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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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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바람


BY 정자 2009-07-13

 어휴~~ 어쩜 옛날 그 모습하고 달라지지 않았네? 그랴? 

어떻게 그동안 잘들 지냈어?
니는 요즘  뭐 해?
여전히 말은 우리보다 더 많이하고 키가 우리보다 크듯이 목소리도
여전히 우리보다 더 크다.
같이 온 남자는 말 없이 옆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금방 산 새 옷인가 양복이 번쩍번쩍인다.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가 메뉴만 덜렁 주고 갔다.
우린 그 메뉴보나 마나 그냥 커피 달라고 했다.
" 아니..세상에 우리가 이런 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디?"
영숙이가 언니랑 같이 온 분은 누구시냐고 물었다.
" 응..저어기 김변호사셔? 니 일 도와 줄거야!"
" 뭐? 언니가 오시라구 한 거여?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잖어?"
" 야! 그럼 니가 뭘 알아서 그 어려운 일을 혼자 다 해 낼 수 있어? 엉?"
영숙언니 만나기 전 영숙이가 나보고 달 달 외우라던 그 대사 같은 말은 한 번도 사용 못했다. 나는 더 어리버리하게
속으로는 이젠 내가 위임장 열 장 받았다고 해도 별 효력이 없을 것이다 생각했었다.저렇게 으리으리하게 생긴 변호사가 옆에 턱하고  나란히 나타난 영숙언니의 기세등등한 목소리에 질려 버렸다.
" 그럼 언니는 이 일에 빠져두 되겠네? 그치?"
" 뭐? 지금 무슨 소리야?" 영숙이가 하는 말에 영숙언니가 소리친다.
아니 생각해 봐? 내가 분명히 그랫잖아? 난  잘 모르니까 여기 이 언니한테 내 인감과 위임장을 전부 줬으니까 우덜은 그냥 지켜만 보면 되는 거 아녀? 언니 안 그래? 아예 내 얼굴에 코를 갖다 붙인다. 얼른 아까 외우고 외우던 그 말 한마디를 하라는 거다. 이제부턴 제가 대신 나설께요?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신호를 영숙은 그렇게 꼬집듯이 나를 쳐다봤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니 당황스러웠다.
" 그럼 이 영숙씨가 이 분에게 왜 위임을 하셧나요?" 변호사가 그렇게 정중하게 묻는다.
" 왜긴 왜요? 제가 그 동안 별 별 일을 다 도맡아서 언니가 도와 준게 얼마나 많은디요? 나 그럴 때마다  식구들 같이 있다가도 다 도망 갔었는디. 이 언니가 그런 걸 뒷감당 해주고 사실 나에게 생명의 은인이여유!"
" 친 자매는 아니구요?" 뱐호사의 대답이다.너무 단호한 법적인 관계를 묻고 있었다.
아니 친 자매보다 더 한 사이가 있으면 좋겠단다 영숙이는 도장을 콱 찍듯이 단호하게 주장했다. 아무튼 이유 불문하고 나 이영숙은 이번 상속재산에 대한 일괄적인 대리인으로 위임한다고 서류를 쓴 것을 변호사에게 보였다. 서류를 아래 위로 살피더니
" 김 선희씨가 이 분 입니까?"
" 예 전데요"
변호사의 눈치가 이상하다  자꾸 영숙언니를 쳐다본다. 영숙언니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나 보다.
어찌  되었던 변호사가 이렇게 선임되었으니 나는 그걸로 끝난 것이라 생각 했었다. 별안간 갑자기 돌아 가신 당숙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 근디 재산이 모두 얼마나 되요?" 나도 그제야 처음 물었다.
영숙언니가 목에 사래가 걸렸나 갑자기 재채기를 한다.
휴지를 찾더니 눈에 눈물을 닦는다.그러면서 또 나를 힐금거리며 눈치를 보는 지 처음과 당당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 아 예,,정확한 액수는 아니지만 아마 기 백억은 됩니다"
" 뭐 뭐라구요?" 묻던 나는 입이 딱 벌어지고 영숙은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뒤로 넘어질 까 봐 얼른 나는 작은 쇼파를 등에 대 주었다.
" 전혀 모르셨나요?" 몰랐다고 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영숙은 그 동안 친정이라면 노이로제에
가까운 정신병을 달고 다니다 시피 그 만큼 가족에 대한 배려도 사랑도 전혀 남들 하는 애기로 알고 살았었다. 하물며 먼 친척이 얼마나 돈이 많거나 잘 나가는 집안이거나 따위엔 전혀 관계없이 살았기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 난데없이 전혀 관계없는 남보다 더 못한 그 친정에 갖고 있던 감정은 모두 병이라고 생각한 적이 더 많았었는데.
" 그럼 이 번 재산 상속에 당숙모가 계시는데 왜 영숙이가 상속자가 되었나요?"
" 아! 예 그 분이 상속을 포기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연락이 안 됩니다"
" 아니 기 천만원도 아니고 기 십억도 아니고 기 백억인디 그걸 상속포기를 했다니요?
가면 갈 수록 영숙언니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나의 질문에 하늘 보고 옆으로 보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돌변한다. 말만 없다.변호사도 대답은 간단하다. 연락이 안되고 상속을 포기하는 의사를 법원에 제출하여서 이 재산에 권리는 이미 상실 되었다고 한다. 법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애기지만 엄연히 자식 낳고 기르면서 호적에 등재된 배우자의 권리는 그렇게 간단하게 상실된 몫은 아니다. 눈으로 목격하지 않아서 그 가정에 아무리 법적인 효력이 먼저 세워진다고 해도 사람사는데 그렇게 정리가 되고 삭제가 간단치 않다.
이해가 되질 않으니 나도 말도 안되는 상황을 자꾸 머릿속에서 뱅뱅돈다.
상속포기를 하셨다면 제대로 법원에 제출 해야 할 서류도 만만하지 않았을테고 그 많은 재산을 전부 포기하고 얻을 것이 또 다른 것이 있었다면 모를까 한 두가지 의혹이 자꾸 혹이 불거지듯이 생겼다.
" 우선은 이 영숙씨의 위임장과 인감을  김 선희씨에게 간 서류를 저를 주셔야 합니다. 상속을 받으시려면 서류일체를 전부 법원에 제출하셔야 합니다."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었다. 몇 천 만원이라도 할 지 말지 할 이런 일에 이런 많은 재산을 두고 위임장을 주네 마네는 너무 어려운 일을 앞 당기는 것이다. 드라마나 소설처럼 누가 힘들고 어려울 때 슈퍼맨처럼 위기가 오면 짠하고 나타나 도와주거나 아니면 키다리아저씨처럼 뒤에서 도와주는 후원자들에게 받는다면 진짜 고맙습니다 하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작 그렇게 고생하고 힘들고 사네 죽네 할 때는 먼 친척보다 더한 친정이 그 동안 처세한 애길 한다면 이런 어마어마한 일은 영숙에게 덮치는 산사태 같은 재해같다는  생각에 잠시만 잠시만 미룬 내 생각에 영숙이를 화장실에 데리고 갔다.
" 언니가 하자는 데로 할 께? 나 왜 이렇게 무서운 지 모르겟어?"
영숙은 나를 잡고 떨었다. 그녀가 잡은 손때문에 나도 같이 떨렸다.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 이런 일을 누가 예고나 해줬으면 무슨 대처를 준비 했을텐데.빌어먹을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상영되는 예고편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 날에 특히 내가 영숙의 재산 상속권에 대한 위임을 받은 대리인은 감당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 야 야..나 아무래도 이번 일 빠져야 겠다. 그 대신 니가 변호사를 다른 사람을 사라?"
" 언니? 내가 돈이 어딨어?" 영숙이는 눈만 크게 뜬다.
제발 제발 나 좀 살려 줘라?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당숙 어른 얼굴도 기억이 안나 ? 그 정도로 아무상관 없이 살았는데
웬 돈을 그렇게 많이 준다고 해도 무섭기만 하다구?
 이거 참 난감하다. 그렇기는 그렇다. 본인이 어떤 목돈을 바래서 차곡차곡 적금을 만기되어 찾는 기분과 벼락을 맞아 너무 쎈 전류로 죽기도 하는 돈벼락에 누가 헤헤대고 나 얼른 주셔유 하는 간 큰 사람 여간해 선 나오기 힘들 것이다. 꿈이라도 몇 번 꾸고 큰 부자는 하늘에서 내 준다는 속담도 있지만 내가 잘아는 영숙은 일수 돈 꾸러 다니면서 몇 천 원이라도 이자 더 싼 거 없냐고 박박 따져가면서 살았던 여자다. 그런데 이런 여자에게 말도 안되는 엄청난 해일같은 재앙을 상속받으라고 서류 달라는 말은 엄청난 대사건이었다.화장실에서 둘이 티격태격을 하는데
로비에서 기다리던 영숙언니가 화장실로 들어 온다.
" 그런 께 얼른 서류를 김변호사에게 줘라? 니가 다 감당하기가 힘들까봐 언니가 일부러 모시고 온 거 아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한다. 그냥 두 눈 딱감고 서류만 넘겨주면 김 변호사가 잘 봐 줄 거란다.서울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란다. 이 자리도 안 오신다는 것을 일부러 어렵게 모시고 왔는데, 시간이 없다고 자꾸 재촉을 한다.  당장 서류를 주지 않으면 얼마든지 뺏어 갈 수도 있는 영숙언니였다. 자신의 남편이 외도를 했다고 현장검열 한다네 그 년 머리칼을 자른다고 가위를 들고 다니더니 남편 자지를 짤라  죽인다고 덤비던 그 얼굴이 또 기억 나는데 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자리를 영숙이는 내 뒤에 숨듯이 그랬다.                                                                                                                 
 "언니가 알아서 혀!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영숙은 거의 우는 소리로 흐느꼈다. 내가 보기에도 영숙은 돈보다 더 무서운 영숙언니의 눈빛이었을 것이다. 여자의 우는 소리는 참 기분이 묘하다. 아무때나 우는 여자는 이 세상에 누굴까? 이렇게 내 등 뒤애서 우는 영숙을 보고 나는 어디서 그런 말이 갑자기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 저어기 언니? 우선 다시 만나요? 변호사님한테 미안하다고 하시고 ?"                                          
 " 왜? 야 ! 우리가 심심해서 이 먼데까지 오냐? 또 만나고 말구 뭐 있어?" 영숙언니는 아예 영숙이의 팔을 잡는다. 어디로든 데리고 가서 다시 말을 한 번 더 하자는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 손 놓으라고 했다. 이제부터 내가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 다시 전화 할테니 그 때 보자고 했다.영숙언니의 눈이 옆으로 길게 가늘어진다.
" 그럼 언제 할 건데?"
" 날짜도 그 때 다시 전화를 드리죠?"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저음으로 낮게 깔았다. 그 때에 영숙언니도 움찔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해도 될 일이고 급하게 서두른다면 우리가 할 일이지 왜 언니가  급하게 나서느냐고 한 마디 쏴 붙였다.
" 그야 영숙이가 그 동안 얼마나 고생했었냐? 니두 잘 알잖아?"
잘 안다. 너무 잘 알아서 나두 이렇게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누가 그렇게 힘 들 땐 한 번이라도 전화 한 통화라도 해서 서로 위로 한 번 해 준 것을 내가 봤다면 언니한테라도 내가 받은 위임장을 지금 인계해 주고 싶다. 그러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친척한테 그런 어마어마한 재산 나 물려 달라고 한 적은 한 번 도 없었다. 그렇게 힘들 때  단 돈 만원 한 장이 없어 나에게 돈을 꾸러 오고 나도 힘들어   너무 힘들어 같이  부둥켜 안고 울어 눈이 퉁퉁 부어서 그런 적은 있었다. 자다가도 돈 벼락을 맞고 죽어도 한이 없을 거라고! , 돈 벌어서 그 원수같은 친정 앞에서  떵떵거리며 산다고 집 짓는다고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황당하고 얼토당토 않은 상속은 전혀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가 할 일은 우선 당숙어른의 호구조사부터 할 것이다. 돌아가신 사람은 말이 없다치고 살아 계신 당숙모는   아무리 백번 상속포기를 했다쳐도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 그럼 내 것이니 덥석 잡을 만큼 큰 간도  꼬일 밸도 없다고 했다. 영숙언니는  나에게 명한 한 장 준다. 내 말을 다 듣고 난 후 말 없이 준 그 명함에  말 한 마디 없는 건지 못 한건지 그럼 연락하라고 하고 우리보다 먼저 호텔로비를 빠져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숙은 또 꺼이 꺼이 차가 지붕이 널러가나 안 날아가나 실험 중인가  또 울었다. 좀 조용히 울라고 타이르고 싶어도 내 몫까지 울라고 그냥 내버려 뒀다. 세상 그 고생 고생 하던 끝에 얻은 낙이라면 실컷 우는 거라고 해도 시원섭섭하다.
" 언니! 내 말이 맞지? 저 인간들 무슨 짓을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여?"
울다가 코를 팽 풀면서 한 마디 하고 울던 눈물 찍어내며 또 코를 킁킁 푼다.
이혼한다고 영숙이가 연두를 등에 업혀서 터덜터덜 걸었던 골목까지 오는데  그제야 늦은 여름 해가 흐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