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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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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으로의 유혹


BY 애니 2005-12-20

내 안으로의 유혹

 

 

 

 

Hey beautiful, how are you doing?(안녕하신가요? 미녀 아가씨.)

 

쟨 내가 오랜만에 변신한걸 어떻게 알았지?  여자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바로 옆 차선에 선 캐딜락 차량의 흑인 운전자가 반쯤 열린 창 너머 은하에게 아는 척을 해왔을 때 그녀는 미소를 보내 주었다.  조금은 야릇하게(웬지 그렇게 해 보고 싶어서).  영화 러쉬아워에 나왔던 크리스 타커처럼 선량하고 낙천적인 인상의 그는 한 스물 다섯이나 됐을까 싶은 말끔한 청년이었다.

 

빵빵--

 

은하가 이상한 미소를 보내자 그는 화통해서 맘에 든다는 식으로 자동차 크락션을 두 번 누르더니 푸른 신호등을 지나 달려 나갔다

.

이곳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짐작하지 못했다.  한 번은 슈퍼에서 맥주를 살 때 아이디(신분증)를 보자고 점원이 요구한 적이 있을 정도로 외국인의 나이에 대해 통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기가 한국 같으면 한참 연상인 아줌마에게 감히(?) 말을 붙일 일도 없겠지만 미국이라 용서가 된다, 이 친구야. 후후.

 

 

 

오늘 오후  은하는 학교에서 돌아 온 정아의 바이올린 레슨을 데려다 주었었다.  정아가 레슨이 끝나기를 밖에서 기다리던 은하는 평소와 다름없이 비슷한 시간대에 아이 레슨을 오는 미세스 양을 만났고 그녀는 그녀만의 느릿한 목소리로 태식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한 동안 골프 연습장 레슨에 나오지 않던 그를 어제 보았노라고.  버클리 마리나 피어에서 나오고 있는.   승용차 안의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좁은 길에서 마주 오던 그녀의 은색 벤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쳤다는.

 

 

 

 

정아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은하는 그에게 전화했었다.  그러나 메시지를 남겨 달라는 반복되는 그의 음성이 들리고 있을 뿐

 

 

휴대폰을 접은 그녀는 외출 준비를 했다.   봉긋한 퍼프 허리에 깊이 파인 가슴 부분에 넓은 레이스가 하늘거리는 쉬폰 소재 블라우스와 그 아래 받쳐 입는 스커트로 된 투피스를 꺼내 입고 립스틱도 이것 저것 발라 보다 그녀는 짙은 와일드 베리로 결정했다.  보라 계열의 칠부 레이스 소매 투피스 드레스와 썩 잘 어울려 보이는.  곱게 분을 덧바른 화사한 얼굴에 입술을 강조한 화장이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특별해 보이자 은하는 만족했다. 

 

 

이왕 다른 코드로 변신했는데 머리도 만질까?

 

거울을 보다 스스로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던 은하는 헤어 아이런으로 머리에 굵은 컬을 만들어 넣었다.  한참 동안 정성들여서.

 

후후 마치 딴 사람 같아.

 

나 한테 이런 모습이 숨겨져 있는지는 정말 몰랐어.

 

난 얌전, 고상 코드인줄 알았거든.

 

한창 뜨거운 아이런의 스위치를 끈 뒤 남은 열로 이마에 내려 온 앞 머리를 만지던 은하가 거울 속의 농염한 여인을 이리저리 보며 장난 삼아 야릇한 미소를 몇 번 지어 보았다.  달콤한 향수에 작은 백과 뒤가 트인 샌달을 갖춰 신은 그녀는 아파트를 나섰다.  제 방에서 컴퓨터에 삼매경(?)에 빠진 정아에게  큰 소리로 엄마 간다. 해 놓고.

 

 

은하는 해가 기울어 가는 석양을 피하느라 차 창 위의 햇빛 가리개를 내려 놓고 차를 몰았다.  선글라스를 착용 했어도 정면으로 바로 비치는 햇빛은 눈을 부시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러쉬 아워인지 터널로 진입하는 프리 웨이 길은 서행 중이었다. 

 

태식이 스튜디오에 있을까?

 

그를 보면 웃어야 할까, 토라진 척 해야 할까.

 

 

 

버클리 언덕의 좁고 꼬불거리는 길을 지나 태식의 그리스 풍의 납작한 상자 같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언덕 너머 만을 지나 멀리 뵈는 금문교엔 넓은 하늘 위로 노을 빛이 연하게 번지고 있었다.  스튜디오 앞 드라이브 웨이에 차를 두는 그의 드라이브 웨이는 주인 없이 비어 있었다.

 

학교에서 아직 안 돌아 왔을 거야…”

 

은하는 차를 태식의 스튜디오 맞은 편 길 가에 세우고 앞 바퀴를 왼편으로 돌려 놓았다.  그리고는 그의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키 작은 나무들이 서 있는 돌계단 중간 쯤에 자릴르 잡고 앉았다.

 

, 따뜻한걸. 

 

오후 내내 햇볕을 받은 돌계단의 온기가 아직 전해져 왔다.

 

 

 

 

은하는 태식을 기다렸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금문교의 황혼을 보며

 

인디언 핑크가 짙어지고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보랏빛이 되어도 그는 오지 않았다.

 

이내 땅거미가 밀려와 먼 곳에서 전기불이 하나 둘 살아나도록 그는 오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빌딩들이 선 어둠 속에서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하도록 그는 오지 않았다.

 

 

 

 

이젠 어두워졌어.

 

바짝 반짝 생생하게 밤을 맞은 불빛들이 살아나고 있었다.

 

은하는 지루한 마음에 백 속의 검을 꺼내 씹어 보기도 하고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태식의 차 아닌가 싶어 고개를 빼고 살펴 보기도 했지만 번번히 그는 아니었다.

 

안 들어 오나 봐.

 

출장 중인지도 모르지.  학회에 자주 간다고 했으니까.

 

나 그냥 이대로 돌아 가 버릴까?

 

어둠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드러난 팔 위로 밤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 짧은 숨을 내쉬며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 계단을 내려서려 할 때 멀리 베이 브리지 쪽 밤하늘에 쏘아 올린 폭죽이 쏜살같이 올라가다 터져 둥근 원을 그리며 가닥가닥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환상이었다.

 

---!  불꽃놀이야!

 

팩벨 야구장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지 바다 위로 폭죽은 쉬지 않고 쏘아 올려졌다.

 

반짝이는 영롱한 아름다움을 순간에 나타냈다 사라지는 불꽃들

 

은하는 감탄하며 그것들을 한동안 응시했다.

 

 

 

쏘아올린 탄이 일순에 터져 흩어지며 마치 떨어지는 혜성처럼 보라빛 불꽃들이 아래를 향해 빠르게 내려 오고 있을 때 태식의 드라이브 웨이로 차가 들어왔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은하의 가슴이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왔어!…”

 

분명 그것은 태식의 차였다.

 

차에서 내린 그는 불꽃이 퍼져가는 서쪽 하늘을 잠시 보다 이내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은하를 보진 못한 것 같았다.  하긴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오래된 언덕이라 어둠 속에 서 있는 은하를 찾아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서류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성큼성큼 계단을 향해 걸어오던 그가 계단에 서 있는 은하를  발견한 순간 놀란 듯 오던 걸음을 잠시 멈칫하며 그 자리에 섰다.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나 물체가 불쑥 나타났을 때 느끼는 당혹감 같은 것 이었을 것이다.  곧 그는 은하를 알아보았는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어두웠지만 그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하의 가슴이 콩닥콩닥 두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한 계단 아래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은하는 그의 반응을 기다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다가서 마주선 두 사람 사이에 숨 막힐듯한 긴박한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져 오는 몇 초 간의 짧은 순간도 금방,  태식이 은하를 와락 껴안아 버렸다.  은하 보다 한 계단 아래에 선 그의 얼굴이 은하의 깊이 파인 젖가슴 위로 닿았다.  하고 그의 서류가방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잠시,  이내 그는 감미로운 포옹대신 거칠고 난폭한 몸짓으로 순식간에 은하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밤 바람에 싸늘해진 은하의 살갗 위로 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밀려왔다.  쏘아 올려지는 폭죽처럼

 

그러나 은하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일방적인 몸짓으로 파고드는 그를 밀쳐내 보려고 했다.  한 편에서 집요해지면 다른 한 편에선 거부하고 싶은 여자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니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냐?

 

그는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멈추지 않고 은하를 향해 들어오는 태식에게 은하는 애원하듯 말했다.

 

들어가.  나 못 서있겠어.

 

먼 하늘에 진 분홍색 불꽃에 파란 불꽃이 겹쳐 환상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허공을 향한 그녀의 애원 같은 말에 태식은 계단을 올라서 은하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바지 주머니에서 키를 꺼낸 그는 문을 열자 은하부터 밀어 넣었다.

  

은하를 문 옆 벽 쪽으로 몰아 부친 그는 호흡이 거친 키스를 하며 얇은 쉬폰 블라우스를 가슴 위로 올려 은하의 젖가슴을 한 손으로 더듬다 마침내 블라우스를 머리 위로 올려 벗겨냈다.  그의 입술에서 약한 알코올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은하는 눈을 떠 그를 보았다. 불을 켜지않은 어둠 속이었지만 그의 눈은 은하를 향한 애증인지 욕망인지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는 태식의 셔츠 안에 손을 넣어 그의 등을 만지다 셔츠를 위로 올렸다.

 

눈을 감고 흐느적거리는 은하에게 키스 한 채 그는 자신의 허리를 풀었다.

 

그의 손길은 이미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아아-- 

서두르고 있는 그에 대한 아픔인지 쾌락인지 은하가 긴 신음 소리를 냈다.

 

좀 더  날 이대로 망가뜨려도 좋아…”

 

 

은하가 견딜 수 없어 하자 태식은 은하를 안아 방 한쪽의 침대에 눕혔다.  그녀를 가진 태식을 느끼다 은하는 그의 위에서 태식을 가졌다.  다시 태식이 그녀를 가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