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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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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를 먹는 사나이


BY 부르스 킴 2005-10-04

"윤호야 ~이리와봐"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던 기성은 회전의자를 돌려 스케치에 열중하고 있는 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급하게 불러댔다.

기성은 윤호의 이상한 점을 잊은채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호도 별다른 생각없이 기성의 호출에 하던 작업을 멈추고 기성이 있는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호가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성의 컴퓨터는 한줄 한줄씩 가로줄이 쳐지면서 점점 끓는 소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기성은 아차 하는 생각에 다급하게 윤호를 쳐다보고 멈추라고 지시했으나 이미 기성의 컴퓨터는 검정색 화면으로 숨을 죽인채 멈춰져 있었다. 기성은 멈췄진 화면을 보고 할말을 잃은 듯 입만 버리고 있었다.

윤호 역시 아무 말도 못하고 기성의 행동에 주목한채 처분만 기다리는 죄인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적막이 얼마나 흐른지 모른다. 그저 정적만이 있는 듯한 착각속에 그렇게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말문을 연건 윤호였다.

"죄송해요! 선배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는 윤호의 음성을 듣고 그제서야 기성은 정신을 차렸는지 윤호를 돌렸다 봤다.

"아니다 내가 급한 마음에 널 잠시 잊고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불렀으니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윤호는 두손을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선배님! 제가 주의를 못한게 잘못이죠. 선배님! 잘못 아닙니다."

기성은 심여를 기우려 밤샘작업한 일을 한순간에 눈앞에서 모두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채 윤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윤호는 어릴적 번개맞은 이후 부터 특이한 체질로 변모해 갔다.

윤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그런 농삿꾼의 아들로 삼남 일녀중 차남으로 태어나 농번기 때마다 하기 싫은 농삿일을 아버지와 형에 이끌여 들녘으로 나가곤 했다.

한여름이었다. 짙은 구름이 낏고 차츰 어두어가고 있는데 집에 형이 없다는 구실로 아버지는 윤호를 불러 논에 물꼬를 내자며 앞장서서 나서게 됐다.

"윤호야..,! 쬐금 있으면 비가 억수같이 퍼불테니 언능 하고 돌아가자..,"

"야..,! 알겠어유 제가 얼른 윗쪽 논 부터 물꼬를 틀테니 아버지는 아랫쪽 논부터 하고 올라오셔유.," 아버지는 윤호를 보고 대답하고 삽을 들고 아랫논으로 내려가셨다.

윤호는 맨 윗쪽 논 물꼬를 트고 삽을 어깨에 메고 내려오는 순간 하늘에서 굉음을 내면서 천둥이 쳐댔다. 천둥소리에 아버지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윤호에게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윤호야! 얼른 삽을 내려 놓고 몸을 논두렁이에 납짝 엎드려라 안그러면 큰일 난다. 어여 빨랑 서둘러..,!" 아버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전기가 갈나지듯이 빛이 윤호를 향해 내리꽂았다.

아버지는 쓰러지는 윤호를 보고 번개든 뭐든 두러움과 무서움을 잊은채 전혀 아랑곳않고 뛰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는 그 금방에서 두서너번 더 치더니 재너머로 사라지고 갔다.

아버지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윤호의 몸은 연기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사지가 늘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혼잣말로 '윤호를 죽이 것이 바로 나여 나란 말이다.' 그자리에 쓰러져 땅을 치고 통곡을 하면 울분을 토해 내고 있었다. 

'내가 미친 넘이지 이런 날에 어린새끼 데리고 일하러 왔으니 아이구 내가 미친 넘이지..,'

얼마후 어딘선가 가냘픈 신음소리가 아버지 귓전에 들려왔다. 그것은 윤호의 떨리는 신음소리였다 . 아버지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윤호를 부둥껴 안고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