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간의 시간은 경리에겐 지옥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경리였기에
숨 막히는 두 달의 시간은 20년이 넘는것 같았다.
8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 온 영민은 경리에게 단 한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곧 바로 방으로 들어 간 영민은 불도 켜지 않은채 우두커니 앉아 밤을 새웠다.
처음 영민을 단순하게 보았던 경리는
며칠간 영민의 팔을 끼며 애교를 떨었다
"어머 자기 넘 일찍오네"....
말도 끝나기 전 영민이 힘껏 경리의 팔을 뿌리친다.
"......."
"자기 왜이래? 난 자기뿐인데...
자기가 날 넘 외롭게 했잖아, 언제 자기가 일찍 들어온적 있었나? 뭐.."
순간 영민을 바라보던 경리는 입을 다물었다.
눈이 조용하게 빛나고 있었다.
첫음 아내의 불륜을 알고 미쳐 날뛰던 영민은 준형과 통화를 하였을때
술취한 준형의 말이 심장을 관통했었다.
누가 니 마누라를 좋아하느냐는 니 마누라는 애가졌을때도 나를 탐했노라는.... 그말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이를 가졌을때 맞아 그랬었지, 아내는 일이 많다고 늘 늦은밤에 들어와
안스런 맘에 영민은 아내에게 사표를 내라해도 경리가 듣지 않았다.
자기는 일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영민이 늦도록 일하기 때문에 무료하지 않고 다른 생각없이
즐겁게 일한다고...
그런 아내가 얼마나 대견했었던지...
영민은 어두운 방에서 혼자서 속울음을 울었다.
그래... 저 여자는 날 철저히 농락했었구나.
내가 너무 저여잘 믿었구나....
경리는 며칠을 애원하더니 영민의 마음을 붙잡지 못할거라고 판단했는지
갑자기 쌀쌀맞아졌다.
그런 그녀를 모습을 보면서 영민은 차라리 담담해지고 후련해 졌다.
그래 저정도 밖에 안되는 싸구려 여자를 나는 고품질로 만들었구나
처음 경리를 만났을때 그녀는 초라했다.
가난한 집의 얼굴 예쁜 딸
초라한 옷차림의 경리를 보며 영민은 안스러웠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난때문에 빛낼 수 없음이 가여웠다.
영민은 경리를 언제나 명품으로 치장 했다.
결혼하기로 맘을 굳힌후 아름답고 착한 그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었다.
처음 차키를 경리에게 주었을때 경리는 눈물까지 보이며 팔짝팔짝 뛰었다.
꼭 어린아이가 갖고 싶어 안달하던 물건을 가졌을때 처럼...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두달동안 경리를 조용히 관찰하며
얻은 결론이었다.
'그래 이만 정리하자, 내가 너무 여자를 아니 세상을 내 중심으로만 바라보았구나'
"우리 이제 그만 끝내자"
경리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게도 지옥이었지만
두달 갇혀 산 너도 지옥이었겠지'
"그래도 아이까지 낳고 살았으니 이 집은 너 준다.
대신 니 평생 현이 앞에 나타날 생각은 말고..."
말도 끝나기전
"알았어, 고마워 현이는 나보다 자기가 낫지 뭐
부자 아빠가 그래도..."
경리는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영민이 따귀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모성애도 없니? 참 너라는 여자는...."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영민과 헤어진 경리는 속이 후련했다.
바깥 출입을 할 수 없었던 경리는 두 달이 정말 지옥이었다
예상하지도 못하게 자신에게 떨어진 48평의 아파트가 넘 소중했다.
아무것도 받지 못할거라고 조마 조마하며
소송이라도 불사하겠다고 얼마나 맘을 졸였던가.
가만있어도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차도 그렇고 집도..
이 지역에서 가장 고가의 아파트였기에 경리는 자식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두 달간 영민의 침묵에 숨막혀 살면서 현이라는 존재는 잊어 버렸다.
하루 하루가 길고 무서웠다....
며칠을 집에서 뒹굴며 편하고 행복해 하다가
문득 경리는 앞일을 계산해 보았다.
'그래, 그래도 내가 앞으로 편하게 살자면 태과장을 잡아야겠지?
능력있고 재산도 그만하면 되었고'
영민과 비교할 만큼은 안되었지만
준형의 재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준형이 소리없이 땅에 투자하는것을 옆에서 보았기에....
그렇게 계산하고 태준형을 찾았는데
윤제인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아들과 함께...
'흐음 조금 힘들것 같네
그래도 까짓 한번 부딪혀 보지 뭐'
밤새 이를 갈며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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