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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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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 같아요...당신을...


BY 데미안 2006-07-18

 

비가내린다.

수빈은 빗물이 흐르는 창가에 서서 길건너 경찰서를 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버릇이 되어 가고 있었다.

호텔에서 그 일이 있고부터는 더더욱...

벌써 며칠이 흘렀으나 수빈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짜릿하니 저며오고 얼굴색이 붉어지며 그녀의 여성이 젖어드는 걸 느낀다.

커피를 손에 든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언뜻언뜻 잠에서 깨어나보면 원우의 따스한 팔이 한결같이 자신을 꼭 안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까봐...

그녀는 그렇게 그의 품에서 실로 오랜만에 달콤하고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녘...

수빈은 자신의 가슴을,

자신의 민감한 하체를 쓰다듬는 뜨거운 손길에 눈을 떴다.

그가 열정적인 눈빛으로, 그리고 갈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걸 알았다.

그녀가 미소 짓자 그의 입술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술에 포개어졌고 다시금 마법같은 그의 손이 그녀의 몸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거침없이 파고드는 그의 뜨거운 혀를 반겼고 주저없이, 기꺼이 그의 침입을 허락하듯 벌어지는 그녀 다리 사이로 그의 길다란 손가락이 파고 들었다.

처음만큼 절박하지는 않았으나 다급하고 뜨거운 키스가, 포옹이 이어졌다.

원우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사랑을 담아 그녀의 가슴을 어루고 빨아당기기를 반복하였고 손으로는 그녀의 여성이 촉촉히 젖어들기를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길에 금방 달아올랐으며 금방이라도 그를 받아들일듯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수빈은 다정스런 손길로 자신의 가슴위에서 움직이는 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사랑해요...]

 

그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 그대로 입밖으로 흘러나왔다는 걸 알았으나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가 고개를 번쩍 들고 그녀의 눈을 빤히...응시했다.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표정이었다.

 

[다시...다시 말해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묻는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 ...같아요, 당신을...]

 

드디어...!

드디어 그녀가 고백을 했다.

그의 몸 아래서 그녀가 달콤한 입술로 고백을 했다.

그것은 그의 영혼 깊숙이까지 흥분시켰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긴 숨을  토해냈다.

 

[하느님..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그녀는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기전에 보았다.

그의 눈이 살짝 젖어 있는 것을.

그리고 그 다음은...!

그의 입술에, 그의 손길에 모든걸 잊어버렸다.

 

[이런 이런...! 다 훔쳐가도 모르겠군...]

 

빗소리만큼 시원스런 은영 언니의 목소리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수빈을 깨웠다.

은영 언니와 원영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수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 요즘 수상해.  내 눈은 못 속이는 거 알지?]

 

수빈은 뜨끔해하면서 곁눈으로 원영을 살폈다.

그날 수빈과 원우, 둘다 외박을 했다.

원영이 오빠의 외박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는데도 원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니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원영이 수빈은 고마웠다.

 

[수상하긴 뭐가요...?  점심...하셨어요? 우리 오늘 뭐 따뜻한 것 시켜 먹을까요?]

 

은영 언니가 슬그머니 옆으로 와 앉았다.

그리고 원영이 책 정리하러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때, 이형사 힘 좋지?  드디어 남자랑 자 본 소감이 어때?]

 

은영 언니의 솔직하고 대담한 질문에 수빈은 펄쩍 뛰었다.

그녀가 알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은 했으나 그렇게 직설적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은영 언니가 킥킥하며 웃었다.

 

[며칠전 자기집에 불 들어오지 않길래...뭐, 이제 슬슬 진도 나갈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어. 이 형사가  그렇게 오래도록 자기를 내버려 둘 것 같지도 않았고....]

 

그녀는 계속 웃었다.

 

[하여간 점쟁이가 따로 없다니깐...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알아요?]

 

수빈은 투덜댔다.

 

[언제 얘기해줄거야?  나만 알고 있을테니깐 빠짐없이 다 말해줘야해. 알았지?  나도 울 신랑이랑 첫날밤 지낸 거 얘기해줬으니깐...]

[그건 묻지 않았는데 언니가 해줬잖아요]

[얘기안해주면 나 이 형사한테 물어볼거야.]

[언니...!]

 

은영은 계속 킥키거렸다.

그녀로선 생각만해도 재미있고 짜릿했다.

 

믄이 열리고 왠 여자가 들어섰다.

젊고 날씬하고 매력적인 미인이......!

순간 수빈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여인은 냉소띈 표정으로 가게를 빙 둘러보더니 곧장 수빈을 노려보았다.

느긋하고 자신있는 걸음으로 여인은 수빈 앞에서 멈추었다.

 

[그래...그랬단 말이지]

 

빨간 입술사이로 나온 여인의 말투는 차갑고 거칠었다.

 

[이런 곳에 처박혀 있었단 말이지. 고작  책방따위나 하면서...!]

 

여인은 또박또박 구두소리를 내면서 한발작 한발작 뗄때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바닥으로 떨어드렸다.

은영 언니와 원영이 놀란 눈으로 수빈을 보았으나 수빈은 담담한 눈으로 여인의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런거 하면서 네 아버지의 동정심을 샀니?  나한테는, 내 아들한테는 구두쇠같이 굴면서 너한테는 아낌없이 쏟아붓는 까닭이 이거였니? 하긴, 니 아버진 마음이 약하지. 불쌍하다싶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거든. 영악한 넌 그걸 알고 있을테고...]

 

여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책들은 그렇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만하시죠]

 

조용히 수빈이 입을 열었다.

여자가 홱 돌아서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여긴...어떻게 아셨죠?  아빠가...알려주었나요?]

[흥. 잘난 니 아빠가?  웃겨. 너 지금 쇼하니?  딸자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양반이 니 있는 것을 알려줘? 꽁꽁 숨겨놓기도 바쁜데?]

 

여자가 또각거리며 그녀 쪽으로 오고 있었다.

 

[부녀가 아주 작당을 했더군. 그런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내 아들에게 돌아갈 재산을 네 년이 빼돌리고 있는데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천박한 건...여전하시네요]

 

그게 실수였다.

수빈은 아차 하는 사이 휘청했다.

여자의 손바닥이 가차없이 그녀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은영과 원영의 외마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다시 여자의 손바닥이 날아왔고 수빈은 조금전보다 더 휘청했다.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봐요. 이게 무슨...!]

은영 언니가 수빈을 가로막고 한마디 하려고 했으나 수빈이 막았다.

여자는 독기어린 눈빛으로 은영과 원영을 노려보았다.

 

[니가 꼬득였지? 소핑몰을 정리하라고 니가 꼬셨지?  나쁜년.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그건 내 아들 몫이야. 내가 괜히 아들을 낳은 줄 알아?  날 우습게 보지마. 알았어? ]

 

여자가 가고 난 자리에는 찬바람이 휭하니 남았다.

 [아니, 세상에!  세상에,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이런 황당한 일이 대체.....!]

 

수빈은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입술이 떨리고 온 몸이 떨렸다.

 

[저 여자 누구야? 누군데 자기가 이렇게 당하는거야? 응?]

 

은영 언니가 입에 거품을 물었고 원영은 글썽이는 눈으로 수빈에게 물을 내밀었다.

 

[제...아버지의 여자예요... 새 엄마...]

 

그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수빈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원영씨.  치우지 마요...그리고 지금 일 ...원우씨에겐 비밀이에요....오늘은...그냥 문 닫고 가요...]

[집에 가는거야? 그래?]

 

나가는 수빈의 등에 대고 은영이 물었으나 수빈은 대꾸도 없이 우산을 들고 나가버렸다.

우산이 있어 다행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가려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