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의 고요라 했던가.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세찬과 함께 출근한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던건 교무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과 무릎꿇고 손들고 있는 자신의 학생들.
" 니들 여기서 뭐해?"
"선생니~임....."
애처롭게 지원을 부르는 소연이.
"서선생님, 저좀 봅시다."
지원은 교감선생님을 따라 갔다.
" 흠, 흠 서선생님 학생들 관리좀 잘 하셔야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 어제 선생님반 애들이 나이트에 갔다 최선생님께 들켰던 모양입니다."
" 네~에?"
지원이 여태 가본적이 없는 곳엘 반학생들이 벌써 드나들다니...
" 이번은 처음이라 넘어가지만, 다음번에도 이러면 곤란합니다."
" 예, 잘알겠습니다."
지원은 교감실에서 나와, 반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지원의 기죽은 모습에 교감을 비롯한 몇몇의 선생님들이 알 수 없는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드르륵'
지원은 가지고 온 출석부로 교탁을 힘껏 내리쳤다.
순간 교실분위기가 쏴 해졌다.
" 니들!!!!!!!
도대체 니들 나이가 몇인데 벌써 그런델 들락거려?
보호자도 없이 갈 수 있는거야?
다음에, 기말고사 끝나면 선생님이 데리고 갈테니까 그때 까진 절대 가기 없기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는 듯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참후에야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 와 ~~~~~ "
" 선생님 진짜죠? 나중에 딴말 하기 없기에요."
" 선.생.님.따랑해요!!!!!!!"
지원과 아이들의 반응에 세찬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 지금 엄청난 실언 한거 알아요? 이 애들이 어떤 애들인줄 아시면 아마도 선생님 자신의 혓바닥을 뽑고 싶어할지도 몰라요.'
그랬다.
지금 지원의 반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
교직생활이 처음인 지원인 당연히 모르겠지만, 같은 재단에서 근무 하는 선생님들은 이미
그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전에 그들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터.
중학교때 각반의 문제아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고의적으로 지원을 그곳의 담임으로 앉혀놓은 것이었다.
제풀에 나가떨어지길 기대하면서.....
이미, 세찬도 초등학교때부터 그 아이들과 함께 한 터라 자신의 반에 어떤아이들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 지원아, 밥먹자."
지원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자,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미역국을 비롯한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 우와, 내가 젤 좋아하는 미역국 있네. 오늘 누구 생일인가?!"
"헐, 서지원. 너 진짜 몰라서 묻는 말?"
지운이 미역국을 한수저 뜨면서 물었다.
" 혹시 오빠생일? 어라 아닌데, 오빤 봄인데.
그럼 큰오빤가? 큰오빤 겨울인데.....
혹시 엄~마?"
가족의 생일을 못챙겼다는 죄책감에 지원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 뭐라고? 우하하핫."
" 아이고, 쟤가 뭐라는 거라니, 지운아?"
가족들의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리고, 병원일때문에 항상 바쁜 지섭이 식탁밑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꾸러미를 지원에게 내밀었다.
" 서지원, 생일축하해!"
" 큭큭큭, 지원아 나도."
" 우리지원이, 이제 다 컸네."
오빠들의 선물과 부모님들의 축하말로 지원은 오늘이 바로 자신의 생일임을 알았다.
곧 감동의 눈물이 주루룩.
" 앙, 고마워 "
지원은 일어나서 아빠의 목을 확 끌어안은뒤
" 아빠, 사랑해."
그런다음에, 엄마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 엄마, 나 낳아줘서 정말 고마워."
" 나도, 우리 지원이가 엄마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 이그, 서지원 클려면 아직도 멀었다."
짖궂은 지운의 말에 지원은 지운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 뭐?"
" 작은 오빤 왜 빈손이야?"
" 어쭈, 방금전까지만해도 누구 생일이었는 지도 몰랐으면서."
"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인데 빈손이냐?"
"어휴, 암튼 알아줘야 한다니까.
자, 여깄다."
" 참, 지원아 오늘 방학아니니?"
" 응, 오늘 마지막 기말시험 끝내고 바로 방학식 할거야."
" 야, 지원인 좋겠다. 놀면서 월급도 받고 말야.
나도 진작에 교사생활 할 걸 그랬다."
" 쳇, 작은오빠도 참나. 방학 일주일 하고 보충 들어간단 말야.
오빤 에어컨 작동하는 시원한 데서 일하지만,
어휴 난. 생각만 해도 덥다 더워.
이럴 줄 알았으면 나야말로 사시공부할걸 그랬다 뭐."
" 뭐라고? 야 너 사시가 만만한줄 아냐?"
" 쳇, 작은오빠가 붙었을 정도면 나야 뭐......"
" 뭐라곳? 이게 정말 말이면 다인줄 알지"
" 큭큭큭...."
" 호호홋...."
" 얘들아, 그러다 다들 지각하겠다. 어서들 밥 먹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운은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원과 함께 출근길을 나섰다.
오늘 하루만 나가면, 처음 맞이하는 방학이었다.
지원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자신이 두달전에 내뱉은 말은 까마득히 잊어버린채.
" 얘들아!
너무너무 수고 많았어. 드디어 오늘부터 여름방학이 시작이다."
"우와와와~~~~"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들 좋니? 후훗 나도 좋단다.'
아이들의 흥분을 방학을 맞이해서 좋은거라 해석한 지원은 이어서 말했다.
" 일주일뒤엔 보충 있는 거 알지?
이건, 방학동안 과제물이야. 방학이라고 놀지만 말고, 알았지?
무슨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연락해.
자, 일주일뒤에 보자.
반장."
" 우~~~~~~~~ "
" 선생님, 너무한거 아녜요?"
갑자기 아이들의 원성이 들려왔다.
" 니들 왜들 그런다니?"
" 선생니~임, 기말고사 끝나면, 저희들 나이트 델꼬 간다고 하셨잖아요."
헐, 세상에!
깜빡잊었었다.
그리고, 그땐 몰랐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들의 실체를..........
지원의 뜨악한 표장에 세찬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지원의 표정은 자신의 혓바닥을 빼내어 버리고 싶은 그런 표정 아닌가 말이다.
이른시간이라, 반아이들 전체랑 같이 점심을 먹고, 롯데월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원은 넘 신기했다.
처음 가본 놀이동산.
자신이 한 약속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따라오긴 했어도 제일 신나 하는 건
바로 지원이었다.
" 꺄아악, 내려줘요. 엄마~~~~"
놀이기구를 타면서 가장 큰소리로 괴성을 지르고,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을 질질 짜고.
학교에서 벗어난 지원은 선생님이란 타이틀도 같이 벗어난 듯.
지원네 반 학생들은 지원의 이런 모습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어이 없는 ,
또 자신들보다 더 즐거워 하는 지원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같이 즐거워졌다.
소풍도 아닌데, 이렇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번씩
그들을 쳐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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