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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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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는 봉?


BY 그린미 2004-09-13


조회 : 17   스크랩 : 0   날짜 : 2005.07.05 06:58

아마 지 주둥이를 쥐어 박고 싶을거다

물에 빠지면 주둥이만 둥둥 뜰것 같은 종잇장 같은 주둥이 간수를 옳게 못한게 치명적인 실수라는 거 감지하고 도로 삼켜 버리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이 여우가 흘리는 말끝을 용케도 꿰차고 난 일격을 가했다.

"그 집 시누이는 쓸만하네...."

곪은건 터뜨려야 더 이상 성을 내지 않는다.

가시박힌 내 말에  저으기 당황해 하면서도 혹시라도 티를 잡힐까 싶어서 뱉은말 줏어 담을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이럴 땐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면 나한테 확인 사살까지는 당하지 않을건데 머리가 나쁜건지 눈치가 없는건지 기어코 바닥을 드러냈다.

"그게 어디 공짜야?........다아 내가 담에 갚을 돈인데 뭐"

웃긴다. 내가 바지 저고리인줄 아나.....

이 여우가 돈을 갚아줘??............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를 지금 내 앞에서 하고 있다.

"그럼 나도 돈 좀 빌려주게.....다음에 나도 갚아줄께...."

숨도 못 쉴만큼 목을 누르고 완전히 장군 멍군 장기게임으로 내가 리이드 하는 쾌감을 놓치지 않고 만끽하고 있었다.

아침을 굶었지만 희한하게도 뱃속이 든든한것 같은 포만감 마저 들었다.

시누이의 표정이 완전히 낙태한 고양이 상이다.

지금까지는 시누이라는 백으로 승기를 잡아왔는데 자꾸만 구석으로 몰리는것 같은 위기감을 오늘 아침에야 느꼈는지 슬며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썩어도 준치라고 맥없이 구석으로 몰리고 보니 세웠던 손발톱 그냥 집어 넣기는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기어이 몇마디 주절 거리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데 던지는 말이 또 염장을 지른다.

" 난, 그 시누이한테 올케노릇 확실하게 한다.....머..."

확실한 올케노릇이 뭔지 몰라도 이런식의 시누값에 제 값 다 치루는 올케가 일을려나 모르겠다.

그러면 난 못하는 게 뭐냐고 맞 받아 칠려니까  치사하고 동급으로 노는것 같애서 그만두었는데 생각할수록 목에서 핏대가 올라온다.

어린 사람 데리고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기어 올라오는 덩어리 안으로 구겨 넣는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내 속을 휘저어 놓을 요랑으로 왔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돌아간 시누이에게 뼈박힌 소리 한 게 맘에 걸렸지만 줏어 담고 싶은 말을 뱉은 건 아니었다. 

 시누이는 항상 한 끗발 위라는 고려장시대에서나 써 먹을 말을 아직까지 분신처럼 머릿속에 박고 있는 한 나와의 간격은 좁아질수 없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고 했지만 나에겐 때리는 시어머니도 이쁘지 않았다.

 딸 옆에 끼고 살면 며느리가 얼마나 더 힘이 드는지 알턱이 없는 시어머니는 당신 딸도 당신 며느리도 영원한 딸로서 며느리로서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거 잊고 사셨다.

딸과 며느리의 등식관계를 인지하시기엔 시어머님 상식으론 부족했고, 딸자식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축의 방향을 바로 세울려는 시어머님은 아니었다.

시집식구가 며느리에게는 하늘과 동격이니 떠 받들고 살아야 된다는게 시어머니 머릿속에 박힌 고정관념이었다.

손아래 시누이 시동생도 모두가 상전이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올때 굳이 오래비 따라 온다고 지 남편 졸라서 살던집 처분하고  옆 棟으로 옮겨 앉더니 이게 화근덩어리였다.

화장실하고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더니 한마디 더 보태자면 시누이도 끼고 살게 못 된다는거다

내 일거수 일투족 내지는 내 살림살이 동정까지 한마디도 안 빼고 고스란히 시어머님 귀에 찔러 박아주는 파발마 역할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있다.

 고자 처갓집 드나 들듯이 내 집을 들락거리는 여우의 행차에 나도 모르게 모공속에 박힌 털끝이 빳빳하게 각을 세우게 되었다.

 이 여우가 다녀간 날은 꼭 머리를 심하게 앓아야 했고, 그날은 늦은 시간에 어김없이 시어머님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리곤 한마디 빼놓지 않는당부의 말씀

'살림 헤프게 살지 말고, 돈 포개놓고 살아라..........'

포개놓을 돈도, 헤프게 퍼 낼 돈도 없다는 걸 모르시는지 아니면 아시면서도 혹시라도 친정으로 빼낼까봐 노파심으로 하시는지 몰라도 갑부 아들 둔 양 항상 '헤픈 며느리' 취급을 하실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해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른한테 대꾸하는것 같아서 몇번이고 그냥 삼키곤 했다. 

 어제저녁 늦은 시간에 시어머님의 전화를 받자마자 애비 바꾸라고 하셨다.

시어머님의 스타일은 웬만해서는 나를 통하지 않고 남편을 통해서 나에게 전달케 하는 묘한수법이 이제는 다반사가 되다보니 별 의심없이 남편을 바꾸어 주었다.

남편은 그냥 듣고만 있는것 같더니 간혹 '그래..알았어...걱정하지마 ..'

나를 힐끔거리며 말끝을 더듬는게 아무래도 이상했고 내 더듬이 방향이 '돈'으로 뻗혔다. 

도청 할려니까 무례하고 치사한것 같아서 전화를 끊고 난 남편을 똑바로 쳐다 보았지만 내 시선을 피하는것 같아서 다잡아 물었더니...

왜 물었던고....

그 좋은 소리 들을려고.....

간신히 띠엄띠엄 간격 벌린 말 붙혀서 해석해 보니 화장실이 불편 하니까 수세식으로 고쳐 달라는 소리였다.

이미 작은 아들과 딸들에게는 다 통과 되었으니 니는 돈만 내 놓아라...머 이런거......

다른 자식들에게 여론 몰이 시킨 다음에 최종적으로 맏아들에게 안겨 주는건 '부담'이다.

맏이니까 당연히 돈을 푸는 건 니몫이라는 시어머님과 형제들의 희한한 합작품이다.

난 당연히 발칵 거렸다.

우리가 봉이냐....맏이가 머 돈 낳는 거위가?.....

2년전에 사업하는 시동생이 죽어 자빠지는 시늉을 하면서 시어머님께 매 달렸다.

시아버님이 물려주신 고향의 땅떼기에 눈독을 들인 나머지 부도 직전에 있는 회사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몽땅 팔아 챙긴뒤  얼마 안가서 또 손을 벌렸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갚는다는 그럴듯한 각서 한장 달랑 넘겨주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잡히고 4천만원을 빼 갔다.

처음 몇달은 이자를 갚는 시늉을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다.

빠듯한 남편 월급의 절반이 이자로 살점 떨어지는 아픔으로 잘려 나갈때의 그 기막힌 사정을 일일이 거론 했지만 어느 누구도 걱정 한마디 거들지 않았다.

넌 형이니까 당연히 아비 몫까지 다 해야 하니 팔자로 받아 들이라는 짤막한 시어머님의 그 크신 은혜의 말씀에 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미안해 하는 맘도 면목없어 하는 모양새도 먹고 죽을래두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화장실을 고쳐 달라고 하신다.

200만원 밖에 안 드니까 웬만하면 올해 안으로 해 달라는 통보다.

겨울이 되면 춥고 어슬프니까 그러면 니들이 더 고생이다.....엄청난 배려였다.

이미 알고 있는 날짜지만 힐끗 달력을 보니 올해 안이면 석달 남짓 남았는데....

" 당신이 해 드린다고 했으니......난 더이상 이일에 관여 안해..아니 못해! "

작두날에 끼여 있는 남편의 입장에다가 난 강하게 힘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