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독서실은 학교와 먼곳에 있어 다행이 우리학교 학생들은 없는듯했다.
적어도 여자 열람실은 그랬다.
남자애들은 그애가 그애처럼 느껴져서 오다가다 스쳐보긴했는데
우리학교 학생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갖질않았다.물론 남자애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생머리 길고 가냘프고 얼굴흰 그런류의
스타일은 적어도 아니였다.아마 남자야들보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이였을 것이다.
남녀공학이긴 했지만 반은 나뉘어 있었고 몇몇 얼굴을 아는친구는 있었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었다.
생리를 늦게하고 브래지어도 남보다 늦게 한편이라 그런지
이성에대한 관심도 남보다 늦는듯 했다.
게다가 항상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따위를 짝사랑하거나 관심같기엔
내 자존심은 턱없이 높았다.내세울것 없이 자존심만 드높은것 아무래도 유전인듯했다.
엄마나 아빠나 외모나 품행이 적어도 아빠가 좋아하는 교수님정도의
분위기를 풍기고 배운건 없지만 그정도의 에티켓도 가지고 있었다.
식당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엄마에겐 딱하게도 곱게자란 사람이
나쁜일을 격었나보다 측은하게 여길정도였고
막노동을 하던 아빠에겐 뭐 일이나 제대로 할수있겠수,,? 배운양반이?
하고 못미더운 눈치를 주기도 했다.
알다싶이 엄마는 가난한 집 막내딸로 어려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받고 집안 잡일을
해오다가 아빠를 만나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전에 집에서 탈출을 했고
아빠는 고아로 자라 세상잡일 안해본일 없이 다 해본사람이였다.
그피를 받은 나또한 풍기는 외모는 번듯하여 본의아니게 부잣집 딸이란 오해를
받고있었다.
2층은 여자열람실이고 3층은 남자열람실이였다.
그시간쯤가면 총무아저씨라고 부르는 안경쓰고 마르고 얼굴이 긴20대후반의 아저씨가
1층의 휴게실에서 사발면을 먹고있었다.
내가 가면 친한듯 말을걸곤 했다.
[윤주왔니? 너 어제도 그냥 갔더라.
밤 10시부터 30분마다 봉고차로 데려다주는데
시간마춰 나와. 그냥 걸어가지 말고..
요즘 인신매매로 흉흉한 세상인데...
알았니..?]
나와 길게 말도 나누워본적 없는데 언제나 저렇게 친한듯 말을 붙이곤 했다.
고시를 공부하는건지 편입준비를 하는건지 두꺼운 뿔테안경을 끼고
책을 항상 옆에 쌓아두고는 볼펜을 굴리며 1층의 데스크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였다.
때론 남자아이들은 안풀리는 수학문제를 들고와 그 총리아저씨에게 묻곤하는것 같았다.
[네...]
대답은 그렇게 했다. 싫어요 라고 말하면 말이 길어질테니까.
나는 왠지 그 아저씨가 싫었다. 꺼벙한 눈빛이 가끔은 능글맞게 변하기도 하는데
글럴땐 소름이 온몸에 쫙 돋아나는 느낌이였다.
나는 또 12시 15분정도에 혼자 걸어서 집으로 갈것이다.
아무도 없는 밤골목을 걷는것이 좋았다.
가끔 눈을 번쩍이는며 뭔가원하는듯 노려보는 밤고양이들이 무섭긴했지만
좁은 봉고차에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과섞여
차례로 집앞에 내리긴 싫었다.
게다가 우리집은 담끝도보이지 않는 으리으리한 집이였으니까.
물론 난 쪽문을 열고 들어갈것이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의 땀을 말려주고 있었다.
제일 코너의 구석자리가 나의 지정석이였다.
위선반에는 내 참고서들과 자명종과 보라색들꽃이 그려진 컵이 놓여져있고
나는 열쇠를 가지고다니면서 또하나의 내공간인 선반의 문을 열기를 좋아했다.
향기가나는 종이공책을 친구에게 선물받아었는데 선반을 열때마다
그향이 나를 자극했다.
아직이른시간이라 학생들이 없는듯했다
원래 여자열람실엔 사람이 늘 별로 없긴 헸다.
영어책을 펴고 워크맨에 듣기평가 테이프를 틀어서 듣고있었다.
테이프속의 수잔과 존이아닌 다른사람들의 목소리가 같이들렸다.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이자 나아닌 다른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뭔가 소근거리고 작은소리로 웃고 하더니
약간 낮선 숨소리와 신음소리같은것도 들려왔다.
뭐야...?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선 다른사람의 책넘기는 소리도 무척 민감하게 들리는데
본능적으로도 낯설고 끈적거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신경쓰여 주위를 둘러보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앉은자리와 반대쪽 맞은편 구석의 끝자리.
내또래임이 확실한 두명의 여자. 얼핏보기에도 예쁘게 생긴 머리가 긴 아이는
의자에 앉아있고 또 한애는 그 여자애의 뒤에 서있었다.
아마 사진같은것을 같이 보는듯했다.
앉아있는 여자애가 가끔 뒤를 보며 소근대고 있었기때문에
하얗고 큰눈을 가진 그애의 얼굴을 확실히 볼수있었다.
이쁘다...
서있는 애는 약간 키가 큰듯했는데 앉아있는 여자애의 머리를 쓸어주거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떠들려면 나가서 떠들지.
별일 아닌듯하여 고개를 돌리려는데
순간적으로 이상한 모습이 내눈에 비추어 졌다.
서있는 여자애가 앉아있는 여자애의 목덜미에 천천히 입을 맞추었고
어깨에 있던 오른손을 깊이파진 브이넥 셔츠속으로 손을
쑥 넣더니 젖가슴을 만지고 있는것이였다.
헉. 뭐야 제네...???
앉아있는 애도 싫지않은것 같았다.눈을 감고 웃더니 몸을 서있는 애를 향해 돌렸다.
서있던 키큰애는 무릎을 꿇고는 앉아있는 애의 분홍색 면스커트를 말아올리더니
다리사이로 손을 집어넣었고 앉아있는애는 몸을 젖히며 신음을 참았다.
그리고 서로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앉아있는애가 서있는 애의 어깨를 툭툭치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고
무뤂을 꿇고있던 여자애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까지 저런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고있었던것은 아니였다.
꼭 거짓말을 보고있는듯 상상도 할수없는 믿기지 않는 장면이여서
내 몸과 눈은 그렇게 얼어붙어있었다.
키큰여자애가 나를 쳐다보았다.
[야! 너 변태냐..? 뭘봐? 관음증있냐구...? ]
그애는 작지만 여기까지 확실히 들리는 크기의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했고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책상가까이 몸을 붙였다.
생각해보니 키큰여자애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였다.
그때는 너무 당황되어 기억할수는 없었지만.
꼼짝도 안하고 두시간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두애들이 가방을 싸고 나가는 소리가 들려서야
긴장이 풀렸고 저녁을 먹지않았다는 생각에 심한 공복이 밀려왔다.
지갑을 들고 독서실앞의 세븐일레븐을 향해걸어갔다,
시계를 보았다. 저녁 8시...
아까 그애들은 뭐야...내 친구들끼리도 가끔은 볼에 뽀뽀를 해준다던지
장난스레 가슴을 만짐다는지 하는 정도의 스킴쉽도 있었고
또 중학교때는 왠지 남자같은 느낌을 주는 여선배에게 꽃을 준다거나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정도의 행동은 많이 보아왔지만
아까 내가보았던것은 정말 충격적이였다.
말로만 듣던 진짜 레즈비언이였다.그것도 독서실구석에 앉아 버젓이 그런행동을
하고있었다.
[부산에 사는 우리 사촌언니가 말해준건데.
자기가 다니던 여고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였데...
다른반인 두여자애가 2교시 끝나고 생일통이 너무 심하다고 양호실로 왔길래
양호선생님이 좀 쉬어라 하고 잠시 나깄다가 들어와봤더니.
그 두여자애가 벌거벗고 엉겨있드란다.]
학교에서 예전에 친구들과 했던말이 떠올랐다.엉겨있다는 말이 무척 자극적이였다.
[...에엣? 거짓말. 여자랑 여자가 뭘하겠다구? 결정적인 그 무언가가 없잖아.
뭘로 하는데...?]
아이들이 큭큭대며 웃었다.
[내여자 동생은 엄마아빠방문열었다가 그걸하고있는 엄마아빠를 봤데.
아빠가 당황해서는 허둥지둥 하드래.]
[에이~~문좀 잠구고 하시지. 급하셨나보네....]
우리는 경험은 없었지만 전문가처럼 성에대해 모여앉아 애기하곤 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항상 궁금하기만 한 여자아이일 뿐이였다.
그런데 난 정상적이지도않은 성행위 비슷한 장면을 보아버렸다.
머리를 흔들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내일 이 이야기를
어떻게 내친구들에게 극적으로 설명해주나 생각도 했다.
진열대위의 라면을 고르고 있었다. 집에가서 엄마가 해놓은 장조림에
따스한 밤이 먹고싶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집까지 걸어갈 힘이 없었다.
사발면에 물을 붓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아까독서실에 있던 그애들이 손을잡고
다정하게 지나가는것이 보였다.
죄진건 내가 아닌데 순간적으로 긴장되어 나무젓가락을 떨어뜨렸다.
젓가락을 주으러 고래를 숙이는데 문을열고 들어오는 두사람의 신발이 보였다.
한사람은 갈색의 모카신을 신고있었고 한쪽은 하얀색의 단화를 신고있었다.
[어서오세요.]
세븐일레븐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큰소리로 인사를 했고
나는 고개를 들어 신발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아까 그애들이였다.
머리긴애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내시선을 피했고
키크던애는 입끝을 올리며 이상한 웃을을 내게 보였다.
나가서 싶었지만 3분컵라면을 먹어야했다. 배가고팠기도 했지만 라면을 두고 나간다면
야 너 왜 그냥나가...먹고가!!!
라고 그키큰애가 내 머리채라도 휘어잡을것 같았다.
그애들도 컵라면을 가져와 내옆에서서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루륵 내 입으로 들어가는 라면소리가 참 크게도 느껴졌다.
키크던 여자애가 내옆에 바짝붙어서있었기때문에 라면을 어떻게 먹고있는건지도 몰랐다.
빨리 다먹고 나가고 싶었다.
[ 이 윤주 !! 넌 라면먹을때 김치도 안먹냐..? 내가 꼬마김치하나 사줄까...?]
키큰 여자애는 라면을 먹고있는 내귀에 입을 바짝 붙이곤 그렇게 말했다.
이윤주는 내이름이였고 김치없이 라면 먹는애는 나였다.
그키큰 여자애가 나를 알고있었다.
나는 놀라 사래가 들려 눈물을 흘리며 기침을 해댔고
또 떨어진 나무젓가락을 줏으러 고개를 숙였다.
그 키큰애가 신고있는것은 갈색 모카신이였다.
정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신발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