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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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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


BY 재인 2006-06-07

전화기를 놓은 재인의 손이 덜덜 떨렸다.

웬만한 일에 격해 지는 일이 없는 재인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준형의 모는 재인에 있어

불가사의하고 이해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탐욕스럽고

어쩌면 단순하고 꾀없는 노인네 였지만

재인의 기억속에선

재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장애의 산이었다.

사람을 천성적으로 미원하지 않는 재인으로선

힘들고 힘든 상대였다.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을 무던히도 했지만

어쩔수없이 미워지곤 하던  사람이다.

 

결혼하기전 인사 갔을때

재인의 손을 보담듬으며

"우째 이리 곱고

선하게 생겼을꼬

내새끼 눈이 과연 빼어나구만

우째이리 고운 색씰 데려 욌을꼬..."

연신 벙글거리며 좋아라 하며

"아무 걱정 말고 우리집에 오게

자네는 아무 걱정할것 없네

내가 정말 잘할테니

내 새끼가 좋다면 나는

무조건 좋으니께...

야 야 나 참 좋타

니 눈을 내가 이때것 믿고

기다려온 보람이 있네

고맙다.

이런 애길 데리고 와줘서"

준형은 내내 말이 없었지. 그때 알아봤어야 할것을....

 

 

그후 노인네는 툭하면 전활 했다.

오늘은 몸이 아프니 약을 사다 달라

오늘은 누구 집에 며눌이 그 시어미한테 옷을 사다 줬으니

니도 내옷 사 달라

누구네 며느리는 용돈을 얼마 주고 갔다더구나

또 누구네 며느리는 시어미 입맛없다고

찬거리를 잔뜩 사다 주고 갔다더구나....

끝이 없었다.

 

처음 부터 재인의 실수 였는지도 모른다.

준형에게 의논하고

그 집을 드나들어야 했는데...

왜인지 준형이 어머니를 멀리하는것 같아

가엾은 마음에

진정으로 대했는데

그것이 재인의 실수 였었다.

 

노인네는

한번 두번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갈수록 요구 사항이 늘어만 갔었다.

 

그래도 재인은

웬만한 요구사항은 들어 주었다.

 

혼자서 큰집에 덩그마니

살아간다는것이 불쌍해 보였기에...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손을 놓았다.

 

언젠가 준형과 주말을 보내러 시댁에 갔을때 였다

준형은 야간 작업을 핑계로

경리를 만나러 가고 없을때

노인네가 말했다.

"니는 언제 그렇게 본데가 없나?

왜 그렇게 친정만 좋아하고 시어미 알길 우습게 아나?"

무슨말인지 몰라 재인의 눈이 커졌을때

"니 친정에는 자주 가제

나한테 오는게 그리 싫더나?

전화해야지만 오고"

거의 매일 전화로 불러 냈던 싱어머니 였기에

재인은 할말을 잃었다.

"어머니 저 친정에 갈 시간 별로 없어요.

그리고 거의 매일이다 시피 제가 다녀 가잖아요"

"하이구 내가 전화하면 얼굴 삐쭉 비추는것 말이냐?

니가 시에미 따뜻한 밥 한번 해 줘 봤냐?"

할말이 없었다.

준형이 있을때 부엌으로 들어가는 재인은 늘 밀어내고

전화로 요구사항을 듣고

집으로 들리면

오느라 수고했다며

늘상 간사한 웃음을 날리던 노인네 였기에...

 

다음날 일요일

재인이 아침을 차려 놓고

"진지드세요"

"애구 나 아파서 못 먹겄네

너희들이나 먹어라"

2번 3번 간청하는 재인에게

화까지 내면서 돌아 누웠다.

준형은 "빨리 먹고 가자

나 다시 회사 가봐야돼"

그날 준형은 새벽 2시에

오데코롱 향을 풍기며 들어 왔었다.

여자를 만나고 들어온날은 늘 그 향이 나서

재인은 속이 메스꺼웠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는 아들 내외에게 돌아 누운채 인사도 없었다.

재인은 항상 다른 얼굴을 는 노인네를 보며

조금씩 지쳐 갔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재인의 지갑을 두고 와서

"뭐하는 여자야"라는 소리를 들으며

집안으로 들어가던

재인은 경악했다

아프다고 머리를 싸고

누웠던 시어머니가

양푼에 밥을 가득 비벼 놓고

숟가락 가득 밥을 퍼 입에 넣는 찰라 였다.

 

시어머니의 놀란 왕방울 눈을 보며

재인은 자기가 더 놀랐다.

'아 ! 사람이 저럴수 도 있구나

 이상한 분이네 내게 꼭 저럴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