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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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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남자


BY 정자 2006-08-18

 

' 야야~~ 영은인가?"

" 어!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이구 난리 나부렀다. 가게가 폭삭 주저 앉아버려 가지고 얘 네들 몽땅 병원에 실려 가버렸다.

“아니 왜요? ”

“ 아! 글씨 어떤 미친놈이 차로 식당을 박살 내부렸다. 니 빨리 막자네 가게 가봐라! 내는 병원에 가 볼 테니?”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더니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육 개월 장사를 하는 동안 동네 새참이며, 계모임에, 청년회모임 하는 날까지 두루두루 꿰차며 장사를 했는데, 워낙 막자언니의 음식솜씨가 좋아 나 빼고도 네 명의 아줌마들은 아주 신이 나던 때. 음주운전에 초보운전자가 김막자싸롱에 정면으로 진입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가보니 간판부터 현관문이며 안에 있던 의자가 모두 뒤로 밀려나 있고, 멀쩡한 게 하나도 없었다. 현관문이 나무문짝이라서 힘없이 부서져 형체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미사일공격을 당한 거 마냥 되었으니 육이오도 이렇 치는  않았을 거다. 아수라장이 된 식당에서 거기에 막자언니와  떠벌이 아줌마는 차에 밀리는 의자에 앉은 바람에 벽에 부딪쳐 팔 부러지고 다리골절상 입고 다른 아줌마들은 다행히 뒤뜰에 있어서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다.

 

 

 응급실에 가보니 이미 처치가 끝나고 입원실에 이동을 했다. 내가 들어서니 떠벌이 아줌마가 날 잡고 운다.

“ 시상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살았다고 했는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럴 거라고 뭐이 이런 일이 다 있다냐? 우덜이 길바닥에서 장사한 것도 아닌데 ? 그 미친 차가  덤벼드는 게 미친 황소가 꼭 그 짝이여?

“ 디게 아프쥬?

 “ 응 . 지금은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 게 아무래도 심장도 부러진 거 아녀? 이거?”

 

 옆에 있는 막자언니는 길게 누워 오른쪽 다리가 대롱대롱 천장에 매달렸다.

대퇴골에 골반까지 골절에 탈퇴에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막자언니는 믿기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다. 둘 다 팔에 다리에 깁스를 두르고 누워 버렸으니  간병인이 필요한데 막자언니나 떠벌이 아줌마나 가족이 없다. 세월에 부대끼다 먹고 사는 거에 매달리다보니 안부조차 오가는 가족들이 귀찮을 정도의 부나방의 삶을 가진 여인네들이었다.  오가는 것도 없는 순전히 혼자 사는 여자들에게 이런 일은 사고에 더한 설움을 추가한다.  가해자와 합의하에 간병인을 조건에 두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간병인도 밤이면 퇴근하고 아침에는 출근하니 비어 있는 시간에 할 수없이 내 몫이었다. 애들도 다 데리고 와서 복작복작하니 성질 급한 멀대 아줌마도 대신 해 준다고 하더니 긴 간병인 아무나 하냐고 자긴 다른 사람 사서 두고 온다고 그러신다.

 

 입원실은 사 인실 이었는데, 입원실에 들어가는 입구에 큰 화환이 보였다. 리본도 묶여 있지 않고 갖가지의 꽃다발로 묶여져 바구니에 담겨져 온 꽃이었는데. 우리는 잘 못 온 것인 줄 알고 이거 누구 거냐고 다른 환자에게 물었다. 그제야 막자언니가   내거여! 하신다.

 이틀에 한 번씩 죽이며, 통닭이며, 야식들이 배달이 오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먹었는데. 가족이 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누가 막자언니에게 이렇게 보내줄까 하며 떠벌이 아줌마와 나는 음모를 꾸미듯이 수군수군 거렸다. 진짜 궁금했다. 나와 떠벌이 아줌마는 누구일까 궁금하여 이 궁리 저 궁리 하면서 말 좀 들어 보려고 하면 막자언니는 말을 않는다. 원체 말도 느리게 하지만 입도 무거우니 우리도 더 이상 캐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히 국화꽃이 막 피려고 하는 화분에, 언젠가 속옷까지 찬찬히 싸서 택배가 오니 그 병실에서 막자언니는 완전히 공주님이시다. 떠벌이 아줌마는 이젠 아예 빨리 불라고. 어떤 놈 꼬셨어? 안 그래도 팔 부러져 열 받는데, 언니가 거기에다 왕소금으로 염장 지른다고. 서방 없는 것은 내 다 아는데. 도대체 워 떤 남자여? 뭐 죄지은 게 있다고 직접 오지는 못하고 날이면 날마다 꽃에 빤쓰가 날아 오냐? 형사계장이 꼭 피의자 조사하듯이 닦달을 했지만 요지부동 이었다. 어르기도 하고 윽박질러 눈 크게 뜨고 주먹을 쥐고 아무리 막장언니 앞에서 기어코 그 대답을 들으려고 했지만 그제야  막자언니가 웃는다.

“ 니가 알아서 뭐에 써 먹을 려고? ”

“써먹긴 내가 글 몰라서 이 고생하고 있는 거 언니가 더 잘 알면서. 근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디 이렇게 정성이여? 빨리 좀 말혀 봐? ” 아주 사정하듯이 재촉을 했었다. 

 

 그래도 언니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이야 짐작하지만 언니는 말을 못한 것 같다. 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해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못 낳고는 결혼 해봐야 아는 건데, 그럼 한 번 결혼 하여 아이를 갖지 못하니 그래서 시집에서 소박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도 했다. 입을 안 열어 도대체 무슨 애인인지 아닌지 전혀 모르고 있던 중에  퇴원 할 무렵에 나도 떠벌이 아줌마도 없을 때 막자 언니를 찾아온 남자를 봤다고 옆에 입원한 환자 말을 들었다. 말쑥한 신사라고 했다. 그 때 병실엔 언니 혼자였는데 그 남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오더란다. 그래서 얼른 비켜주었는데 남자가 한 참후에 울면서 나가더란다. 그게 끝이다. 다른 말은 없고? 막자언니도 울은 것 같다고 한다.

“ 어휴~~ 그 때 봤어야 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때 그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어 던 것을 보니 막자언니가 최후통첩을 한 게 분명했다. 사실 당장 그 문제의 신사보다 부서진 식당이 골치였다. 다 부서진 식당에 가보면 그렇게 이고 지고 갖다가 매단 간판도 그릇이며 모든 집기류도 모두 고뮬상에 팔아도 팔릴 까 싶었다.

초보에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근처 방앗간  주인이었다. 가끔 국수를 참으로 인부들에게 시켜서 단골인 손님이였는데. 본인 말로는 참 재수없이 차가 브레이크 파열로 그렇게 식당으로 들어 온 것이라고 했다.

면허 딴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그래도 경력은 십년이 넘어간다고 하는데

떠벌이 아줌마가 그래서 남의 가게에 그렇게 무식하게 들어가라고 면허 주는 데서  가르쳐 줬냐고 길길이 난리시다.

 

우리 죽으면 누가 죽었나 하고 부주금 챙겨 줄 사람 없다고 사람 무시한다고 하며 욕은 빼놓지도 않고 말끝마다 붙이니 방앗간 주인은 몸을 어디에 둘지 안절 부절이다.

 그래서 합의 조건이 하루매상부터 시설이 모두 망가져 다시 해야 되는데 간판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분명히 식당이 부서졌는데 두 동강 난 간판에 김막..자 싸롱으로 띄어쓰기처럼 분질러 진 것이다. 글자 값 이 만원 때문에 구두 가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붙여진 그 간판을 방앗간 주인은 전혀 모를 테고, 떠벌이 아줌마는 그나마 잘 붙어 장사 잘 되가는 식당 말아먹을 거냐며 워떡 할 거 유~~ 하고 묻고, 그릇이며 찌그러진 밥통들을 들고 다니며. 또 시방 이걸 워쩌 자고 그러는 겨? 하고 따라 다니니 방앗간 주인이 모든 시설을 다시 해주겠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은 표정이다. 그제야 떠벌이 아줌마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럼 당장 해 줘 유~ 안 그럼 끝 날 때까지  쫒아 다닐 테니 께.

 

 방앗간 아저씨는 설레 벌레 여기 저기 전화를 하고 집기류는 우리들보고 알아서 구입하라고 현금으로 이 백 만원을 준다. 떠벌이 아줌마는 그거 가지고 택도 없다고 했더니 나머지는 다시 주겠다고 하며 우선은 장사 할 려면 얼른 시설을 다시 해야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 말을 듣더니 느닷없이 매출장부 뒷장을 북 찢더니

“요즘은 말로 하는 게 아니고 글로 학실이 해야 뒷말이 없는 겨! 영은아 이 아저씨 그대로 말 옮겨 놔라? 긍께 지금 이백만원은 그릇 값이고. 그 나머지 거는 언제 줄거유?” 방앗간 아저씨는 뒷주머니에 손수건을 꺼내더니 이마 한 번 닦고 얼굴 다 닦고 하는 말이

“낼 모레 견적 나오는 데로 드릴께유 ”한다. 나보고 적으라니 안 쓰면 혼 날테고 거기에다 아저씨 오른손 엄지에 떠벌이 아줌마 빨간 립스틱을 쓰윽 칠하더니 찍으란다. 뻘건 지문이 확실히 찍어 보이니 약속이 선명하게 보이나 그제야 떠벌이 아줌니가 그런다.

“그나저나  마누라는 사고 친 거 알아 유?”그 말을 듣던 방앗간  아저씨는 별거 다 걱정해준다는 얼굴이다.

 

 조금 있으니 방앗간 아저씨가 느닷없이 간판이름을 대면서 간판 집과 통화를 하는데. 김 막자 싸롱이여 사롱이여 하며 서로 글자가지고 티격태격하는데 아무래도 어차피 간판을 새로 짜야 한다며 우리에게 글자가 어떤 거냐고 확인한다. 우리는 얼떨결에 그 비싼 간판을 새로 하는데, 돈 이 만원 아끼자고 붙인 싸롱이 이젠 소용이 없어진 거 아니냐고 떠벌이 아줌마한테 애기하니까, 한 참 궁리를 한다.

“ 아저씨 쪼께 기둘리라고 해 봐유?” 이러더니 날 끌고  뒤뜰로 간다.

 “ 영은아! 니 가든이 뭔 줄 아나? ”

“ 가든? ”

“ 아! 그려 요즘은 식당보다도 가든이 유행이라는데.우덜도 이 참에 새 간판에 이름도 새 거로 해야 되잖아.근디 가든이 뭔 뜻이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다. 어쩌자고 다 허물어져 가는 식당을 부서지게 해가지고 사실 다시 짓는 거랑 별 반 다를 게 없는데, 싸롱 보다는 가든이 낫겠다 싶었다.

 

 떠벌이 아줌마가 이름은 그대로 하고, 싸롱은 빼고 대신에 가든으로 해달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한다. 그제야 방앗간 아저씨가 그런다.

“근디 아줌니가 김 막자여유?”

아저씨가 그러니 떠벌이 아줌마가 소리를 빽 질른다.

“ 지금 김 막자 언니는 지금 병원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놨잖아유? 아저씨가 !” 그제야 얼굴 벌개져서 홍당무 된 아저씨 대답

“아! 그랬쥬우~~~!”

  이래서 김막자싸롱은 간판이 내리고 김막자 가든으로 다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