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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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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일지


BY 47521 2005-07-18

닥터K,당신은 나에게 9년 전  그 병동에 들어섰을 때 (병상 일기)를 써 보라고 조심스럽게 권유했습니다. 내 치료에 도움이 될것 이라고 하면서.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신은 또 나에게 (퇴원 일지)를 써보는게 내 치료에 도움이 될것 이라고 조심스런 눈빛으로 말하고 있군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예전의 병상일기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1996.9.xx일.토.가을의 문턱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곳이 어디인가 하면서 한참이나 망설였다.

아! 내가 영화에서나 본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현실에 나는 참으로 참담했다.

밖에서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정신이 퍼뜩 들어 병동의 중앙 홀로 나갔는데 거칠고 사납게 생긴 여자가 (나중에 안 사실인데 50대 초반의 그 환자는 알콜중독으로 남편에게서 빗자루 세례를 맞으면서도  소주를 끊을 수 없어서 들어 온 여자로 환자들을 학대 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새디스트 환자였다.)병실 곳곳을 돌면서 환자들의 이불을 제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새벽 6시에 모두 기상해서 환자 점검 인원을 구호로 외침으로써 하루의 병상이 시작되는 곳이로구나, 생각 하면서도 나는 내가 왜 이 자리에 환자복을 입고 구호를 외쳐야 하는지 너무나 황당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모두 침구 정리 하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식사 시간에 식당으로 모이세요."

간호조무사의  외침을 뒤로 한 채, 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강벽관념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담당의사인 닥터K가 나를 상담실로 데리고 가더니 물었다.

"어때요? 병실의 분위기에 적응 할 수 있을것 같으세요."

"아뇨. 지금도 내가 여기에 왜 와 있는지 이해가 안되요."

닥터K는 여러가지 기초질문을 했고 나는 솔직하게 대답 하는 걸로 첫 인터뷰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