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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13]


BY 플레이 걸....ㅋㅋ 2009-12-03

며칠이 또 그렇게 흘렀다. 그날 얘기후 바래다 준다는걸 혼자 가고 싶다고 거의 고집스럽게 얘길하고 돌아서 나온뒤로 벌써 삼일이 지났다. 다음날 출근해 바로 권실장과 아산공장으로 내려가서 오늘 오후에 올라 온다고 했다. 늦게 올지 모르니 일부러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전화를 수진이을 통해서 알려 왔다.회사내에 도는 소문은 내가 다시 써포트를 맡으면서 수그러 들어가고 있었다. 출장을 가버려 써포트할 시간이 없었지만 부서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얘기가 흘러나갔는지 차현석을 두고 삼각관계 운운하던 얘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들른 유미가 날 보며 물었다.

 

"내일 퇴근후 뭐할꺼야....?"

 

".....글쎄 별다른 일은 아직 없는데 하지만 찜찔방은 안가고 싶어....."

 

"알았어.나도 그건 마찬가지야.우리 저녁에 퇴근후 바로 동해로 뜰까? 정동진에 간지도 꽤 됐잖아.....?"

 

"내 차로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언니차 빌리기로 했어. 준비해서 낼 퇴근후 바로 뜨자. 찐게도 먹고, 통오징어도 먹고,시원한 바다 바람도 쐬고 오자"

 

"그렇게 하자."

 

내일은 금요일 이였다. 한동안 둘만의 시간도 없었던것 같은데 내일은 둘이서 바다를 향해 떠나가 보자는 맘이 들었다. 답답한 요즘 까스 활명수를 먹었는데도 체증이 있는 사람처럼 속이 편지 않았다. 쓰라린 것도 아니고 답답한게 안개가 가득 끼어 있는 서울 도심의 한 복판 같았다. 숨 쉬기가 쉽지가 않았다.유미가 나가는걸 보고 들어서던 수진이 날 보며 말했다.

 

" 한대리님 하고 여행 자주 다니나봐....?"

 

"....응.고교때 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잖아.친자매 보다 더 가깝고 편해...."

 

"그러니 노처녀가 되는 거라구 남잘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볼 생각은 안하구 매일 여자 둘이서 좋아 하는 것만 추구하니 외로운 놈이 끼어 들수가 있겠어 ?곧 있음 30 이구 그럼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 지는데 인생이 너무 밋밋하고 지겹지 않아...?"


"넌 보면 가끔 이렇게 깨는 소리할때 다시 보여지는거 알아....?"

 

"깨는 소리?무슨말야....?"


"신세대의 전형적인 모델같은 네가 매번 이렇게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팔자고쳐 보겠다는 소리를 한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말야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독신주의도 아니고,  한창 잘나갈때 돈많고 외모 받쳐주고, 매너 좋은 능력있는 남자 만나 연애좀 하다가 결혼하는게 뭐 나빠?결혼에 생각이 없는 독신주의 라면 몰라도, 이렇게 언니나 한 대리님 처럼 여자친구하고만 놀면 정말 나중에 호호 할머니가 되어. 버려 급하게 도매급 넘겨지듯이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난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정말 몸서리가 쳐지는것 같은 수진의 행동에 난 좀 기가 막혔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한때, 난 독신을 꿈꾸기도 했었다. 형제 많은 집의 막내로 자라면서 늘 복잡거리고 분답스런 집안 소음에 어서 빨리 나이가 들거나 아님 언니 오빠들이 빨리 제 짝을찾아 집에서 나가주길 바랬다. 혼자만의 방을 가져 보려고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해 집에서 독립해 나온게 바로 몇달전 이였다.

 

혼자 살기 시작한 계기가된건,큰오빠와 둘째 오빠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어해 본가에 들어 오면서 나와 거의 비슷한 나이 또래의 조카들이 함께 들어 오면서  방 부족으로 내가 나와 살게된 것이다.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두 오빠 내외에게 지금도 늘 고마워 하고 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품은 아니지만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함께 방을 쓰는 막내 언니의 까탈스러움에 난 결혼에 대해서 회의적이였다.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과의 생활이 견딜수 없을 만큼 힘들거라는 생각에 독신을 꿈꾸웠었다. 사람많은 곳은 무의식적으로 피할 만큼 복닥거리고 부딪치며 사는게 싫었다. 아주는 아니더라도 내켜지지는 않았다.그래서 일까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결혼에 대한 조급증이나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차현석이 나타나기 전까진, 아니, 늘 속편한 짝사랑만 하다가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살았을 거다.결혼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살았을텐데, 요즘의난 결혼에 대해서 예전처럼 편한 마음만은 아니였다.

 

퇴근 시간에 맞춰 내일 브리핑 할 서류을 챙겨 책상위에 올려놓는데 문이 열리더니 권실장과 차현석이 들어왔다. 장시간 출장길이여서 많이 피곤해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퇴근을 준비하던 수진도 갑자기 들어서는 두 남자 탓에 좀 놀라고 있었다.

 

"시원한 냉차 두잔 부탁드립니다."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권실장이 내린 지시였다.민수진이 재깍 일어나며 탕비실로 향했다.

 

"장신영씨 내일 볼 서류 준비해서 들어와요 좀 봅시다."

 

내선 불이 들어오면서 차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한건 메일로 보내고 시간을 요하는 서류만 따로 보관했는데 그걸 지금 보자는 소리였다. 마침 정리 하고 있던 참이라 난 수진이 내주는 차 쟁반을 들고 서류을 옆에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양복을 벗어 쇼파에 걸쳐두고 넥타이를 풀어 내고 단추도 몇개 끌른 지친 얼굴의 두 남자에게 들고온 민트허브 잎이 떠있는 투명한 녹색의 차를 내려 놓았다.

 

 솜씨 좋게 얼음까지 띄운 수진의 센스가 돋보였다.한번에 쭉 들이키는 두 사람 얼마나 속이 탔을까 싶었다.분명 비행기로 날아 왔을텐데 아산 공장이 준공을 며칠 앞두고 있는 요즘 이였다.냉차를 마시고 내려 놓고는 권실장이 고개를 끄떡여 보인후 밖으로 나갔다. 난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위로 가져가 올려 놓았다.

 

"약속있어?바쁘지 않으면 함께 나가 저녁이나 같이 하게..."


 돌아서서 나오려는 내게 현석이 말했다. 돌아서던 걸음을 멈추고 현석을 바라봤다.

 

"퇴근 시간 맞춰서 오느라 진짜 힘들었어 권실장이 얼마나 투덜 거리던지 저녁이나 함께해. 얼굴 본지 오래 나잖아 금방 끝내고 나갈께 밖의 둘은 먼저 퇴근시켜...."

 

아무런 말도 못해주고 돌아서 나온 사무실 밖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퇴근하라는 지시도 없었는데 사라져 버린 두사람 내게 먼저 간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사라진 민수진 이라니 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민수진이 다른 사람들은 여우라고 말해도 내겐 그렇지 않은 아인데자기일도 확실하게 못하면서 말만 앞세우는 신입들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요즘에 보기드문 착실한 아이인데 이렇게 그냥 먼저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리는 아인 아닌데 기분이 좀 묘했다.권실장이야 워낙에 자주 부딪치는 사람이 아닌지라 이미 체념하고 사니까  괜찮지만 수진이 에겐 조금 섭섭한 맘이 들었다.

 

퇴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난 책상 정리를 마저 끝내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있어 아침과 저녁은 쌀쌀했다. 일교차가 심해 감기 환자가 많았다. 목이 약한 난 늘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셨다. 감기가 걸리면 코 부터 심해지기 때문에 비서라는 직책상 코을 훌쩍 거릴수도 풀수도 없는 상황이라 감기에 안걸리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었다.회사내의 눈들이 있어 먼저 내려가 기다린다며 현석이 나가고 난뒤 거울을  보며 촉촉함을 잃은 입술위에 립글로스를 덧 바르고 가방을 챙겨 들고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왔다.

 

정말 이상했다. 왜 매번 여기로 오는건지, 어디가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늘 이 호텔이다. 레스토랑이 아닌 객실 5254 벌써 세번째다 남의 이목이 신경쓰인다면 자회사 호텔인 여기보다 다른 곳을  택해야 하는게 아닌지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날 보며 현석은 말했다.

 

"좀 있음 오피스텔 리모델링 다 끝나가니까  너무 인상 쓰지마. 사실 고백하는건데 난 비위가 좀 약해 밖에서 먹는 음식 별로 거든. 여기 한식 주방장님의 솜씨가 아주 좋아 .아산에선 제대로 된 식사을 해보지 못했거든 이해해 줄수 있지?"

 

달리 할말이 없었다.엄밀히 따지면 룸 써비스 였다.씻고 나오길 기다리면서 차를 준비하고 식탁을 셋팅하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간단하 샤워만 하고 나왔는지 욕실 문이 열리며 현석이 나와 음식이 올려져 있는 트레이를 끌고 들어왔다. 룸써비스 직원은 밖에서 돌려 보냈는지 트레이를 혼자서 끌고 왔다.깔끔한 해산물 전골이였다. 일전에도 육류가 아닌 생선차림상 이였는데 육류보다 해산물과 야채를 좋아하는 입맛인가 보다.

 

금방 씼고 나와서 인지 머리카락에 물기가 서려 있었다. 그방 발랐는지 쿨 워터 향이 풍겨 후각을 자극했다. 니트 종류을 좋아하는지 이번엔 베이지 색의 둥굴게 파인 네크라인의 니트다. 바지도 편한듯 입은 하얀색의 면바지. 난 정장 차림인데 저만 혼자 편한 차림이라니, 좀 얄밉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주방장의 요리 솜씨가 좋아서인지 아님 시장해서 인지 우린 둘다 말없이 그릇을 비워냈다. 생각보다 빠르게 끝낸 저녁이였다. 전에 보니까 커피 뿐이 없어 차가 없을 줄 알았는데 언제 사다났는지 보성 녹차가 잎체로 있어서 녹차를 다기에 우려 냈다.

 

"이제 좀 살것 같네. 괜찮은 저녁이였어...?"

 

차를 건네는 날 보며 현석이 물어 난 고갤 끄덕였다.

 

맞은편 자리로가 앉는 날 보며 현석이 무슨말인가 하려다가 관두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인데 아닌가......?

 

"집에다간 시간을  좀 두고 사겨 본다고 얘기 했어.신영씬  어떻게 얘길했어?"


"....아.네 저도 그렇게 말씀 드렸어요. 이젠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 같아요."

 

"그래?어른들이 생각보다 쉽게 이해을 해주시는 것 같아 심적 부담이 줄었어. 전무님도 그렇고, 신영씨 부모님도 흔쾌히 받아 들여 주셔서 우리 부모님이 고마워 하셔..."


"....네.다행이네요...."

 

"다행이네요라니?뭐가?"

 

내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던 걸까?들었던 찻잔을 내려 놓으며 현석이 날 봤다.괜히 난감해 지는 기분이였다.어색해 지려는 분위기가 돌려고 하는데 현석이 말을 돌렸다.

 

"주말에 뭐해?약속 있어?"


"네?"

 

"뭘그리 놀라?주말에 약속있냐구.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가져야 하잖아?"


"......네? 무슨?"

 

"시간을 두자며? 합의 했잖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덥썩 시간을 벌자고 약혼을 하긴 이상하잖아?"

 

대체 무슨소리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고있었다.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서 시간을 벌기위해 약혼을 운운하는건 또 무슨 소리인지, 오늘 만난건 그동안의 일들을 마무리 짓기 위한 시간인데, 알수 없는 사람이였다.언제 일어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쪽으로 향하며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빌 더글라스의 호른 연주가 나오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길.정말 집으로 가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사는 곳 까진 전철을 타고도 40분은 가야 했다. 벌써 9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집에가서 싰고,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언제 준비했는지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 두세개의 다른 칼라의 치즈와 와인잔 두개와 붉은 포도주 빛의 와인병을 들고 왔다. 맞은편 자기 자리에 앉지, 왜 굳이 내 옆자리에와 앉는건지 당황스러운 상황에 옆을 조금 내주었더니 바짝 다가와 앉았다.괜히 긴장이 되었다.

 

"술 잘 마시지 못하지?이건 알콜7도의 순한 와인이야.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너무 세콤하지도 않은건데, 향은 깊지만,맛은 아주 순해.술에 익숙치 않는 사람에겐 칵테일과 비슷하다고 볼수 있지."

 

병색깔은 붉은 포도빛이였는데 흘러나온 와인은 사과빛의 액체였다. 향도 능금향 같았다. 포도주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내게 잔을 건네주며 살짝 잔을 기울여 챙하고 부딪쳤다.첨 해보는 짓이라 상당히 민망하고 생소한 기분이였다. 한모금 음미하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였다. 싱그러운 능금의 풋풋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천천히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게 너무 빨라 안타깝기까지 했다.

 

"겉옷은 벗지?실내 온도가 덥지는 않지만,좀 답답해 보여"

 

퍼뜩 정신이 들었다.왜 이사람 앞에서는 순간순간 자꾸 정신을 놓고 있는건지 ,쉽게 긴장이 풀리는 사람이 아닌데,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도 순간에 정신을 놓아 버리는 내가 이해가 안되었다.오늘의 난 체크 격자 무늬가 있는 칠부 바지에 카라가 있는 민소매의 풀빛의 브라우스를 입고 바지와 셋트인 자켓을 입고 있었다.안에 입은 옷이 민소매라 신경이 쓰여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자켓을 쉽게 벗을 수가 없어 계속 입고 있었다.내 옷이 불편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인지 편하게 있으라고 겉옷을 벗으라고 한거 같은데 그럴수가 없었다.민소매 라서 신경이 쓰였다. 왜 매번 만날때 마다 이런 어색한 상황이 연출 되는건지 당황스러운 맘이였다.

 

"좀 늦은것 같은데, 이만 일어날께요.벌써 시간이..."

 

"그렇게 어려워?좀 편해지면 안돼나?"

 

"네.....?"

 

"언제까지 거릴 두며 존칭을 쓸꺼야?매번 옆에 다가서지도 못하게 내쳐버리고, 시간을 갖고 알아가자면서 왜 뒤꽁무니 빼고 ,도망만 다니는 건데.......?"

 

"무슨 말씀 이신지....?"


"나랑 결혼 할거라면서?날 좋아 한다면서 왜 이러는 건데?대체 무슨 생각인지 도통 감이 안잡혀. 대체 왜 그래.....?"

 

정말 무슨 소리인지.결혼 할꺼라니?나랑 결혼하기 싫어 시간을 갖자고 한거 아니였나?내가 생각했던 거완 많이 달라서생각을 달리 하겠다고 한거 아니였었나?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일어섰다가 나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날 갑자기 현석이 확 잡아 당겼다. 생각없이 어정쩡하게 서있던 난 당황함도 느끼지 못하고 쿨워터의 향이 풍기는 가슴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였다.

 

"사귀자고 해 놓고선 매번 도망만 다니는 이유 뭐야? 말해봐...."

 

얼굴이 너무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민망한 시츄에이션에 고갤 돌리려는데 턱을 잡아 눈을 마주친다. 아 정말 민망하고 부끄럽다.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인거 알아?내가 페스트균 환자도 아닌데 ,무슨 전염병이 있는 사람마냥 눈도 마주치기 힘들고 ,이렇게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사귀냐구 말좀 해봐..."

 

"잠깐,불편한데 바로 앉고 싶어요."

 

"싫어.그냥 이러고 얘기해. 멀찍히 떨어져서 이리저리 시선돌리다가 가버리는것 별루야....."

 

정말 민망했다. 가슴에 꼭 안겨서 무릎위에 올라와 앉아 있는 상황이 넘 불편하고 불편했다.내리겠다는 몸짓을 하자 잡은 팔에 더 힘을 주고 있었다.

 

"바로 앉게 해줘요.갑자기 이러면 불편하잖아!이게...."

 

"뭐어때?성추행 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난 좋기만 한데 샴푸 뭐써....?향이 좋은데?"

 

"진짜....변태 같아요!!"

 

확 밀치며 일어서는 날 보며 현석은 큭큭 거리며 웃었다. 뭐가 웃기다고 저리 크게 웃는지 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구겨져 있는 옷을 바로 하고 좀 떨어진 곳에 앉았다. 맘 같아서는 그냥 가버리고 싶었지만 또 이상한 상황이 연출될것 같아, 미리 방어 태세를 취한 거였다.그런 날 물끄러미 보더니 ,여전히 입고 있는 자켓을 손으로 가리키며 현석이 말했다.

 

"편하게 있으려면 벗는게 좋을것 같은데, 아주 심히 불편해 보여 그 자켓...."

 

와인 잔에 한잔을 또 따르며 내게 강한 눈빛을 쏘는 탓에 난 할수 없어 하며 일어나 자켓을 벗었다. 금방 장난스럽게 올라가는 두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얼굴을 하는 모양이라니, 회사에선 그렇지 않은데 사적인 자리에선 개구장이 사내아이 같이 구는 현석에게 난 흘기듯 쏘아봄을 던졌다.

 

"역시 옷 입는 센스가 뛰어나 딱 내 스타일이고 내 취향이야...."

 

"그....말투....."

 

".....응?"

 

"그런식으로 말하지 마요.진짜 이상해요.물건 보는 것 같은 말투 기분 나빠요..."

 

"....왜 기분 나쁘지?생각나는데로 솔직히 말하는건데. 내 스타일, 내 취향이라는 말이 기분이 나빠...?"


"꼭 무슨 상품 평가하는 것 같잖아요.훝어내리는 시선도 불쾌하다고요....."

정말 그랬다. 내가 자켓을 벗는걸 곁눈으로 흘깃 거리더니 옷을 벗어 개켜 옆자리에 놓는걸 보고는 장난스럽게 눈을 동그랗게 만들면서 놀리듯이 보더니 이젠 위아래로 훝고 있었다. 정말 왜 저런 행동을 하는건지 이해 불능이였다.흘기면서 쏘는 날 보고 현석은 좀 무안한지 작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와인잔을 들어 어색함을 모면하려 하고 있었다. 묘하게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입술을 앙 다물고 시선을 창가쪽으로 돌렸다.

 

"내일 퇴근후에 영화나 볼까?요즘 괜찮은 영화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

 

"약속있어요."

 

"무슨..?금요일 주말엔 보통 데이트을 해야 한다는 거 몰라?누군데?"


"그냥 친구랑 주말 여행 가기로 했어요."

 

"....한유미 씨랑.....?"

 

"....네...."

 

"둘이 사겨?우리 모임에서 둘 보고 뭐라고들 하는지 혹시 알아?"

 

"........?"

 

"혼기 꽉찬 여자 둘이서 너무 붙어다니니까.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구...."

 

"레즈비언 이라구요?남자들 붙어 다니는건 게이 커플이고 ?"

 

"잘 알면서 그러는 거야...?"

 

"...고교때 부터 하도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오해 할까봐 말해두는데 우린 절대 그런것 아니에요.그냥 둘이 너무 잘 맞으니까 함께 있는 거예요."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이지...."

 

기막혀 하는 날 보며 현석은 또 와인잔을 입으로 가져갔다.하기사 나와 유민 너무 붙어 다녔다. 고교때 부터 지금까지 늘 둘이서만 다녔다. 우리 사이에 다른 친구가 낀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다른 친구가 끼면 나도 유미도 서로 불편해 했기에 우린 말은 없었지만 따로 친구를 만들거나 하지 않았다.

 

"유미씨에게 얘기 했어......?"

 

"........?"

 

"우리 결홀할 거라는 얘기 말야...."


"....아직....."

 

"아직?나중에 알면 배신감 느끼지 않을까?장신영씨 못지 않은 한 성질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 말야?"


".....내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굉장히 불쾌하네요."


"설마 몰라?노처녀 히스테리 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자신이 얼마나 예민하고 까탈스러운지 모른단 말야...?"

 

"전혀...금시초문 인데요....."

 

"....그래....?왜 모르고 있을까.....?모두가 아는 사실을.....?"


"별로 상대 안하고 싶거나 무시하고 싶은 상대에게만 카탈 스럽게 대하는데 그래서 인가...?"

 

내말에 금방 올라가는 짙은 두 눈섭.웃음이 나오려고해 얼굴을 다른 쪽 으로 돌렸다.입안이 칼칼해 녹차을 마시려고 잠시 일어났다. 포트의 스위치를 켜고 다기에 담겨져 있던 녹차잎을 개수대에 붓고 다시 마른 녹차잎을 여과기에 넣어 다기에 넣었다. 티스푼 두개 정도 넣었다. 와인을 마시다가 녹차는 좀 그럴것 같아 묻지도 않고 내가 마실 양만 만들었다.

 

"그림이 되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날 잡을건데 후회가 되네...."

 

언제왔는지 식탁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어서는 현석이였다. 소리없이 다가와서 좀 놀라왔다. 카펫트의 푹신감이 슬리퍼 소리가 묻힐 정도인가 보다. 날 바라보는 눈빛에 정말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였다.

 

녹차를 우려내 식탁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싱크대 안에 또다른 다기 찻잔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도 손으로 빚었는지 흔치 않은 모양새 였다. 동양화 한 폭을 담은게 대단한 실력이였다.

 

"두손으로 감싸고 먹는게 보기에 좋은데...."

 

정말 생각지도 않은 닭살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고 있는 차현석이 새롭게 보였다.

 

"금요일날은 나와 보내기로해?계속 주말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미적 거리는 관계 싫어. 한유미씨에겐 말하기가 뭐하면 대신 말해줄께.둘이서 가까운데로 여행이라도 가.한동안 회사일 탓에 제대로 쉬어 보지도 않았거든. 그래 줄 수 있지....?"

 

"유미가 보통 성질이 아닌걸 잘 알면서 내게 그런 요구을 하다니요....."

 

"좋아.그럼,이번은 그냥 넘어가고, 다음엔 안돼 더이상은 양보 못해.지금까지 흘려 보낸 시간도 만만치 않아 내가 한유미씨 맡을께.신경쓰지 않아도 돼..."

 

".....아뇨.그냥 제가 말할께요.대신 내일은 유미 만나게 해줘요.만나서 얘길 해야 하니까...."

 

"....좋아 그럼 그렇게 하고 대신 주말엔 나와 있어야해....."

 

"......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있을때 얼른 시계을 봤다. 벌써 열시가 훌쩍 넘어서 있었다. 너무 늦었다.쇼파 쪽으로 가서 자켓과 백을 들었다. 내 행동에 현석도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바래다 준다면서 안으로 들어가서 자케을 걸치고 나왔다.

 

회사에선 늘 양복만 입어서 그런지 사파리 비슷한 케주얼 카키색 자켓은 굉장히 스포티한 댄기가이을 연상 시켰다. 겉보기엔 딱 플레이보이 같은데 아직 동정 이라니 믿기 힘들었다. 사방에 여자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을것 같은 모양새인데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인가?가늠하기 힘든 남자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