬가지인 그의 이름은 이준호다.

 나는 그글 신랑이라고 하고 자기야 라고도 하고 그의 형한테는 동생은요 라고 말하고, 그의 어머니나 아버지한테는 그이가요라고 말하고, 그의 친구들 앞에서는 준호가요라고 부른다.

계속(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오늘은 박물관 갑니다.---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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