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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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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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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라기


BY 47521 2005-09-21

2005.9.21.수.추적추적 내리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 갔다. 닥터k와의 세번째 만남이다. 어제 나는 그에게 퇴원 후 일지 15편과 대학 1학년때 쓴 (위대한 바보)를 내밀면서 얼마나   불안에 떨었던가?

-어제  어자영씨 글 읽느라고 제대로 잠을 못잤습니다.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더군요. 약은 줄여서 세 알 드셨나요?

-예. 선생님이 금단 증상이 심할 수도 있다고 해서 선생님 말씀대로 자기 전 3알 먹었습니다.

-2-4주 동안 줄어 든 양을 견뎌내면 약을 끊어 보려고 합니다. 금단 증상은 항우울제를 끊은 직후 나타나며 우울증은 여러달에 걸쳐 서서히 진전 됩니다.과거에 느꼈던 우울증 증상을 기억해 뒀다가 그 증상이 나타난다 싶으면 곧 바로 저를 찾아 오시면 됩니다.일지를 보니까 탁구를 하신다고 했는데 운동요법도 아주 좋습니다.

-선생님! 기억 나세요? 제가 입원 했던 병동에 초등학교 탁구 출신 선수가 저에게 탁구를 가르쳐 줬잖아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이내 기억 났다는듯이, 아 그 자위행위 하던 J양 말이군요. 손목을 그어 자살했습니다,어자영씨가 퇴원한 직후에 곧 바로 퇴원했는데 집에서 예리한 면도칼로 자해 행위를 해서  가족들이 손 쓸 사이도 없었답니다.나중에 병원 부장에게 찾아와서 도대체 치료를 어떻게 했길래 환자가 자살하게끔 했느냐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죠,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과거의 환자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에게 친정엄마가 근처에 사시는데 한 번 음식 대접을 하시고 싶어 하는데 시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제가 대접해야죠. 별 말씀을. 친정어머님께서 면회 오실 때 마다 저에게 양주며 양담배를 주셔서 제가 한 번 식사 대접을 해야 겠다고 그렇찮아도 어제 어자영씨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 나는 그를 별바라기 처럼 쳐다 보지 않아도 된 것이다. 먼 길을 떠나는 수많은 별을 찾아서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나와 엄마에게 식사 대접을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는 친절히도 약속 날짜와 장소까지 나에게 메모지로 전해 줬다.

<은하수> 그가  정한 한국요리 식당에 나는 엄마와 내일 갈 것이다. 나는 그를 다시 만날수 있다는 생각만 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라 밤새 잠도 못이루었다. 초등하교 시절 소풍 가기 전날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