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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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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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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일지 5


BY 47521 2005-09-02

2000.3.xx일  공공근로 어린이집

나라에서 한 달에 약 50만원 가량을 주는 공공근로로 6개월 동안 어린이 집에서 어린이 간식과 점심,유치원 청소를 했다. 동네 근처라 시간도 많고 중간에 볼 일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어린이의 티 맑은 동심과 어울리다보니 마음까지 밝아졌다.계속해서 하면 좋으련만 3개월 단위로 구청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다음에 꼭 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어린이집 간식과 점심은 유치원비가 워낙 싸서 그런지 형편 없었다.두 곳을 다녔는데 어린이집 원장들은 그야말로 짠순이들 이었다.내가 이 다음에 손주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에는 유치원비를 좀 넉넉하게 주어 형편이 나은 곳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년 2월에 아이들 삼촌이 있는 캐나다로 큰 딸 영아를 유학을 보냈는데 1년도 채 못 되어 돌아 왔다. 날짜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올 1월 1일 아침에 캐나다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아가 약한 아이가 아니다. 어제밤  삼촌이 찾아서 내가 방문을 두드렸더니 아무래도 열리지 않아 열쇠로 방문을 열어 보았더니 창문을 통해서 달아 났지 뭐냐.지금 토론토 공항 로비에서 비행기 티켓 끊어 줄 때 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노라고 벼르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아이들 고모부가 데리러 갔는데 그 추운데서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으니 빨리 티켓 끊어 달라고 울고 앉아 있다는구나.

딸에게 어떻해 했길래 그 아이가  현관을 두고 창문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 졌는가.나는 상상력을 총동원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큰 딸 영아는 집으로 돌아 왔다.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기절할 뻔했다.머리는 1년 동안 한번도 미장원에 안 가서 허리까지 늘어 뜨린 채 고무줄로 묶여 있었고, 배는 약 임신 7개월 쯤 될 정도로 비만 상태였고 목소리까지 그 천사같던 아이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변해 있었다.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어 보았더니 완전히 시댁에서 하녀 생활을 한 것 이었다. 아이들 삼촌이  신경정신과  닥터인데 교통사고로 고개만 빼 놓고 팔,다리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자였다. 그 밑에서 딸이 간호원 노릇을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한 것이었다. 심지어 삼촌한테서 갖은 욕설은 다  들었다고 했다.

-이 x야, 너는 처방전 워드 치는데 타이프 속도 가 왜 이리도 느리냐? 제대로 대학에서 공부는 했냐?

대체 이런 식으로 아이를 몰아 부쳤으니 세상물정도 모르는 천사같은 아이가 견딜 수는 없었으리라.자기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으니 환자는 짜증이 나 욕설 밖에 더 나오겠는가.병신 고운데 없다는 말은 옳은 말이다.

어쨌든 그 일로 시댁에 대한 감정은 악화일로 였고  실질적 으로는 사실혼 관계 였지만 법적으로는 위장이혼 상태인 남편과의 관계는  진짜 이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