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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12]


BY 플레이 걸....ㅋㅋ 2009-12-01

차을 가져왔는지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 둘만이 있자 긴장이 되었다. 할얘기란게 무얼지......무슨얘길 하겠다는 건지.....마주 잡은 손에 땀이 찼다. 엘리베이터 안은 냉방이 세게 되어있지만....내 손과 마음은 북풍 찬바람이 일고 있는것 처럼 찬 기운에 몸이 휘청 거릴 지경이였다.

일전에 한번 와봤던 임시 숙소로 쓴다던 호텔이였다. 그냥 간단히 차라도 마시자고 하더니....들어가길 꺼리는 낯빛을 했더니 차현석이 말했다.

 

"다른곳 보다 얘기 하기가 편할것 같아서 온거야....첨도 아닌데 왜 ...불편해....?"


"....그건 아니지만....시간도 늦었고.....집과의 거리도 좀 있고...."

 

"늦지 않게 보내줄께......집앞까지 기사노릇도 해주고 .....그럼 됐지...?"


".......기사는 해주지 않아도 돼요...."

 

 암튼 들어가자.....보는 눈이 꽤 되거든....."

 

엘리베이터에 올라 52층 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올라가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인지 점점 긴장이 더 되어갔다. 그냥 탁 트인 오픈된 공간에 있어도 불편할 것 같은데 단 둘만의 공간이라니......너무나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숨조차 막혀 오는것 같았다.

 

블루 마운틴의 향이 거실에 맴돌았다. 일러준데로 주방으로 와서 커피 알갱이를 갈아 여과기에 담고 커필 내렸다. 세밀화가 그려져 있는 직접 손으로 구운듯한 선 가는 도자기 컵에 두잔의 커필 내렸다. 평소 보면 차를 선호하는 사람이면서 주방어디에도 차는 한 종류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줄곧 차만 마시면서 어떻게 집에는 커피만 4종류난 있었다. 쉽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였다.

 

청블루의 시원한 느낌의 까슬한 니트와 베이지색의 면바지로 갈아 입은 차현석이 거실로 나와 와인톤의 쇼파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더위가 가셔가는 날씨라 얇은 마 소재의 민트색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바람이 좀 서늘하면 입을 생각으로 얇은 가디건을 가지고 다니는데 거실에서 입기가 뭐해서 벗고 있는 지금 난 좀 난감했다. 앞트임이 좀 파진 네크라인의 민소매 원피스 차림은 웬지 의식이 되는 차림이였다.회사의 반 소매 유니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였다.

 

내려온 차를 먼저 차현석의 앞에 내려 높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커피의 색깔이 좀 진한듯 보여 신경이 쓰였다. 둘이 있다는 생각에 모든게 쉽지가 않았다. 그런 나완 달리 차현석은 편해 보였다. 테이블위에 있던 다크 블루의 작은 라이터 모양 같은게 리모콘 이였는지 무얼 눌렀는지 조지 마이클의 jesus to a child 가 흘러나왔다.

 

한밤이나 이른 새벽 한강둔나 가까운 가평이나 양수리 쪽으로 드라이브 할때 들으면 좋은 곡이였다. 잔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조지의 음색이 들떴던 맘을 가라 앉혀 주며 감미로움을 선사하는 곡이다. 이밤.지금 이시간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였다. 갑자기 무겁고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나한테 무슨 ......섭섭한거 있어....?"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난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투명한듯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회사에서완 달리 약간 흐트러져 있는 앞머리카락이......시선을 자꾸 끌었다. 정면으로 눈 마주치는 횟수가 아주 많이 적은 편이라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대한적은 없었던 지라 조금 편안해지려던 순간이 사라지면서 다시 긴장 모드가 깔리기 시작했다.

"회사내에 도는 소문.....아무렇지도 않았어.....?내가 월요일 아침 민수진씨에게 차가져다 달라고 한게 그렇게 섭섭했던 거야.....?벌써 보름이 다되어 가는데.....회사내에 도는 소문이나 날 피하는 저의가 뭐야...?"


"....그런게 아닌데.......그저 .....매번 나만 편한일을 하는것 같아....."


"날 상대하는게 편한 일이라........내 써포트가 편한일이였어....?"


".........."

 

뭐라 말 할수가 없었다. 잘못나간 말 실수였다.딱히 변명거리가 없어서 둘러댄말이 내게 더큰 화가 되어서 돌아왔다.

 

커피을 들어 맛을 음미하듯 마시곤 내려놓는 차현석이였다. 남자치고 손끝이 가늘고 길었다. 얼굴 마주 하기가 쉽지 않아 자꾸 손동작만 보게 되었다.

 

"내가 실망했다고 해서 많이 속상했나봐........"

 

"......."

 

"......난 ....장신영씨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했었나봐....혼자서 상상을 해오며 키워 왔던 호감도가 너무 지나쳤었나봐......결혼 얘기가 오가고 사적인 얘길 나눠본지금은 내가 장신영씨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점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어......몇년 지켜본 봐로는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그게 아니였나봐.....장신영씬 내가 생각했던 거와 다른 부분도 상당한 것 같아.."

 

".............."

 

"솔직히....좀 당황스러운데.....예전엔 장신영씰 어느정도 읽을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지금은 앞이 꽉막힌 .....사방이 온통 꽉 막힌 벽장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야......분명 내가 알고 있는 똑같은 사람인데.....그전엔 그렇게 금방 잘 읽히던 장신영씨 였는데.....이젠 하나도 안보여....."

 

이상했다.웬지....기분이 착 가라앉는게.....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는 분위기 였다. 내게 하기 힘든말을 하는듯 차현석의 표정은 힘들어 보였다. 아마도 나와 결혼하기가 쉽지가 않겠지.....결혼하자는 얘길 없었던 얘기로 하기도 쉽지가 않을테고.....작은아버질 봐서 라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계속 진행 시킬수도 없는 거고....많이 난감하고 힘들테지....씁쓸한 웃음이 만들어져 얼굴 밖으로 표출될까 난 입술을 물었다.

 

저렇게 힘들게 말할 필요가 없을텐데....어차피 첨 부터 내자리가 아니라고......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였기에 상실감이 크게 와 닿진 않았다.조금......섭섭한 정도....?아니다....지금은 못느끼고 있겠지만....아마도 여기서 나가는 순간 난 휘청거릴만큼의 큰 상실감을 맛볼것이다. 지금은 애써 날 이해 시키려 하고 날 추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다. 차현석이 말하자고 하는 요점은 이미 내 머리속에 마음속에 정리가 되어 들어와 있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갑자기 결혼할 사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거니까....그냥 남자여자 이성간의 만남이 아닌  결혼은 책임을 동반하는 만남이니까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거니까요.....억지로 만들어지는 인연은 아니니.....힘들어 하지 마세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 들었습니다."

 

내 말에 고갤 들어 날 보는 차현석의 눈빛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나름대로 정리을 끝낸 나완달리 혼란스러워 하는 차현석을 보기가 맘이 편치 않았다.

 

첨 쇼파에 앉을땐 잠깐 입을 대었던 커피는 이제 많이 식어있었다. 검은색의 커피는 컵 안에 투명의 테두리를 감고 있었다. 잠깐 눈길을 주다가 일어섰다.

 

"더이상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일어나겠습니다......."

 

옆에 두었던 가디건과 백을 집어 들었다.

 

"무슨소리야......?아직 얘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아니 요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뭘 알아들었다는 거고.....가겠다는 건데....?"

 

쇼파에 등을 대고 두 손을 자연스럽게 깍지 껴 배 부근에 대고 날 올려다 보는 현석의 시선에 난 작게 한숨이 나오려 하는걸 막고 차분해진 마음 으로 얘길 했다.

 

"결혼 얘기 없던걸로 .....하자는 얘기......동감한다구요.......사장님이 느끼시는 부분 저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억기로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요.....아직 중요한 얘기도 오간게 없으니 어렵지 않을거예요.....저희쪽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결혼얘길 없던 거로 하자니.....?난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닌데.....왜 혼자 그런 결론을 내리는거야.....?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나본데.......이건 우리 두사람만의 문제가 아냐.....그렇게 쉽게 결론내리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

 

"...........?"


"앉아......어떤 상황인지 얘길 해줄테니까........"

 

 혼담이 오가는 중에 나와 장신영씨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결혼이 늦은 나이도 아니고 해서 우리 두사람 맘이 맞는다면 시간도 얼마 없어 빨리 진행시키려 했던 얘기라는건 알고있지......?"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장신영씨 맘에 들어하고 일전에 본가 다녀온 장신영씨도 나에대해 별다른 반대 의사 없어 양쪽 집안에선 우리둘이 서로 결혼하기로 합의 한걸로 알고 일을 빠르게 진행시켜 가고 있었어......근데.....갑자기 내가 장신영씨에게 소심한 놈처럼 처녀성 운운하는 바람에 관계가 이상하게 변해내가 제대로 수습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우릴 주시하고 계시던 신영씨 작은 아버님 이신 전무님이 우리가 삐걱이고 있다는 얘길 조심스럽게 우리쪽에 하신것 같아......"

 

그랬겠다. 사내에 나에 대한 소문이 돈지 벌써 며칠째이니.......전무님이신 작은 아버지의 발빠른 레이다 망에 걸려 들었겠지....아마도 내게 많이 미안해 하실지도 몰랐다. 은근히 자존심도 다치셨겠지.....차현석이 소문처럼 날 내치고 민수진을 택했다는 소문에...아마도 날 걱정하시겠지.....내겐 아무런 언질도 없이 본가와 차현석편에서만 돌던 얘기였으니 아마도 작은 아버진 내게 미안한 맘을 가졌을 것이다.

 

"회사일이 바빠 난 나대로 미처 신경을 못쓰고 있었는데....일이 양가에 알려져 지금 우리가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이거든......본가 쪽에선 무슨 별다른 말 들은것 없어....?"


 

며칠전 둘째올케의 얘기가 떠올랐지만 확실히 결혼에 대해서 주고 받았던 일이 아니였기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어른들은 우리가 잘 되어서 빨리 식을 올리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분위기인데.........전무님이 내게 많이 섭섭하신가봐......장신영씨에게 말도 없이 일을 진행시켰다며 힘들어 하셔......난 그냥..."


".....그럼....어른들이 이해을 하실 때까지 좀 시간을 두면 어떨까요........"

 

".....이해을 하실 때까지 시간을 두자고.....?무슨 소리야....?"

 

"아마도 이렇게 빨리 결혼을 속행 하기엔 양쪽 집안에서도 무리가 있다는 것은 아실꺼예요.....정략 결혼도 아니고 잘 아는 양쪽 집안인데.....지금 상황이 무척 당혹 스럽기 까지 하실겁니다. 갑자기 결혼을 없던 일로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진행시키기도 그렇고 ....힘든 상황이니까......저와 사장님이 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다는 방향으로 일을 마무리 하도록 해요.....그 방법이 양쪽 집안 어른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을것 같은데.......그렇게 할까요....?"

 

"정말 그래도 돼.......?장신영씨 맘 상하지 않겠어...?"

 

내말에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이 이렇게 가슴을 칠 줄이야......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금 사실 회사가 바쁘잖아......?아산 공장 건도 아직 마무리 안되있고 캐나다 지사건도 그렇고 몸이 두개라도 버티기 힘들다는거 잘 알고 있지......?일본으로 가기 까진 아직 2년 이라는 시간도 있고 결혼이 그리 급하지 않다는 말이지.....장신영씨 말처럼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우리 두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양가에서도 이해하실거야.....두 집안다 껄끄럽지도 않고 말야......"

".........."

 

"사실 또 괜한 오해 할까봐 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역시 신영씬 나보단 더 이성적인 사람인것 같아......쉽게 이해 해주다니 정말 감사해....아니 고마워......"

 

뭐 저렇게 까지 고마워 할 필요까진 없는데....입안 가득 까슬한 모래가 가득찬 느낌이 들었다.뱉어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삼키기도 쉽지 않은.....입안에 고인 침인 아주 쓴 약 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