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9.xx일. 독서지도사 훈련
전기요금 고지서 송달 일을 할 무렵, 나는 남편과 위장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남편은 국회의원 낙선후, 취직을 할려고 했지만 IMF 시절이라 50대 남자가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였다.해서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만 빚을 지게 된 모양이었다. 마침 전세집이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위장이혼을 해야 그나마 전세집이라도 건지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판사가 우리 부부에게 물었다.
-이혼 사유가 무엇 입니까?
-성격 차이예요.
-아이들은 누가 양육합니까?
-제가 합니다.
-경제력이 부인에게는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약 2분만에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이혼녀가 되었다. 물론 웃으며 들어가서 웃으며 나왔지만. 어느 부부나 결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가.그러나 나의 경우 이혼은 약 2분만에 끝났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실직 여성 가장이 되고 보니 노동부에서 30만원씩 받으면서 석달 동안 독서 지도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이혼녀,올드 미스,미망인들과 석달 훈련을 받았지만 수료증은 쓸모가 없었다. 20여명 훈련을 받았지만 취업으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여성인력센터는 훈련만 시켰지 취업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나는 할 수없이 구청에 (공공근로자)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혼녀의 특혜로 공공근로자 신청 자격이 주어졌으니 나는 기분이 묘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우리 부부는 남편이 빚을 갚게 되면 언제든지 단 1분만에 호적을 합칠려고 한 위장 이혼 이었는데,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우냐 하면 정말 기다렸다가 이혼한 부부 처럼 둘 사이가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어디로 나를 자꾸만 끌고 가려는 것일까? 삼남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