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까지 오도록 말이 없는 재인이 준형은 안타까웠다.
그렇게 목마르게 보고팠던 그녀였는데 말없는 그녀가 안타깝고 아련하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아니 기적처럼 느껴지는 만남인데 한마디 말조차 없는
그녀가 안스럽다.
법전 스님앞에서도 네 한마디로 끝내는 그녀를 보며
목이 메였다
'나 때문에 안그래도 말수가 없는 사람이 더 말을 아끼는구나'
"우리 어디가서 차한잔 더할까?"
"아녜요, 늦었잖아요 저 가볼께요"
"그럼 그래"
순순한 자신의 말에 준형은 짐짓 속상한다
붙들고 얘기를 하면 좋으련만
자신을 쳐다 보지도 않는 그녀가 안타깝다
"나는 더 얘기가 하고픈데....
당신 피곤한 것 같으니까 어서 가봐요
운전 조심하고"
선선한 준형의 반응이 재인은 새삼스럽다
'아참 우리는 남이지
언제나 맹목적인 사람인데 조금 변했나보다'
재인이 눈을 들어 준형을 바라 본다
재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는 준형이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얼핏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본것 같아 재인은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그만 가볼께요"
"응 당신 얼굴이 영 안좋아 무리하지 말고
건강부터 챙겨요" 준형의 목이 멘다
"네 준형씨도 건강 조심하세요"
"잘가!"
재인이 시동을 켜자 준형이 무슨말을 하는것 같아
문을 내리고 내어다 보자
"아냐, 잘가라구
내가 연락해도 당신 나 안보겠지?"
"........"
"괜찮아, 내가 얼마나 당신 맘 상하게 했는데
미안하다는 사과조차도 할 수 없는걸...
정말 미안하오,
이말이 너무 하고싶었소
매일밤마다 당신에게 내가 한말인데...
하고픈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아뭏튼 건강 조심하고 잘지내도록 해요"
"네, 안녕히 가세요"
재인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준형은 목이 잠긴다
'바보같이 이렇게 만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차에서 한참을 회상에 잠겨 있던 준형이 출발하여 10여분을 오다 보니
재인의 차가 길가로 주차되어 있어 깜짝 놀라 내렸다.
"왜그래?"
허둥거리며 재인에게 다가가던 준형을 얼어 붙었다
재인이 울고 있었다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는게 보였다.
차문을 열자 재인이 소스라친다.
"이렇게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데 당신 왜이래"
"아녜요, 갈께요"
"아냐, 이렇게는 당신 못보내, 내려봐요"
"아네요"
"이리 내려봐요 내가 데려다 줄께"
"아녜요"
"뭐가 아냐, 혼자 보내기엔 너무 위험해 잠깐만 있어 봐요"
적당한 곳에 자신을 차를 세우고 재인의 차로 다가온 준형을 보고
재인이 힘없이 "준형씨 그만 가봐요, 나 괜찮아요"
"고집부리지 마, 나 당신 어떻게 하지 않아,
옆자리로 가요"
고집을 부리던 재인이 차에서 내리다 휘청거린다
그녀를 부축하는 준형이 너무 가벼운 무게에 목이 메인다
"왜 이렇게 가벼워...."
준형의 목메인 소리에 재인이 소리 없이 운다
그녀를 품안에 다시 안으며 준형은 눈물을 닦아 준다
"울지마, 나때문에 운 세월이 얼마인데
당신 울지마"
집으로 가는 동안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준형은 하늘을 날으는것 같아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쉼없이 얘기를 한다
자신의 직장 동료얘기, 일얘기...
재인과 사는동안 전혀 하지 않던 이야기였다.
그래도 끝까지 말없는 그녀를 보며 준형은 가슴이 아프다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준형이 악수를 청하자
"들어가서 얘기 좀 해요, 저 사실 당신에게 얘기할게
있어요"
뜻밖의 제안에 준형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꼭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오늘 저 너무 놀랐어요, 다시는 준형씨 마주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인희가 당신얘기를 해도 나는 만날일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들어가요 우리"
우리라는 단어에 준형의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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