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초기에는 자신도 제어 할 수 없는 재인에 대한 집착으로
줄곧 그녀를 괴롭혔고
경리와의 만남 이후에는 재인에 대한 경계의 눈길은 줄었지만
직장에서 남자직원들과 회식 조차도 끔찍히 싫어 했다.
그런 그에게
재인은 별 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자신을 죽여갔다.
아니 스스로 죽어 가고 있었다.
지나와 돌이켜 보니 준형이 그녀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던 거였다.
자존심 강한 재인은 남 모르게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밝은 얼굴을 하고 다녔지만 그녀 자신의 빛은 서서히 꺼져 가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경리 시부가 재인에게는 은인이었다.
자신에게서 재인을 놓여 나게 했으니....
준형은 갑자기 목이 메였다.
몰래 보고 온 재인이 못견디게 그립다.
풀내음 풍기던 그녀의 몸....
휘청거릴만큼 갸냘픈 그녀의 몸매...
'내가 왜 이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인걸
내게 얼마나 몸서릴 쳤을 재인인데.....
무슨 염치로..'
자리를 틀고 일어난 준형은 차를 몰고 시외로 달렸다.
막연히 가다가 보니 언젠가 재인의 부탁으로 한번 다녀갔던 곳이다.
그녀랑 결혼 초
전국의 사찰을 다 돌아 보자는 약속을 했었지만
경리와 만남이후 그녀의 무서운 독점력 때문에
부부 동반으로 변변한 외식조차 못 했었다.
그 만큼 재인에게 불성실했다. 자신은....
사람들의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님...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부처님의 인자한 눈빛이 자신을 내려다 보시는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내면을 거울로 비추고 계시는 것처럼....
흠칠 몸을 떨며 준형이 차를 돌렸다.
그 시간 재인은 백 팔배를 하고 있었다.
산아래 준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체.
'감사합니다. 부처님
매사에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더 망가지지 않도록 살펴 주시고
더 황폐해 지기전 끝낼수 있도록 도와 주셔셔....
제 삶이 온전해 지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제게 인연진 모든 이들이 모두 행복하게 하소서..
나무 관세음 보살 관세음보살.................'
절을 마친 재인은 물을 마시며 상쾌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집으로 가자면 빨리 내려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이게 누군가?
언제 오셨나? 하두 오래 안보이기에
이제 인연 끊었나 했더니... 하하하"
법전 스님이셨다.
"아~~ 스님
인사도 못드리고 올라 왔는데..
죄송합니다"
"아녀 아녀
이렇게 보는게 인사지
어찌 이래 무심하셨나
간간이 혜심에게서 보살 소식을 듣고 있었지
그래도 건강해 보이네
약해서 탈이여 보살은 무엇보다도 건강을 챙겨야 돼"
"아 네"
재인의 눈가가 붉어 오는것을 보며
법전 스님은 '여린것이 얼마나 마음앓이를 했을꼬'
"자자 이러지 말고 절로 내려가지
오늘 절에서 지내고 가지?
내일 일요일이니 그래도 되겠지?"
"준비없이 왔어요
오늘은 그냥 갔다가 다음에 또 올께요. 스님"
"그래? 그럼 차한잔 하고 가세"
"네"
별다른 말없이 재인은
스님뒤를 따라 절로 내려 왔다.
법당 옆을 지나 스님 거처를 향해 가던 재인은
법당 앞 절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
얼어 붙었다.
그다. 준형이었다.
법당 앞에서 반배를 끝낸 준형은
무심히 돌아서다 소스라쳤다.
그녀 재인이었다
"보살 뭐하고 있어 어서 오시게"
"네? 아 네"
얼어버린 재인의 눈길을 따라 보던 법전스님은
"아니 이게 누군가
거사님 아니신가
어서 오시게
두분이......
허 허 참
인연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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