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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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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식


BY 정자 2009-08-27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식당하나 차리면 그게 전부 다 되는 줄 알았다.

이건 그게 아니라 산 넘어 강 건너가면 첩첩산중이었다.

 

폐업이 된 다방에  가보니

식당을 할 그릇이 아니라 맨 간장종지보다 작은 커피 잔이 전부였다.

가스도 하나만 덜렁 있고, 꺼멓게 그을린 스텐 주전자만 떡하니 가스렌지 위에 올려 져 있었다. 바닥에  쥐들이 놀다가 간 자국인지 천장에선 이미 거미들이 집을 지어 주렁주렁 늘어진 거미줄이 촘촘하다 못해 하얗다. 사람들이 살다가 떠나버린 자리가 온전한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중요한 건 식탁과 의자인데 시골다방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푹신한 소파에 그것도  달랑 두 개의 식탁만 남았고, 전 주인이 쓸 만한 것은 골라서 가져 간 것 같았다.

주방쪽에 붙은 수도를 틀어 봤더니 물이 안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기모터를 아예 떼어 가 버렸다. 전깃줄도 계량기도 떼어가버렸다. 하긴 시골에 수도가 설치 될 리도 없지만  그러니까 막자언니는 빈 껍질만 덥석 인수받은 것이다.

 떠벌이 아줌마는 돌아다니면서 고개를 둘레둘레 흔들며 혀를 끌끌 찼다 .

말로서 할 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어떻게 이런 가게를 놔두고 도망갔냐고 허이구, 모터 새로 달아야 물 나와야 장사하는데 이거 모터 값은 얼마나 하나 그릇은 얼마나 많이 사야 하나 가면 갈수록 골치가 아픈 가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리신다. 덜렁 나와 마주한 막자언니는 눈은 커서 송아지가 눈 껌벅거리는 속도만큼 말도 느리다. 거기다 말도 잘 하지 못하는 순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막한 것은 더 할 건데.

 

" 영은아? 우리 집에 가서 모터 떼어오자, 그리구 그릇도 있는 것 다 갖고 오자?"

" 언니는 집에 안가? 살림을 이 쪽으로 다 옮기면 어떡해?"

 이름처럼 언니는 막가는 무대포다. 막무가내식으로 몰아 부치는데 다섯 여자들 집에서 우선 당장 밥그릇만 빼놓고 몽땅 자리 옮기고 모터 달고 물 트니 콸콸 잘 나온다. 막자언니가 물을 마시더니 이 물이 약수라고 했다.

“어떻게 알어?”

“ 물 맛이 달어!”

“참 내 물이 단 것도 있남?”

“ 아녀 .. 이런 물로 음식하면 디게 맛난다...그려...그럼 우린 물을 잘 만난 거여...이런 물에는 장국이나 국시가 딱이다!”

“.국수가?”

 

 사실 막자언니는 우리들 중에 음식솜씨가 제일이었다. 아이를 못 낳아서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데도 혼자 사는 여자의 음식솜씨가 아니었다. 내 짐작으로  어디 종가집 맏며느리 뺨치는 수준에 맛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 했다.

 " 그럼 우리 아예 국수 장사만 하는 겨?'

 

 문제는 광고도 한 번 못하고 개업식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다.

전단지라도 한 번 돌리려고 광고 집에 알아보니 그것도 비싸고, 누가 일일이 집집마다 돌리고  개업 떡은 그냥 해주는 곳이 있나 모두 돈이 부족하니 그림의 떡인 행사들이었다.

 

 그런데 큰 언니로서 막자언니는  나에게 시장에 같이 가잔다. 나와 둘을 더 포함해서 간 곳이 국수공장이었다. 다행히 그 공장은 삼십년 넘게 오로지 국수만 제조해서 파는 공장인데, 공장보다는 규모가 작고 가게와 같이 달린 방앗간이 집이었다. 국수를 뽑아서 햇볕 좋은 날은 길거리에 길게 기저귀처럼 하얗게 말리던 공장이었다.

 

 큰엄마와 잘 아는 공장장이 우리가 식당을 차린다는  얘기를 듣고 국수 몇 박스를 외상으로 받아왔다.

또 시장에 가서 큰 엄마는 건어물 파는 집에 갔다.

"북어 대가리만 한 포대 얼마여? "

그 당시 명태껍데기는 개밥이라고 그냥 준 시절인데, 북어대가리만 따로 파는 곳은 없었다. 가게안에 작업장이 따로 있는 집인데. 명태에 노가리에 북어에 황태며 그런 것들을 따로 따로 분류를 하는 작업장에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상태 안 좋은 것부터 모두 주워 왔다. 주워 가도 그들은 오히려 쓰레기 치워 가는 것과 똑같이 생각 했었다.

 

 우리 동네에 걸쳐져 있었던 무쇠 솥도 가게로 이동하더니, 장작을 때기 시작 하는데 큰 엄마는 보통 불을 다루는 게 아니었다. 가스 불 일단 이단 삼단 구분하듯이 불세기를 조절 하는데 우리는 연신 놀랐다. 생긴데로 말한다면 그냥 막하는 것처럼 일을 하실 것 같은데 언니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근디..언니.. 국수 삶아 놓고 손님이 안 오면 워쩐대? ”

“뭘 워쪄? 우리끼리 먹다가 남으면 근처 어른들 모시고 개업 떡 못 돌렸으니께 국수 한 그릇씩 말아드리면 되지?”

“ 돈도 안 받고?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떠벌이 아줌마가 나 선다.

“ 니는 개업한다고 개업떡도 돈 받고 파냐? 

”그러네... 그럼 지금 오시라 구 할까 모두들!“

“이 국시장국이 한 오십 명은 되니께 얼마든지 오시라구 혀?” 막자언니가 그 말을 하고보니

 " 어디 광고비도 안 나가고, 괜히 눈만 헤벌죽 하게 뒤집어 놓으면 뭐하냐. 입이 간사스러워서 맘도 월매나 변죽인 디. 그니께 전단지 돌리는 돈으로 동네 어른들 떡처럼 국수를 맛뵈기 한다는 거지? 그챠 언니?"

 떠벌이 아줌마는 눈빛이 확 틀려 졌다. 나를 끌고 어디로 가는데

“ 아 지금 어디 가는 겨?”

“ 여기 이장을 만나야 방송을 해야 될 거 아닌가?”

“ 근디 난 말만 하면 욕이 먼저 튀어나온 게. 특히 남정네들 보면 자동이라니 께. 그려서 니가 가서 방송 한 번 때려주면 국수 두 그릇 준다고 혀라?

괜히 떠벌이 아줌마가 가서 말씀 드린다고 하다가 또 싸움 날 것 같으니 우선 내가 조신하게 잘 좀 말씀을 드리라고 하시는 거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야 싸울 것도 아니지만 떠벌이 아뭄마는 이상하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은 시비부터 거는 게 특기라면 특기였다.

 

 이장님은 할아버지였다.

“ 어디서 오셨소.?

“ 저기요 김막자싸롱에서 왔는디유?”

“ 뭔 ~~ 롱이라?”

 “ 저기유 오늘 가게 개업을 했는데 동네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국수도 잡수시라고 방송 좀 쪼까 빌렸으면 하는데유.?”

“ 응 그려? 근디 가게 이름이 뭐라고? ”

“ 아! 예!”

 기껏 할아버지 이장님 눈에 잘 뵈이고 잘 들리라고 귀에 대고 김막자 싸롱입니다.

“ 식당이 아니고 메롱이라고?” 이장 할아버지에겐 싸롱이라는 말이 어렵긴 어려우셨나보다.

아녀유..그니께 김막자싸롱! 한 번 따라 해보셔유...

"응 응..알아 들었어.!" 할아버지 이장님은 그렇게 마이크를 잡고 광고를 해 줬다.

“주민 여러분 요 앞 사거리 다방 하던 자리에서 식당을 개시 했다고 하니 국수를 대접한다고 하니 께 꼭 오시기 바랍니다. 두 번은 말하기가 그런 께 옛날 사거리 다방으로 오슈유! 이상입니다. 끝!” 

한 번 더 해 쭸으면 더 좋을 테데. 딱 한번만 하고 끝이라고 하니 우리 다시 재촉을 했다.

 

 아따 소리도 우렁차다! 근디 이장 할아버지는 김막자 싸롱은 한 번도 애길 안 하셨다. 떠벌이 아줌마는 또 한 번 하라고 나에게 자꾸 옆구리를 찌른다.  한 번에 다 아 불어야 된다니께 자꾸 그러시는데 이장 할아버지는 알아서 다 잘 갈텐데 뭘 또 하라고 하냐고 역정이시다. 당신은 두 번 이상 방송 한 번 한 적이 없으시다 면서 손을 두 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든다. 우린  여러 소리 .못하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다가  방송을 듣고 한 분 두 분 할머니 할아버지, 애들.. 식당 입구에 들어오는데 떠벌이 아줌마가 어서 오셔유...저기 아가씨, 총각님들... 시방 뭔소리여..아 우리집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아가씨. 총각이라고 불러 드려유..와요? 별로 안 좋아요?

“ 안 좋긴! 디게 기분이 좋네. 근디 김막자가 거기여?

“ 아..예 우리집 댓방 언니라요”

“ 무슨 식당이 싸롱이여?” 수염이 반백으로 세신 한 할아버지가 우리 가게 간판을 여섯시 오 분전의 모습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 좀 특이하라고 그렇게 붙인 거유? 안 잊어 먹겠쥬?”

떠벌이 아줌마가 그렇게 자세히 간판이름에 대해서 설명하니까 진짜 그렇다고 하신다.

 

 국수가 나오고 잡수시는데 이상하게 말씀이 없다. 국물까지 후룩 후룩 마시는 소리는 나고 조금 더 줘 이러시는데 말씀이 없다. 어디서 식당을 하고 왔남...이장 할아버지가 묻는다. 아녀요..우덜은..이 집 잘 되겄어.

“ 다방을 차려 동네 흐지부지 이상하게 해서 내가 못하게 했는데. 맛이 아주 좋아. 근디 내가 올 때마다 총각이라고 불러 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