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한가롭고 여유로와 보였다. 차안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잔 물결을 보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차안으로 흐르는 재즈가 2시가 조금 넘은 지금과는 좀 어울리지 않았다.차안의 공긴 에어컨 바람으로 피부가 느끼기에 딱 좋은 온도 였지만 계속된 침묵으로 인해 난 갑갑했고,속이 타들어 갔다.영화을 보러 간다고 해 놓구선 여긴왜 ? 하는 의구심이 들어 차현석을 봤다.내 시선에 머쓱해 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고선 현석이 말했다.
"난 알다시피 연애 경험이 없어 이성과 단둘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잘 몰라.많이 어색하고 불편하지....?"
"전에그러지 않았나요? 끝까지 가보진 않았지만 그 전까진 많은 경험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스킨쉽을 하려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건데 연애 경험이 전후무후 하다는게 이해가 안되요....."
정말 그랬다.끝까지는 못 갔지만 어느 정도 깊은 스킨쉽 경험은 있다고 했었는데 ,이해가 안되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현석이 핸들에 걸쳐 두었던 팔을 치우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건 예기치 않는 어쩔수 없는 상황속에서 이루워진 일들이라서 그래...."
".....어쩔수 없는 상황? 그게 뭔데요?...."
"그냥 친구들과 함께 모이는 파티에 갔다가 어쩌다 생기는 흔한일들....그런 경험 밖에 없어서 진정한 연애 기술은 잘 몰라."
이럴땐 참으로 빠르기도 한 내 이해력. 원나잇 스탠드.하룻밤 즐기기위해서 가지는 만남의 시간.갑자기 유미와 윤동진이 떠올랐다.
"나 사실 아까 파스타 집에서 좀 그랬어."
조금은 착잡한 듯한 목소리.유미와 윤동진을 얼른 머리속에서 지우고 날 보는 현석을 봤다.물기가 돈듯 촉촉한 눈빛의 현석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무안해 하며 시선을 돌리는 날 보며 현석이 입술 한쪽을 올리며 미소을 만들었다.
"부럽더군. 둘이 딱 붙어 앉아 서로 먹여주고,닦아주며 눈 마주치면 미소짓는 커플들.세상에 아무도 없고 단 둘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들이 많이 부러웠어.그러면서,갑자기 화가나고 슬퍼졌어."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모를 듯한 소리만 하고 있는 현석의 행동에 난 당황이 되었다. 내게서 시선 비키지 않고,어색하고 무안해 눈 마주치길 피하는 내 시선을 끝까지 붙잡아 눈 맞추려는 현석의 행동에 난 아무 이유없는 잘못에 어쩔줄을 몰라 하는 학생이 되어 버렸다.
"신영씨도 그랬어?"
"네?"
"예전에 ,연애 할때 말야.아까 거기서 본 다정한 연인들 처럼 그렇게 연애을 했었어?"
정말 답지 않은 질문이다. 웬지 약한 남자 같은 포스를 풍기는 현석의 모습이 낯설었다. 과거사는 쿨하게 넘기는 남잔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과거사을 들추는 건지 모를듯한 기분이였다.언잖아 하는 내 기색을 느꼈는지 내게서 고갤 돌리며 현석이 말했다.
"남자란 동물은 정말 이기적이야. 난 그렇지 않다고 평소 여자 친구의 과거에 대해 속상해 하고 화을 내는 녀석들을 보면 옹졸하고 치사한 녀석들이라고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닥치고 보니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것 같아."
점점 모를 소리만 하고 있는 현석이였다.
"왜 내가 신영씨의 처음이 아니였는지 화가 나고 ,슬퍼져. 어쩌면 우린 더 빠르게 만날수도 있었을 텐데.좀더 일찍 만나 약혼이라도 해두고 유학을 갈걸 그랬어.갑자기 후회가 돼."
"정말 왜그래요?우리가 어떻게 일찍 만난다는 거예요?"
"우리 이 만남. 사실은 오래전에 양쪽 집안에서 계획되어져 있었던거야.나도 알게 된건 얼마 안됐지만 예전에 학기 마치고 유학갈때 어머니가 한번 언급 한적 있었거든. 괜찮은 참한 아가씨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냐구 했었거든."
".........?"
"졸업하면 바로 동진이랑 유학이 잡혀 있어 난 그때 여자을 만난다는 거에 관심이 없었어. 할아버님 나이에 조급증이 있었거든. 얼른 공불 끝마치고 회사로 들어와서 아버지을 도와야 겠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어차피 결혼은 그 후에 해도 될거라는 생각이였고.집안 끼리 맞물려 하는 정략 결혼은 피하고 싶었거든.그때 만나 보라던 아가씨가 아직 대학도 졸업안했다는 얘기에 그냥 없었던 얘기로 하고 넘어 갔어. 생각보다 집에서도 더 이상의 권유는 없기에 쉽게 생각했었더랬어.사실 그땐 결혼 하기엔 나이가 너무 이른 것도 있었고."
"근데 ....그 만나보라던 아가씨가 저 였나요?"
"응,우리가 좋은 만남을 가지기로 했다고 하니까 어머님이 말씀하시더라고.인연이 될려고 하는것 같다면서 예전일을 말씀해 주셨던 거야. 그때 미리 만나 만남을 가졌다면 이렇게 시간낭비하며 빙 돌아 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너무 돌아와서 화가나."
얼굴 표정은 전혀 화난게 아니면서, 정말 뜻밖의 얘기였다. 난 한번도 들은적 없는 금시초문의 얘기였다.그때 만나서 내 첫 연애 대상이 못된게 화가 나고 슬프다는 말이 좀 억지 스러웠다. 소유욕이 이리 강하단 말인가?좀 의외의 모습이였다.
톰쿠르즈가 나오는 미션임파서블 3 을 보았다. 미리 예약하고 나온게 아니여서 마땅한 표가 없을 것 같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시간에 맞는 표가 있었는데 그 영화가 미션 이였다. 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보는 내내 말이 필요없을 정도의 집중력을 주는 영화 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인질로 하고 시작된 영화는 지금 까지의 미션 시리즈중 가장 나았다.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내내 화면에서 시선을 돌릴수가 없을 만큼 몰입이 되었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으로 들어간 스시집에서 우린 낮보단 좀 자연스러워 졌다. 함께 본 영화 얘기로 말문을 터서 인지 주문한 식사가 나오는 동안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톰크루즈가 연기는 잘하지만 평소의 모습은 별 매력이 없다는 내말에 현석이 피식 웃었다.
"왜 매력이 없어? 늘 보면 진지한듯 하면서도 위트와 유머 감각이 있던데..?"
"기럭지가 너무 짧아요.포샵처리 심하게 해서 영화에선 멋져 보이지만 영화 밖에선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고.성격도 좋아 보이지 않아요...."
"자기 타입이 아닌거 아냐?"
"아마 그렇겠죠?"
괜히 말 꺼내놓고 멋적어 졌다. 방금 내가 한말을 종합해 보면 난 꽤나 외모주의 라고 말한거나 마찬가지였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늙을 수록 영계를 밝히는 응큼한 남자들 처럼 내가 꼭 그꼴이 되어버렸다. 입안에 들은 연어 스시가 딱딱한 치즈 맛처럼 느껴졌다. 얼른 녹차향이 깃든 물을 마셨지만 먹구름이 끼어져 버린 가슴은 시원해지지가 않았다. 그런 날 보고 피식 거리는 현석의 눈짓도 맘에 들지 않았다.갑자기 머리가 텅빈 여자가 되어버렸다.속물 근성이 지배적인 여자.아.정말 자존심이 팍 상해져 버렸다!!
"기럭지가 어느만큼 길어야 멋진거야? 난 184 cm인데.요즘 신입들 보니까 다들 키가 크더라구.난 평균은 되지 않을까?"
칫,우리나라 남자들이 요즘 평균 키가 많이들 커졌다고 하지만 184가 평균이면 그렇지 못한 남자들은 모두 평균이하란 말인가? 175도 안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무슨 자랑질도 아니고 정말,흘겨보는 내 시선에 현석은 멋적은지 헛웃음을 날렸다.
보기좋게 담겨져 나온 초밥을 비우고 과일 샐러드에 보이차를 곁들여 마셨다. 창밖으로 해가 저물어 이젠 거의 어두워 지고 있었다. 맑은 흰색에 검은색의 물감 한방울을 썩은 정도의 어둠.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했지만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게 왜이리 아쉬운지.어둠이 성큼 성큼 내려오는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어제도 늦게 들어 갔는데 오늘도 늦게 들어가면 너무 피곤할까? 이젠 더이상의 계획은 없는데......"
말 진짜 못한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연애 경험 없다는게 진짜 맞나 보다. 지금 이상황에서 저런말이나 하고 .빨리 헤어지고 싶다는 말인거야 ? 괜히 기분이 다운됐다. 혼자만 너무 좋은 티을 내고 있었나 보다. 시간 떼우려 아껴 마시던 보이차를 한번에 마시고 내려놓았다.
" 그럼 ...일어날까요?"
약간은 새초롬하게 말이 나왔다. 내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현석도 벗어놓았던 자켓을 입고 먼저 나섰다. 정말 기분이 꽝 이였다.
화장실에 잠깐 들러 나왔더니 가게 앞에 벌써 차를 빼놓고 있었다. 아는 지인이 하는 초밥 집이라고 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나 흐르는 음악이나 음식맛이 딱 들어 맞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초밥집 이였다. 나중에 유미와 다시 한번 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못지 않게 초밥 킬러인 유미인데 더구나 이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거의 열광하는 수준의 유미였다. 유미의 블로그에 가보면 모두 인테리어나 맛집에 관한 것 뿐이였다.
차안에 흐르는 음악은 씨야의 노래 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에 좀 안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노래 좋아요....?"
"그냥.라디오야.가지고 있는게 째즈 뿐이라서."
"난 째즈 괜찮은데..."
"그래..? 째즈바에 자주가...?"
"종종 가요.유미나 저나 남자친구도 없고 교유관계 폭이 넓은 것도 아니라서 그냥 마땅히 계획이 없거나 하면 째즈바에 앉아 있더라구요......"
피식 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정말 생각해 보니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쉬고 싶으면 들어가는곳이 째즈 바 였다. 자조적으로 피식 거리는 날 잠시 보다가 현석이 말했다.
"둘이 있을땐 말내리지.나이도 두살 차이인데.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져...."
"천천히 할께요.아직은 알아 가는 단계니까.자연스럽게 나오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내말에 현석은 날 잘시 보더니 갑자기 쿡쿡 거리며 웃었다.
"예전에 유미씨와 내 흉 볼땐 거의 막말하는 수준 아니였어......?"
"...........?"
"둘이 만나면 매번 나와 동진이 씹었을꺼 아냐? 둘다 겉멋만 들어 재수 없다고 ....."
"무슨 소리예요?나와 유미가 왜 ......"
"동진이가 그러던데? 둘이서 우리 얘기 자주 하는것 같은데 그게 모두 욕이라구 그러던데?그럼 아녔어? 예전에 신영씨가 나 대하는것 보면 그러고도 남을것 같다는 생각 나도 했었는데."
"우리가 그렇게 할일이 없진 않답니다.아무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을 뒤에서 욕할 만큼 바보들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웬지 그말 너무 아픈데...."
".........?"
"그말을 그대로 직역해 보면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잖아.미움보다 더 비참하고 힘든건 무관심 이라는데.나와 동진이 에게 그정도의 호감도 없었단 말야....?"
"그건..."
참 난감했다.어떻게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건지.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사실 둘의 얘길 몇번 한적은 있었지만 유미나 나나 서로 말만 할뿐 상대방이 누구에게 관심이 있다는 얘기는 거의 없었다.더구나 우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여겼다. 괜히 관심 가져봤자 속만 태운다는 생각으로 있었기에 둘이 만나서는 두사람에 대한 얘긴 별로 주고 받지 않았다.두 사람하고 직접 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철없는 나이도 아닌데 연예인 좋아 하듯이 뜬구름 잡는 얘긴 잘 않하는 편이라, 집에서 혼자 속앓이는 했을 망정,둘이 있을땐 내색을 안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때 들리는 얘기로 동진이나 나나 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두사람 취향이 좀 별난것 아냐? 아님 동안이나 연하가 취미인거야...?"
" 절대 그건 아녜요.연하는 딱 질색이예요..."
"그럼 다행이네.가끔 동기 모임때 클럽에 가면 브르스 타임 있었잖아?기껏 용기내서 손 내밀면 왜 그렇게 싫은 티 내면서 거절한거야?장난으로라도 한번쯤은 받아 줄 수도 있었잖아?"
"그땐, 동기 모임 이라고 해도 몇몇이서 대놓고 동진씨와 현석씨 맘에 있다며 도와 달라고 했었기에 의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어요.그리고 두분도 그 여자분들과 특별히 친하게 지냈잖아요?"
현석의 양 미간이 좀 찌뿌려 졌다.
"우리가 특별히 친하게 지냈던 여자들이 누구라구?난 기억에 없는데....?"
"...글쎄요.그건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내가 보는 관점에서 그렇게 보였다는 얘기예요."
"내가 신영씨에게 관심 있을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 봤어?"
"전혀요. 늘 나와 유밀 보면 인상쓰고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면박주기 일쑤였는데 무슨 관심?아주 싫어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현석이 기막히다는 소릴냈다. 어이없다는 얼굴이다.
"관심이 없는데 ,싫어하는데 같이 몸 부데끼며 춤추자고 손을 내밀었을까봐?"
"예의상 한번씩 내민 손인데 눈치 없이 그걸 덥썩 잡을까봐?흥 ,그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는 말이지. 거절 한다고 금방 다른 여자손을 잡고 나서는 남자에게 무슨 다른 생각이 있다고."
이번엔 내 쪽에서 기막히다는 조소가 삐져 나갔다. 정말 그랬다. 우리에게 손 내밀다가 고개짓 한번에 다른 여자들에게 넘어간 손이였다.기껏 용기를 냈던 손길이라니!!말도 안되는 소리.참말로 기가 막히는 소리였다. 조금 새침하게 삐쳐 있는 날 힐끔 보던 현석이 머쓱해 하며 고갤 돌렸다.
어디로 가는건지.대화가 끊긴 틈을 타 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익숙한 곳의 그림들이 지나갔다.
"이쪽은 저희 동네완 반대 인것 같은데.집에 데려다 주는것 아니였나요....?"
"힘겹게 얻어낸 데이트인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는건 원치않아...."
".............?"
"둘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거 보단 익숙한데가 낫겠지.내 거처로 가는 거야......"
"호텔이요?"
"응.호텔이라는 어감이 주는 불순한 생각은 지워.지금까지 몇번 왔지만 내가 이상한 짓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잖아....? 괜히 몸사리지 말았으면 좋겠어.호텔이 영 신경쓰이고 불편하면 신영씨 원룸으로 갈까...?"
"우리,내일 또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요?"
"....오늘의 이 기분.지금 이 느낌을 그냥 흘려 보낸다는게 아쉬워.같이 있어도 여전히 신영씬 내 눈밖에 있는것 같고.거리가 하나도 좁혀지지 않은 것 같은 이런 기분으로 헤어지고 싶진 않아......"
"이제 시작인데 너무 빠르게 가는거 아닌가요....?"
"서로 진심을 털어놓은건 얼마 안됐지만,신영씨에게 다가간 내 맘은 이미 한참을 질러 갔어.난 이런 뜨듯미지근한 관계는 싫어.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더 남았는진 모르지만 그냥 쓸데없이 흘려보내는 감정소모 시간낭비는 막고 싶어....."
"혼자 저만치 간 마음 이라뇨? 전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 어느 정도는 맞춰 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한글 다 떼우고 구구단 까지 다 익히고 학교 입학하는게 요즘 세상이야.서로 얼굴알고 이름알고 같은 곳에서 몇년 근무하고 더 좁은 곳에서 벌써 4개월 넘게 함께 했는데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면 너무 늦는거지.걸음마 배운 아이들이 그 다음 순서로 뭘하는지 알아.....?"
"............?"
"바로 뜀빡질이야.불편하게 기어다니면서 얼마나 참았겠어? 생각처럼 쉽게 되어 지지 않는 몸을 한탄하면서 얼마나 빨리 일어나고 싶고,일어나서 걸으면 바로 뛰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얼마나 기다렸겠어?아직 걸음마 수준이면 뜀빡질을 해봐.난 이미 신영씨 심장 가까이 가서 지금 방금 신영씨 심장의 문을 열려고 문앞에 서 있으니까....."
가슴이 턱 하니 막혔다. 아니 금새 막혔다가 금새 트였다. 내 심장 문 앞에까지 와서 문을 열려고 한다는 말.어느새 지하 주차장에 멈춰있는 차.흐르던 째즈 음악도 이미 다 돌아갔는지 아무도 없는 적막함이 흘렀다.
사랑한다는 고백보다,결혼하자는 고백보다,더 한걸 들어버린듯한 기분이였다. 어떤 얼굴을 해야 할까.....?어떤 말을 해야 할까? 머리속이 텅 비워 버린 느낌이였다.
"키스 해도 돼?"
갑자기 물어온 말에 난 아무말 못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 제발 내 떨림이 너무 세서 다가오는 현석에게 느껴지지 말기를 바라며 난 입술만 .........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