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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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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여인의 제2인생


BY 강미숙 2006-10-19

 

결혼식을 전통혼례로 마친 그녀는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남자쪽에서 신혼집 준비했다는 말만 믿고...

그런데 왠일인가? 남자는 자꾸만 그녀의 집의 에 관심을 둔다. 물론 애정없는 결혼이었으니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혼첫날인데 너무하지 않나?

도망가고 싶다...

 

2박3일을 남자는 술로 그녀는 그런 남자를 지켜본다. 신혼여행후, 부부는 친정을 먼저 들른다.

친정으로 들어가는 길은 드넓은 논길이다. 그 논길을 걸으며 무언가 가슴한켠이 뜨거워진다.

 

인생은 내것이 아니야. 태어난것도 내가 선택하지 않았듯이... 입술을 깨문다. 악착같이 예쁘게 살아보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이 남자 친정아버지한테는 무척 잘한다. 간 쓸개도 없다. 그런데 농사일만 아는 그녀의 아버지는 그냥 털털한 그남자의 성격이 마음에 든다. 성격좋은 남자, 어른을 공경하는 남자로 대만족이다. 그녀는 그냥 아버지를 보고 잘살겠다고 하며 걱정마시라고 이야기한다.

친정어머니는 그런 그녀의 등 뒤에서 눈물을 보인다. 철모르는 막내여동생은 새로 생긴 형부가 마냥 신기하다.

 

신혼집이라고 와보니 서울에 이런곳도 있구나 할정도의 단칸방이다. 물은 산 밑자락에 줄서서 가져와야 한단다. 남편은 술먹고 자고 있다. 월남에서 가져온 돈은 모두 형에게 주었다나? 그러면서 하는말 "니 내가족 무시하믄 쥑여뿐다 알것제?"

어안이 벙벙하다. 도대체 이 남자는 그녀인생의 무엇이란 말인가?

시어머니는 매일 온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는 3년 귀머거리에 3년 벙어리로 살란다. 그런 시어머니를 보며 남편은 "그치. 그치"로 대답한다.

 

친정은 아무것도 모르고 농사진것 자꾸 올려보낸다.

신혼집은 시댁에서 준비해놓겠다고 신경쓰지말라고 하기에 아무도 이런 집인줄을 몰랐다.

그 꼬장꼬장하던 친정아버지도 한번오더니 더이상 올라오지 않는다. 철마다 쌀에 과일에 밑반찬에 한보따리씩 여동생편에 올려보낸다. 한 번 다녀간 이후로 3일을 앓았단다. 그러게 나 시집안간다니까 아부지....

 

올라온 음식들은 먹어볼 수가 없다. 큰집, 작은집, 고모네, 어른먼저 맛봐야한다고 죄다 가져간다. 오늘도 물이 떨어졌구나... 지게를 진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술만 취하면 막무가내로 건드리더니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임신이다. 시어머니는 당신은 임신하고 더 일을 했다나 뭐라나~ 쉴 수가 없다.

친정아부지 땅팔아 돈 올려보낸다. 집한칸 장만하라구. 몰랐다.

돈이 온줄은...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전화가 편리하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오빠를 통해 남편에게 전달된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간것인가? 명절때 알았다.

올케가 물었다. 이사했냐고. "이사요?".

"아버님이 큰 돈 올려보냈는데, 고모 몰랐어요?"

이 인간 또 사고쳤구나. 시어머니와 남편은 술꾼이다. 외상갚느라고 서울 외곽에 들일을 다녀 갚았는데 그 돈도 홀라당하고 큰집 갖다주고 친구 퍼주고... 살 수가 없다.

 

남편가 다투었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 년이. 넌 도망못가. 넌 죽을때까지 나에게 필요한 존재야."

 

그러게 아부지 나 시집안간다고 했는데... 눈물만 쏟아진다. 도망갈수도 없다. 곧 산달이다.

 

아이를 낳았다. 딸이다. 그녀는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낳은지 3일째. 시어머니가 밥하란다. 미역국을 내 손으로 끓였는데 건더기가 없다.

"건방진것." 시어머니가 쏟아 붓는다. 부엌에서 찬밥뒤져 물을 말아먹었다.

아이를 보니 미래가 안보인다.

여동생이 첫조카를 보러 들렀다. 여동생은 나를 한심하게 본다. 그러다 울먹인다. 불쌍했나보다. 아이를 들쳐 안는다.

"엄마가 데리구 내려오래. 당분간 키워준다고" 어떻게 소식이 갔을까? 이웃주민이 불쌍해서 연락을 했나?

첫애는 그렇게 시골에서 7살까지 떨어져 살았다. 보고싶으면 그녀가 내려가보았다.

그 남자는 핑계김에 자꾸 돈을 가져왔다. 야금야금...

 

둘째가 생겼다. 두렵다.

태교가 뭔지도 모른다. 첫입덧을 하는데 그 남자 아이가 싫단다. 비쩍마른 그녀를 밀친다.

생명은 끈질기다. 여러차례 폭력을 당했지만 그녀는 10개월을 채우고 아이를 낳는다.

 

또 딸이다. 다행이다. 그 남자는 상관없다. 아들이 아니라고 이불에 넣고 죽이려한다.

울고불고 매달려본다. 이미 그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나도 이성을 잃었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운다. 아 인생이여!

 

첫아이를 시골에 보냈으나 차마 농사일하는 부모께 두아이를 부탁할 수는 없어 둘째는 업고 목이 뒤로 젖혀져 잘못될까봐 다시 머리를 그녀 목에 끈으로 두른다. 이렇게 해야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안전하게 등뒤에 붙어 있을수 있다. 그녀는 다시 들일을 나간다. 옥수수도 따고 흙도 일구고 그래봐야 손에 일당 몇 푼 받는다.

잘 숨겨둬야지. 걸리면 끝장이야. 부지런히 저녁하러 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돈에 집착을 한다. 남편은 무슨... 아이를 지키자.

 

그 사이 남편은 결국 큰 사고를 친다. 친정돈 다 끌어서 사업한다고 공장을 차린다. 무슨 자동차 부품회사라나? 푸하하. 웃음밖에 안나오는 그녀. 3년을 폼생폼사로 사업하다가 말아먹는다. 그 남자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알 수가 없다. 그녀는 그 남자의 뇌구조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그 남자에게 연민의 정마저 느껴지는 걸까? 그 남자가 한심해보이는게 아니라 불쌍해 보인다. 마치 불우한 이웃처럼~

 

그녀의 아버지는 결국 암으로 세상을 끝낸다. 마지막에 그녀는 병원앞에서 아버지 임종을 보지 못한다. 병원앞까지는 갔으나 차마 아버지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원망과 연민과 가슴아픔과 그 무엇들... 켠켠이 쌓여있는 아버지에 대한 무엇... 가슴이 답답하다.

망설이고 있는사이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내가 큰 애를 봐야하는데... 꼭 봤어야 했는데...."

동생들한테 그 얘기를 전해듣고 그녀는 주저앉았다.

형제들은 모두 큰 소리로 운다. 그녀는 크게 울 수가 없다. 친정에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큰 소리를 울 수 있는 자격조차 없어 그녀는 그렇게 소리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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