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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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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클럽에서 만난여자..


BY 홍 영 옥 2004-07-07

 

이민국 사람들은 항상 새벽에 들이 닥친다고 하였다.

 

그래야 둘이 한집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신던 신발 몇 켤레와 양복, 그리고 헌옷가지 들을 그녀 집에

 

가져 다 주었다. 함께 살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인 것 이었다.

 

 명순 은 그 집의 모든 ‘페 이 먼 트’ 의 주인을 “유 진국”이란 내 이름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파트의 계약서도 매니저한테 부탁하여 바꿔 놓았다고 하였다.

 

전기, 전화요금을 비롯하여 가전제품 사는 것, 헬스클럽회원권도

 

 모조리 우리는 공동 명의이어야만 했다.

 

 나는 매일 새벽 6시에는 내가 살고 있는 곳 에서 삼십분 거리에 있는

 

 명순 의집인 부에나 팍 에 가 있었다.

 

그렇게 이년동안이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녀의 집에 들어가서

 

십분 만에 커피 한잔만 들고 나오는 저릿저릿 한 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엔 아파트 입구에 백인남자가 차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틀림없이 이민국에서 조사하러 나온 사람이구나 하고 당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페인트 일도 기술자로 인정받고 큰 회사의 하청을 받아서

 

 일을 하니까 수입도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갔다.

 

 선희 의 편지를 받았던 어느 날, 저녁을 먹은 뒤였지만 털털거리는 차를

 

몰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따스했던 살 속의 감촉이 너무 그리워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가든 그로브 길에 있는 “삼 청 각”이라고 한국 사람이 운영한다는

 

 나이트클럽 에 들어갔다.

 

한 쪽에서 두 명의 히스패닉이 술을 마시면서 떠들고 있었고,

 

입구 오른쪽 테이블 에는 서른 살 은 넘어 보이는 몸집이 작고 가무잡잡한

 

여자가 거울을 보면서 움푹 들어간 작은 눈을 크게 보이고 싶은지

 

연신 눈썹을 올리느라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앉아 있었다.

 

나는 뒤쪽으로 걸어가 끝자리에 털석 앉았다.

 

 조금 뒤 언제 보았는지 그녀는 반짝이는 진주 빛 귀고리를 찰랑거리며

 

내 옆에 와서 찰싹 앉았다.

 

“ 술이 마시고 싶어요. 한잔만 사 주실래요?” 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것저것 안주와 술을 시키고 마치 왕을 대접하듯이 내게 시중을

 

들어주더니, 매상 올리려고 자꾸 들이키던 ‘데 낄 라’ 멕시코 양주에

 

 그녀가 먼저 취하여 자신의 신세한탄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넋두리는 그 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한국에서 동두천에 살 때 미군을 만나 결혼하여 미국까지 와서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도 남편이란 작자가 새까만 동양여자라고 점점 미워하고

 

 구박하여 집을 나와서 술집에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뒤 다시 한국남자와 사랑하게 되어 한집에 살았는데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거기에 손찌검까지 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다시

 

 이혼하고 지금은 중국남자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 왈, “그런데 어찌나 뙤놈 인지 마 켙 에서 식품 사는 것도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고 지독히도 소금보다 더 짜고 의심이 많아서

 

이렇게 손님한테서나 술을 얻어 마신다우.” 하였다.

 

한국에서의 원래 성은 장씨 였지 만 지금은 세 번 결혼한 남편의 성이

 

 이름 앞에 모조리 붙어있어 “매퀸 박 챠우 춘자”라는 것이었다.

 

 나는 더 헝클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