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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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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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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BY 그린미 2004-09-15

 

시집 식구들이 남편을 봉으로 만들면서 - 삼복 두엄에 쇠파리 꼬이듯이- 빚쟁이 노릇하는데는 그럴듯한 명분이 있었다.

 

4남매중 유독 남편만 '고졸'의 딱지를 안겨준데  대한 보상심리와  의기양양함이

남편의 어깻죽지를 내리 누르는데 막대한 힘으로 작용을 했다.

 

하나뿐인 시동생은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몇달 안되어서 이웃 여학교의 여학생을 건드렸다는  죄목으로 퇴학을 당했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 억울하다고 시동생은 항변을 하고 있다.

 

남편 바로 아래 큰 시누이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친구 따라 서울가서 스무살도 안되어 남자하나 데리고 살림을 차리더니 지금까지 별 탈없이 잘 살아주고 있다. 

 

그리고 이 막내 여우.......

이 여우가 4살인가 5살 무렵에 혼자 놀다가 칼에 손을 베었는데 무지하고 가난한 부모는 그냥 된장만 바르고 무명천으로 둘둘 감아 놓았는데 이게 곪아서 결국은 왼손 약지를 잘라내야 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때부터 여우는 '불쌍한 막내'로 온 식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결혼할때 柳서방은 이런 사실을 모르다가 나중에는 '속았시유'로 웃고 말았다)

 

조금은 반지르르한 얼굴로 중학교도 옳게 졸업하지 못한채 할일없이 빈둥거리다가 지 언니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 놀러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주변의 공장에서 책임자로 있던 柳서방이 점심먹으러 왔다 이 여우에게 걸렸단다

억척스러움으로 벌어놓은 돈도 꽤 있다는 지 언니의 귀뜸이 여우의 미각을 자극했단다

 

이 柳서방의 꿈은 조그마한 철공소를 내는거 였는데 성실한 덕에 지금은 우리집에서 가까운곳에 '새경 철공소'라는 간판을 걸고 여우와 새끼를 먹여 살리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불쌍한 柳실이'가 '이쁜 柳실이'가 된데는 이 柳서방이 일등 공신이다

제법 많은 농토를 가지고 있는 이 柳서방이 어느해 부터인가 시어머님께

일년 양식과 양념을 일일이 챙겨 드리고 명분있는 특별한 날 - 어버이날, 명절, 생신 등등 -

은 주머니가 불룩 하도록 시어머님께 톡톡이 효도를 하는 일등 사위였다.

 

이러니까 상대적으로 일일이'할 노릇'을 변변이 못하는 맏아들은 똥친막대기에 불과 할수 밖에 없었고 막내여우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딸년은 에미 아프고 가려운데 알아서 다 긁어주고 만져주는데

혼자서 허리 휘게 돈 벌어서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켜 준 너는 해 놓은게 뭐 있냐....... 

 

맏아들만 학교 시켜 놓으면 동생들은 당연히 챙길줄 알았던 시어머님이시다.

스무집 남짓한 손바닥만한 시골 동네에서 아들 고등학교까지 보낸 집은 불과 서너집이다

 

비록 원서만 내면 그냥 들어갈수 있는 농업고등학교지만 시어머님의 자부심은 대단하셨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아닌 과부가 혼자 벌어서 아들 고등학교 보낸데 대한 뿌듯함이다.

 

졸업만 하면 고생 끝나는줄 알고 계셨던 시어머님은 아들이 졸업을 하고 할일없이 빈둥거릴때부터 이미 될성부른 나무가 아님을 직감하셨다

이때부터 시어머님은 드러 내 놓고 '등신 같은 놈'.... '아무짝에도 쓰지 못하는 놈'이라는 수식어를 입에 달고 계셨다.

 

그러다가 제대를 하고 몇년을 빡시게 맘먹은 아들이 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때 시어머님은 아들이 고등고시 패스한 것 보다도 더 목에 힘주고 다니셨다.

 

동네 사람은 물론이고 아는 사람만 만났다하면 여지없이 빽을 발휘 하시기에 이르렀다.

'나 한테 잘 보이면 세금 깎아 주는건 식은죽 먹기다'

'이제 돈 방석에 앉는건 시간 문제다'

 

그러나 남편은 시어머님께 식은죽이 얼마나 먹기 힘들고 거북한지를 보여주게 되었고

돈 방석이 아닌 빚더미에 앉아있는 꼴을 보여 주어야만 하는 힘없는 아들일 뿐이었다.

 

고등학교 나왔다고 하늘 찌르는것도 아니고

세무서 다닌다고 돈벼락 맞는게 아니라는거 온 식구가 감지하고 있건만

남편에게 씌우고 있는 그넘의 학력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할줄을 모른다. 

 

그러니까 이들 4남매의 학력이 이렇게 바닥에서 밑돌다보니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고있는 맏이는 어머니에게 동생들에게 배운값을 톡톡히 치루어야 한다는

평생의 '업'이었고,'덫'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