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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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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BY 정자 2006-08-02

다방도 아니고 식당을 하는데 뭔 가게 이름이 확 뜨냐고, 광고 카피라이터들은 그런 것 때문에 밤새 지 머릿털 쥐어뜯는다는데. 대신 큰 엄마 머리카락 세어 본다고 해도 답이 그렇게 툭 튀어 나오냐고 나도 싫은 한 소리 했었다. 그 이름 때문에 팔자도 열 두번 바뀌고 운명적이네 벼락 맞아 죽을 운이 따로 있다는 작명에 내가 한 소리 한다는 것은 당연했다.

 

 하루라도 당장 급하니께 빨리 제목을 달아야 개업을 할 거 아니냐고 재촉하니 나의 머릿속은  더 캄캄한 한 밤중이 되었다.

" 안 보이는디..조금 기둘려 봐유,,, 다방겸 식당을 한다는 겨... 그럼 뭔 식당이라고 해야 되는데, 큰 엄마 이름이 뭐여?"

 

뜬금없이 느닷 없이 큰 엄마이름을 묻자 모두 큰 엄마로 시선 집중이다.

큰 엄마는

" 김 막자인디?" 별 힘도 없이 막자라고 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들 뒤로 나자빠져 배꼽잡고 흐흐흐!!! 어우 어우 하고 떠벌이 아줌마는 기둥을 잡고 배가 아픈가 허리도 못 핀다. 웃느라고 수습이 안되는데, 그제야 큰 엄마 한마디 더 하신다.

" 원래는 끝자인디..울 외삼촌이 면사무소에 가다가 중간에 친구를 만나가지고 막걸리 먹다가 부랴 부랴 내달려서 면서기한테 이름을 댈려니께 내 이름을 잊어먹었댜아... 내가 다섯번째 딸인디 그려 생각 안난다니께 인자 딸은 마감하자 뜻으로 면서기가 지어준 거여..이래봐도 난 면서기가 지어준 이름인디. 왜들 그런디아..참 내!"

 

눈물까지 찔금거리며 웃으시던 떠벌이 아줌마가 막자식당으로 하잔다. 이건 잊어버리지 못하고 까먹으면 그건 빙신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들의 큰 엄마 식당은 김막자 식당으로 만장일치로 개업을 하게 되었다.


때는 우중충하고  습기가 버짐처럼 허옇게 번지는 장마철에

싫어도 좋아도 식당을 개업해야 하는데. 이름짓고 보니 원래 전 간판이 문제였다.

제목도 시골다방이고, 진짜 가보니 시골에서 한 참 외진 읍단위 소재였다. 사거리에서 한 참 밀려난 구석자리에 덜렁 간판만 크게 걸린 모양을 보니 절로 한 숨이 나왔다.

그런 곳에 또 김막자 식당 간판을 달자고 하니 좀 체 자신감이 영 생기지 않았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이름이 너무 튀어서 오던 손님도 그냥 갈 것 같은 막나가자는 뜻으로 잘 못 읽어 낼 것 같은 우리들의 말 못한 우려도 있긴 있었다.

 이상한 건 그 당시 테레비에서도 라디오에서도 뭘 몰아내자! 뭘 막자! 또 ~~ 뭘 부숴 버리자며 현수막이 걸리고 거리에서 툭하면 집회다 뭐다 시위를 하는 통에 뭐 눈에 뭐 밖에 안 보인다고 하더니 우린 모두 언니 이름만 보였다.

떠벌이 아줌마는 이건 횡재 한거다.

" 시상에 가게 이름 광고 낼려면 월매나 비싼 줄 아냐?"

광고 할 때 잽싸게 가게를 열어야 한다며 서둘러 대었는데 아무래도 김막자 식당은  너무 촌스럽다고 했더니

 "야! 니 어디 서울에서 상경해가지고 가게 여냐? 지금 우덜이 어디로 가는데.?"

 

하긴 그렇다고 했다.도무지 어떤 제목으로도 동네 분위기게 어울리고 만만하게 다시 간판을 만들자니 더 막막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고유브랜드를 한 번 선택하면 안 바뀐다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한게 식당이 아닌 왜 싸롱으로 됐냐면 이게 다 그 간판이 문제였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있을 땐 간판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그것도 크기에 따라서 , 전기다마가 달리냐 아니냐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글자 수 데로 가격을 받는다고 해서 앞에 성을 빼니 이거 무슨 데모하는 슬로건하고 똑같고

붙이자니 돈을 더 달라고 하고. 글자대로 하면 크기도 더 길어야하고 그 만큼 간판가격도 더 늘었다. 그렇다고 김식당 세자로 확 줄이니 떠벌이 아줌마나 멀대 아줌마는 그만 김이 팍 새서 곧 망할 것 같다느니 별 별 희안한 말만 하셨다.

큰 엄마와 나를 비롯해서 다섯 여자들은 머리가 뱅뱅 돌았다.

풍부하게 자기돈을 갖고 식당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떼인 돈대신 인수 받은 식당이라 우리는 빈털터리였다. 큰 엄마는 그냥 하자고 하는데 하는 김에 제대로 해야 한다고 떠벌이 아줌마는 더 오기가 난다고

"니미 시~이벌. 어떤 놈은 글자 팔아 돈 벌고 우리는 꼭 밥팔아서 돈 벌끼다아!" 하며 나에게 무슨 수 없겠냐고 눈에 힘을 꽉 준다. 나도 눈에 힘을 주고 머릿속에 쥐가 날 정도로 생각을 하고 싶은데 머리만 딩딩 아프기만 하다.

 그런데 마침 구두수선하는 아저씨가 큰 엄마집에 놀러 오셨다. 이 아저씨는 동네가 생긴지 초창기부터  터줏대감으로 자칭 동네 소식통이라고 하시는 분이다. 가끔 큰엄마네 마루에 앉아서 쉬다가 가시고 우리 애들보고 과자 사먹으라고 과자값을 주곤 하셨다. 뭐하냐고 내 커피한 잔 마시러 왔다며 청모자를 벗으시며 어깨를 툭툭 털고 들어오시면서 하시는 말이

"무슨 소식 못 들었나? "

" 왜유 무신 일이 있어유?"

" 어! 저 구두가게 인제 안 한단다.그려서 간판 내려 달라고 하는데. 도와줄 사람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그 소식에 난 번쩍 생각이 난 것이다. 그 간판을 재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퍼뜩 지나치는 것이다.

 

" 아저씨 제가 도와 드릴께요. 대신에 그 간판 우리가 써도 되남유?"

" 뭐 할려고?"

" 아~~ 우리가 가게 냈어요. 그려서 간판을 쓸려구요"

 

 여자 세 명만 모여도 접시가 아니라 온동네 절단 나던 시절이었다. 못할 게 뭐있고 나쁜 짓 아니면 뭐든지 해낼 여전사들인데, 우리들은 가볍게 간판을 이고지고 간판쟁이한테 갖다 주었다.

그런데 구두가게 이름을 다 지우고 글씨를 코팅할려니 00싸롱이라는 데. 난 왜 구두가게 이름이 싸롱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아! 그니께 김막자식당으로 글짜만 바꾸면 간판값은 냅두고 글짜 한 개당 얼마여라?"

간판주인도 어리벙벙한가 보다. 한 떼거리로 몰아 온 여자들이야 그렇다치고. 이름이 김막자라는 말에 웃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누가 김막자인디유? " 그것만 자꾸 물었다.

 

" 긍께 글자 다섯개면 얼마에 해 줄 거예유?"

" 오만원은 되는디..."

 

 뭐이 이렇게 비싸냐고 또 가격흥정을 하는데 그 때 내 눈빛에 턱 걸린 한글 "싸롱"은 그냥 써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어로 살롱이라고 했으면 더 기막힌 식당이름이 돨텐데 그래도 한글로 쓴 싸롱은 다행이다 싶었다.

 "아저씨 그냥 김막자만 써줘유.. 그럼 삼만원이면 되쥬?"

 얼결에 가격을 깍자고 흥정하다 결국 김막자 싸롱은 그렇게 간판을 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