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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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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7/ 그녀에게 빠져들다 (1)


BY 盧哥而 2005-08-24

 

<모두에게 아름다웠던 그녀.....

  그러나 그녀는 내게 치명적인 독(毒)이었다>

 

 

 

 

그녀에게 빠져들다 (1)




그날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녀와 치룬 섹스는 아마도 내 생애 가장 격렬했던 섹스였으리라!


나는 섹스에 관한한 좀 까다로운 편이다.

아마 사람을 유난히 가리는 성격 탓도 있었겠지만 체질적으로 남들이 흔히 말하는 정력적인 남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던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넘치는 정력을 주체 못해 닥치는 대로 아무 여자와 잘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애 진작 못된다는 뜻이다.

나의 첫 섹스는 군대생활을 하는 중에 있었다.

첫 휴가를 나왔다 귀대하는 날, 휴가를 같이 나왔던 부대원들을 만나 열차 역 앞 식당에서 점심 겸 간단하게 술 한 잔 씩을 걸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열차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으니 그때 말로 ‘한 코 씩 뜨고 가자.’ 고 바람을 잡는 바람에 그 식당 뒤편에 있던 사창가로 단체(?)로 가게 된 게 연유였다.


그날의 그 찜찜했던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내게 아무 여자와 함부로 잘 게 못된다는 인식을 깊이 심어줬다.

아직도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날의 내 기억은 흔히 사창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인 ‘더럽다’ 또는 ‘추하다’라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다.

뭐랄까, 인간이 서로의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때까지, 그러니까 내가 거기서 첫 섹스를 하기 전까지 나는 섹스에 대한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꼭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간의 행위가 아닐지라도 어떤 경우의 섹스에서건 몸과 몸만이 아닌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까지도 살피고 어루만져주는 뭐, 최소한의 인간적인 그 무엇의 교환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돈을 주고 사고파는 섹스일망정 어느 정도 그런 분위기를 기대했던 나였다.

그러나 대가를 주고받고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그 섹스에서 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환멸을 맛보아야 했다.

그건 내 상대가 되어준 나이든 창녀에 대한 것도 나 자신에 대한 것도 아니라 섹스를 그렇게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간 모두에 관한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사창가는 물론 술집 아가씨 등 모든 직업적인 여자들과의 섹스는 거의 기피하는 성격이 됐고, 어쩌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에 취해 술집에서 파트너였던 아가씨들과 같이 자게 되는 경우에도 섹스는 되도록 피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 간혹 마음이 끌리는 아가씨들이 있어 섹스를 하게 된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내 생각대로 그 끝을 보았다. 역시 아니었구나...하는 결론으로 말이다.

이런 나를 보고 가까운 친구들은 매우 못마땅해 했다.

내가 여자를 너무 고르고 따진다는 것이었다.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술 마시고 파트너 했던 아가씨들 데리고 단체로 나가 그날 밤 한껏 즐겨보자고 하는 데 내가 꼭 초를 친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데리고 살 여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모르겠다면서...

매일 밥만 먹다 가끔은 자장면도 냉면도 먹을 수 있고 개중엔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걸려 들 때도 있는 게 인간사 아니냐는 그 친구들의 주장에 딴은 맞는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았다.


아내와의 섹스는 결혼하기 일년 전부터 시작됐었다.

아내와 처음 만난 때는 내가 대학을 마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무렵이었다.

나는 당시 국내에서 한다하는 광고기획회사의 한 부서에서 카피라이터의 꿈을 키우며 잡다한 이런 저런 광고 홍보에 관한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업무를 배워갈 때였었다.

그때 우리 부서는 아니지만 사무실이 한 칸 격해 있는 다른 부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당시 대학 3학년이었던 아내를 알게 된 것이었다.

그녀가 업무 문제로 우리 부서의 사무실에 가끔 들렀는데 첫 인상은 보통보다 약간 작다 싶은 그리고 약간 마른 가냘픈 체구에 눈에 썩 뜨이는 미인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귀염성이 있어 보였고 상당히 똑똑하고 당차다는 느낌은 주는 그런 인상이었다.

그렇게 처음 알게 된 아내와 내가 급격하게 가까워 진 건 그녀의 대학 졸업 무렵이었다.

그때, 그녀로서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우리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하는 게 꿈이자 목표였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2년 가까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기가 보인 능력과 그동안 회사 간부들이 그녀에게 보였던 상당한 호의를 감안하고 졸업 후 정규 사원으로 입사하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선정에서 그녀는 제외됐고 그 결과는 그녀를 한동안, 그녀의 표현대로 세상이 다 싫어 질 만큼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쇼크를 받게 한 일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우리 회사에 대한 미련을 접었을 때 쯤 내가 그녀에게 알려준 일이었지만 사실 그때 그녀는 억울하게 낙방된 것이었다.

티오(TO)가 하나뿐이었던 자리였는데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 온 다른 여자에게 밀려서... 부사장의 빽이라고 했던가, 하여간 그때 우리 회사 내에서는 쉬쉬하면서도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다녔던 그 회사에 대해 아주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고 나중에 내가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군소리 없이 동의해주기도 했었다.

그때 미처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고 내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몇 년 직사하게 고생을 했는데 그때도 그녀는 단 한번도 내가 그 회사를 그만 둔 것에 대해 나를 탓하지 않았었다.


그 무렵, 아내가 우리 회사의 채용시험에 낙방하고 실의에 차 있을 무렵 나는 우연히 그녀를 길에서 만났다.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 겸 술 한 잔을 걸치고 난 조금 늦은 귀가 길에서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하고 누가 말을 걸어 왔다.

그녀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녀가 억울하게 낙방을 한 것에 대해 안됐다는 생각과 그 회사의 일원으로서 왠지 미안한 생각, 그리고 나로선 중뿔나게 약간의 죄의식 비슷한 것까지 있었던 참이었는데 때맞춰 잘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위로라도 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술집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그녀를 위로하면서....또 그녀는 아직 삭히지 못한 회사의 처사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면서 같이 술을 마셨고 같이 취했다.

그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모르게 술이 만취한 채 나는 귀가했고 다음날 오후, 속이 괜찮으냐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는 괜찮다 당신은 어떠냐 하며 벌써 친숙한 사이나 된 것처럼 말을 놓고 떠들어 댄 게 그녀와 내가 제대로 사귀게 된 시초였다.

그 이후 그녀와 나는 급속히 가까워졌고 그 다음 다음 해, 내가 대리로 승진하면서 이만하면 한 식구 벌어 먹일 자신은 있다 싶은 때 그녀와 결혼을 한 것이었다.

내 나이 스물아홉이었고 그녀가 스물여섯이었을 때다.


내 아내와의 첫 섹스는 그 결혼이 있기 한 1년 전 쯤 일 것이다.

그전에도 분위기가 좀 잡히는 날엔 가벼운 포옹이나 소프트 키스 정도는 나누었었는데 더 이상의 진전을 시킬 수가 없게끔 그녀가 항시 방패를 세웠고 나 역시 그녀를 아끼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우리 둘이 자연스럽게 첫 섹스를 가진 건 아무래도 한 친구 탓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어느 주말, 강화도에서 농촌 환경운동을 하며 사는 친구 집에 같이 놀러갔다가 아직 신혼이었던 그들 부부가 우리 앞에서 보였던 진한 애정 표현들... 거기다 그 친구의 아내가 일부러 잡아 준 자기 동네의 자랑이라는 아주 독특한 구조의 민박집, 들어 누우면 천정을 뚫어 일부러 낸 창으로 밤하늘의 총총한 별빛들이 한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로맨틱한 민박집의 방에서 우리는 도저히 그냥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 아내와의 첫 섹스에서 그녀에게 내가 첫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고 그녀 또한 그 비슷한 언질을 지나가듯 슬쩍 내게 던졌지만 그리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그런 일에 대해 아내나 나나 단 한번도 다시 말 한 적이 없다.

그건 그대로 그녀가 살아 온 많은 행적 중의 하나일 뿐, 내게는 그다지 관심 있는 일이 못되었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다 말하지 않은 일들이 있듯...

그 이후, 결혼 전까지 아내와 나는 적지 않은 횟수의 섹스를 가졌다.

뭐, 환상적이거니 대단한 섹스는 아니었지만 그녀와 나는 서로를 서로에게 길들이며 맞춰갔다.

장소는 주로 내 자취방이었고 주말엔 가끔 야외의 모텔도 이용했다.

그렇게 그녀와 섹스 회수가 잦아지면서 나의 술 먹는 횟수도 줄어 어쩌면 일거양득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농담 삼아 ‘술 먹어 없애는 돈과 그 때문에 망치는 건강을 보호해주는 일거양득의 국민체조’가 바로 우리들의 섹스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신혼을 넘기고 아내가 아이들을 낳고 하면서 우리 부부의 섹스는 아무래도 건조해져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특별히 성적충동을 느끼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마 아내도 그런 면에서는 나와 비슷할 것 같고...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람을 좀 가리는 성격은 섹스에서도 똑같이 적용돼 아무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건 항상 부담스러웠고 어쩌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는 역시나 하고 후회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칸타타’의 그녀가 나의 그런 모든 생각과 그렇게 수십 년 동안 길이 든 내 몸의 온갖 생태를 죄 뒤집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녀를 처음 봤던 그 순간의 그녀의 인상은 전혀 섹스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이미 30대 중반의 여인에게 청순하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좀 거리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녀는 내게, 내가 꿈꾸어 왔던 어떤 아름다운 사람의 이상형이었다. 성적충동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화가나 사진작가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모습을 작품을 통해서 만들고 꾸며 놓은 그런 어떤 이상적인 아름다운 여인,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물론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철저하게 나만의 기준이었겠지만...

그녀가 하찮은 술집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제 같은 경우처럼  무언가 음습한 그림자에 드리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따위는 그녀의 그 아름다운 커다랗고 선량해 보이는 눈동자 앞에서 스르르 눈 녹듯 사라져 버릴 뿐이었다.

난 그런 그녀와 처음부터 섹스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었다.

처음 그녀와 술을 마시고 가게를 나서던 날, 그 가게 문을 닫고 나선 그녀를 택시에 강제로 태우고 모텔까지 데리고 간 내 행동은 정말 술에 만취한 나의 우발적인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별다른 거절의 뜻을 안보이고 따라왔고(물론 그녀도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지만) 그 다음날 새벽, 의외로 쉽게 나와 첫 섹스를 가졌다.

나는 그때 아마, 이게 현실인가 싶은 느낌에 얼떨결에 섹스를 하게 됐고 그 바람에 미처 1,2 분 정도의 시간 만에 사정을 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까지 초래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내게 그림 속의 미녀처럼 손에 닿지 않는 그런 아름다운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부터 아침까지 세 번에 걸쳐 그녀와 나눈 섹스에서 그녀는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림 속의 아름다운 미녀가 아니라 생생하게 내 손에 잡히는 그런 살아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서 일어나 내게 부딪쳐 온 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색다른 느낌들은 그동안 지녀왔던 섹스에 대한 나의 모든 생각을 뒤집었다.

아내에게 천만번도 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아내에게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히 ‘황홀’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을 만큼의 어떤 경지를 그녀에게서 발견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