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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BY 정자 2007-06-30

아침이 오면 나는 눈을 뜨는 줄 알았다.

늘 그러는 줄 알고 있는 상식처럼.

 

상식은 답이 꼭 하나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답을 모른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고 늘 위로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먼저 아침보다 먼저 눈을 뜨고

접시시계처럼 벽에 붙은 벽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놀랄 일도 아닌데.

공포영화를 보면 부지 불식간에 험하게 덤벼오는 습격을 상상했다.

 

경찰서 앞에서 성호엄마를 업고 뛰던 성호아빠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똑딱 똑딱  각색해서 벽을 두둘기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인 체면에 남의 이목에 걸맞는 결혼을 하기 위해

남자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현대다.

 

이런 시대에 한 여자의 슬픈 인생을 희생물로 반드시 요구하고 남음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 줄로 알고 살게 마련이다.

 

늘 아침은 나보다 먼저 오는 것임을 알고 잇는 것처럼.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안그러면 나도 그런 부류와 다를 바 없으니.

시간을 보니 아직 너무 이른 신 새벽이다.

 

그래도 조금 있으면 영숙이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자꾸 내 목에 감겼다.

 

아침은 또 다른 세계다.

당신은 오늘 뭘 할 것이요? 하고 묻는 질문자의  자유가 있는 공간이다.

 

여차저차해서 성호와 연두를 나에게 몇 칠 보내주세요...

왜 그러냐고 하면 그냥 애덜이 보고 싶네요 말도 하고

그렇게 애들 오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서

영숙에게 보이고 주고 싶은 생각은 아침에 퍼뜩 떠오른다.

 

무슨 사변이라도 나듯이 획 등돌린 사정때문에 애들은 무차별 감정폭팔선에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펄떡대는 것은 차마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다. 내 책임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이래 저래 산 자락 하나를 휘돌아 흐르는 작은 개울가를 다 돌 무렵

바지 주머니에서 또 부웅 부웅 손전화가 떤다.

 

나는 얼른 발신번호를 살폈다.

못 본 전화다.

 

" 여보세요?"

" 언니? 오늘 오지마라.."

 

 상상 할 수가 없다. 오늘 내려가기 위해서 골똘하게 집중한 것은 그런 것은 짐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 왜?"

" 언니..내가 올라갈 께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

 

그래 그래..그게 순서다..나는 모르게 나오는 그 말들이 또 목넘김을 하고 있다.

 

" 야..그럼 내가 성호아빠한테 부탁할까..애덜 모두 우리집에 보내 달라고..내가 보고 싶다고 하구? 응?"

나는 재촉했다. 그런 순서라면 얼른 무대에 올려야 하는 차례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

 

" 그래두 괜찮을까?"

 

 염려말어..너 오늘 당장 우리집에 와라 ... 내가 성호아빠한테 니 애기는 안하고 우리 애덜이 같이 놀자고 한다고 무조건 내가 데려 가겠다고 하면 된다구? 니 오늘 올거지? 응?

 

나는 무조건 오라고 했다. 니가 안와도 연두랑 성호는 내가 하루나 이틀 데리고 있을거라고 했다. 영숙은 한 참후 말했다. 목소리가 이미 물기에 절었다.

 

" 언니 지금 출발하면 아마 저녁이 다 될거야..내가 점심때 전화할께..."

" 응. 알았어...나 지금 성호아빠한테 전화 할 거다. 기다릴 께"

 

전화 통신음이 띠익 띠익해도 나는 한참 그 전화를 들고 있었다.

개인의 역사 속에서 또 한 번 등장인물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면

이럴 때 무슨 대사가 필요할까.

 

얼떨떨한  내 얼굴을 본 남편이 그런다.

아침부터 왜 그리 얼이 나간거여? 뭔 꿈을 잘 못 꿨어?

 

산책 후에 되레 정신이 멀쩡해야 하는데.

정 반대다.

 

당신 성호아빠한테 전화 좀 해줘?

남편은 의아한 얼굴이다.

탐탁치 않은 상대에게 전화를 하라는 것은 나의 편리를 위해서다.

 

왜그러는 데? 남편은 묻는다.  

응..연두하고 성호를 한 참 못 봤잖어..그냥 애덜이 보고 싶네...

 

그래...

남편은 나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난 아무렇지 않게 내 손전화에 있는 번호를 찾아서 발신을 했다.

신호가 간다.

 

남편에게 줬다. 전화를 받았나 보다.

저기 나 우영아빠요...

 

상대가 누군인 지 알거다.

애덜은 잘 지내고 있지라?

 

남편은 인사치레도 한다.

근디 우영엄마가 애덜이 보고 싶다는디...

 

한 참통화를 하더니 얼굴이 밝지가 않다.

알았다고 한다. 그러곤 전화를 끊었다.

 

언제 오래? 나는 물었다.

야..연두가 많이 아픈가 보다...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디...

 

" 뭐? 어느병원에 왜 어디가 아프다는 데?"

" 아! 참 그걸 안 물어봤네..이거 다시 전화해야 되겄다."

 

또 남편은 전화를 들었다.

나는  남편에게 손전화를 달라고 했다. 내가 할 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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