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의 전화를 받은 화영은 약속은 했지만
남편 경수에게 무어라 이야기 하고
저녁외출허락을 받아야 하나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은 이성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집안청소를 마치고 한잔의 커피와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이시간이 화영에게는
하루중의 가장 행복함을 느낄수 있는 시간 이였다
음악을 틀어놓고 쇼파에 앉으며
커피를 한모금 삼키며
지난 일요일 산에서 만난 광호를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만나도 될사람인가
요즘 애인이 없으면 바보축에
든다는 말이 돌정도로
아줌마들에게 애인들이 있다고 하더니
나도 그무리속에 합류를 하려는건 아닌지
지난 일요일 친구미나와 함께한 산행
땀을 흘리며 숨이찬듯 헉헉 거리며 올라오는 미나는
화영에게 지독한 기집애라 투덜 거리며
"어유 힘들어 다신 너안따라와!"
그만가자는 말에 조금만 더올라가봐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데
모르긴 몰라도 정상에 오르면
"호호 아마 내일 또 오자 그럴껄"
둘은 깔깔거리며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화영은 주말이면 북한산 도봉산을
찾던곳이라 힘들지 않게 오를수 있었으나
미나에게는 처음 이였기에 힘이 들었을 것이다
백운대 정상에 오르자 역시 예상했던대로
미나의 눈이 휘둥그레 지며
서울근교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었는줄 몰랐다며
백운대 정상에서 보이는 북한산의 절경에푹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때
"두분이 오셨습니까?"
화영과 미나는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니
맘좋게 생긴 아저씨가 웃으며
우리에게로 다가오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우리도 웃으며 "아~~네"
"허허 우리도 둘이 왔는데 여자분들이 대단하시네요"
"여기까지 오르긴 쉽진 않았을텐데..."
남자는
화영을 바라보며 등산을 "자주 하시나 본데요
"아주 산을 잘오르시더군요!"
"여자분이 잘올라가시기에"
저두 열심히 따라왔습니다 하하하"
남자는 유쾌하게 웃고있었다
친구 미나는 "아! 정말 죽는줄 알았어요!"
얘는 롱다리로 쉽게 오를수 있지만
그동안 숏다리로 불편한줄 모르고 지내왔는데
아~~오늘에서야 숏다리의 비애를 느끼며
"아~나두 오늘에서야 해냈어요!"
"다리도 후들거리고 힘은 들었지만 처음이에요^*^"
"이렇게 정상에 올라오니 정말 좋군요."
힘은들었지만 미나는 정말 따라오기
잘했다는 말은 연신하면서
한달에 두번씩은 와야겠다며
오늘의 산행이 정말 즐거운 모양이다
산사람들과의 만남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이 되었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역시 산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최고야"
똑같은 커피맛이 였지만 산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은 마셔본사람만이 알수 있으리라
산을 오를때는 둘이였지만 내려올때는
자연스럽게 넷이 합류하였다
내려오는길 백운산장에 들러
따끈한 잔치국수에 막걸리
한잔씩 마시며 늦은점심을 해결하고 하산을 하였다
광호는 버스종점에 다다를 무렵
다음에 산에한번 같이 왔으면
좋겠다며 전화번호를 조심스레 물어왔는데
산에 자주오니 또 인연이 있으면 만나겠지요
화영은 웃으며 대답을 했으나
옆에서 따라오던 미나가 그래 다음에 한번 같이오자
산에 오는거야 어때 그러면서
전화번호를 일러주는게 아닌가
호프집에서 가볍게
한잔하고 가자는 광호의 제의를
다음으로 미루고
화영과 미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화영은 경수와의 결혼생활
10년차 둘사이에는 딸하나를 두고있다
큰 능력은 없었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남편 경수와
보통사는 부부처럼 평범하게 살고있는 여자였다
결혼전에는 친구들과 등산을
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혼자 살겠다고
하던 화영이였는데 어느날
부모, 형제들의 성화에 못이겨 29살에 중매로 경수를 만나
4개월 만에 결혼을 해서 지금도
신혼여행 떠나며 하는말을 떠올리며
친구들이 화영을 기특해 하고있다
엄마의 소원 들어줄려고 결혼 했으니
결혼에 큰 기대는 하지않는다고
살다가 재미없으면 다시 온다며 화영은 신혼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사는게 재미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말없이 잘살고 있는 화영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화영은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저녁에 친구들 만나기로 했는데...."
"좀 일찍 들어오면 안될까?" "누구 만나는데...?"
"응 미국에 이민간 친구 현숙이가 나왔다네"
"오늘 친구들 모두 만나기로 했는데 수현이 때문에...."
"엄마집에 가 있으라 할테니"
퇴근후 바로와서 데려왔음 좋겠는데..
"그래 알았어" 남편과의
전화를 끊으며 화영은 생각지도 않던 거짓말이
슬슬 나오는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오후두시쯤이나 되었을까
저녁약속 때문에 화영은 이른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으니
광호의 전화였다
오후에 현장출장을 나가야 하는데 출장 나갔다
바로 퇴근을 할거라며 좀 일찍 만나자는 전화였다
화영은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좀 일찍 만나면 일찍 들어올수 있겠다 싶어
그러마 했고 성북동까지 차를 가지고 온다는 광호에게
혜화동으로 오라하고 전화는 끊었다
화영의 딸 수현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먹이고
가까이 살고 계시는 시어머니께 보내고
외출을 해야하는데 수현이 올시간이 되어도
친구들과 놀고 있는지 오지를 않는다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쫓기듯
마음이 바빠지는 것을 느끼며
오랫만에 느껴보는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같은 야릇한 감정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