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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여자[11]


BY 플레이 걸....ㅋㅋ 2009-12-01

바람이 좀 서늘 해져가는 9월의 아침이였다. 내게 실망했다는 말을 던진 이후로 차현석과 나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내고 있었다. 내게 실망했다는 말을 던진 차현석.....왠지 얼굴 보기가 편치 않았다. 가벼운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꽤 많이 꼬여 쉽게 풀리지 않은 매듭을 만들더니 처음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 만큼 꼬여 버렸다

 

아침 써포트를 며칠 맡겼더니 수진이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찬바람 쌩쌩 도는 나와 차현석의 관곈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한 사무실에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느낄 만큼 냉랭한 전선이 흐르고 있었다.

 

출근하면 으례히 찾던 차 심부름도 일부러 인터폰 눌러 민수진으로 호출하는 차현석 이였다. 첫날 그렇게 시작한 호출.....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첫날 그렇게 호출을 하길래 난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첨엔......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언가 보이지 않은 뭉게 구름을 가슴 한가득 안고 있는듯한 기분......가끔씩 가슴에 큰 돌이 얹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숨쉬기가 쉽지 않은 .....요즘 이였다.

 

홍보부 김 과장님의 서류 건으로 아래에 내려 갔다가 오는 길이였다. 복도에서 유미를 만났다. 화장실을 다녀 오는듯 손에 카우치가 들려 있었다. 일주일에 두번 퀼트를 배우러 다니더니 제법 솜씨 좋게 만든 카우치 였다.

 

"요즘....자주 본다....."

 

수진이 안의 일을 보게 됨으로서 밖의 일을 보게된 나다. 비서과의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내 얘길 자주 하는지 유미의 얼굴이 편치 않아 보였다. 들어온 연차를 보나 회사내 등급으로보나 민수진이 나보다 한참 아래인데 나이들어 새로운 젊은 사장에게 밋보여 하찮은 일과 궂은 일을 도맡게 된 내 신세가 불쌍하다는 여론......가끔 여직원들이 모여있는 휴게실이나 화장실에서 나도 모르게 듣게 되는 이야기 였다.

 

다들 얼마나 신이 나고 재미있을까......?예쁘고 세련된 미모의 수진이 젊은 사장의 눈에 띄에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소근거림들.....부럽긴 하지만 민수진 정도의 외모와 실력이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냐며  꿋꿋이 내쳐진 수모를 당하며 끝까지 붙어 있는 내 얘길 하면서 안됐다는 혀 차는 소리들.....정말 맘이 착잡했다.

오늘도 야근이야.....?"

 

"아니......이제 바쁜건 거의 끝난것 같아......왜....?"

 

"....저녁때 스시뷔페 갈까......?델리시앙 에서 문자 왔어....새로운 메뉴 개발 했다며 시식해 보라는......너 초밥 좋아 하잖아...요즘 기분도 꿀꿀한데 한잔 하면서 예쁜 초밥 먹어줘야지....내가 쏠께...."

 

눈을 애교있게 깜빡 거리며 말하는 유밀 보고 난 웃었다. 요즘 정말 이렇게 간단한 미소도 만들기 힘들었는데......모처럼 맘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였다.

 

"6시 정각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자......여우 수진이 에게 밀리지 말고 재깍 나와....알았지...?"

 

언젠 귀엽고 눈썰미 있고 센스있는 아이라고 칭찬하더니.....이젠 여우란다.....모두에게 여우라는 별칭을 얻게된 수진이가 불쌍했다. 암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진이에게 미안했다.

 

가져온 서류을 권실장 책상에 올려 놓고 탕비실로 들어가 에스프레소을 탔다. 아침에 갈아 놓았던 커피에 물을 조금 부어 좀 진하게......어지러운 내 머리속에 아무런 잡생각이 들어 오지 못하게 아주 쓰게......아주 진하게 ......한모금 머금는 순간....입안이 얼얼 해질만큼.....삼켜질때 이미 그 쓴맛에 중독되어 치명타를 입을 만큼.....마치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만큼의 사약처럼.....그렇게 진하게 ....걸죽하게 .....만들었다.

 

막 탕비실을 나서는데 어디 다녀오는 길인지 수진이 들어오며 날 봤다.

 

"또 에스프레소.....?정말 왜그래...?커피보단 차을 즐겨하는 사람이..?속 버릴려고 작정이라도 했어....?점심도 안 먹었잖아.....?"

 

사내 식당이 불편한 요즘 이여서 점심은 거의 하루걸러  거르고 있었다. 먹게 되더라도 탕비실에서 접대용 간식거리나 과일......진한 커피....정도 였다.

 

" 어디 갔다 온거야.....?아까 사장님 언니 호출 했는데......"

 

"언제....?"

 

"한 20분  지났나...?어디 갔다왔어....?"

 

"홍보부 김과장님이 아산공장 서류 가져오라고 호출이 왔어......간김에 필요한 서류 받아 오느라고 좀 시간이 걸렸어...."

 

"언니 진짜 왜그래...?"

 

갑자기 인상을 쓰는 수진이였다.

"그런건 우리가 굳이 가지러 가지 않아도 올라 오겠끔 되어 있는것 몰라......?한꺼번에 걷어서 각 부서 대리들이나 다른 직원들이 가져오는 거라구.....굳이 일일히 각 부서마다 돌며 받아 오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잖아......사장님이 언제 어떤 호출을 할지 모르는데 비서가 맘데로 자릴 비우면 어떡하자는 거야......나 지금 언니 찾으러 나갔다 온거야...."

 

뭔가 내게 요즘 쌓인게 많았는지 ......유미가 쓴소릴 했다. 유미말이 모두 맞는 말이라 뭐라 달리 반박도 못하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내 딴엔 자릴 비우는 핑곌거리로 그러고 다녔는데 그게 오히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들어가봐.....아직 기다리고 계셔.....언니 오면 바로 들어 오라고 하셨어...."

 

내게서 잔을 뺏으며 수진이 사장실 내선을 눌렀다.

 

"사장님....장신영씨 들어 갑니다."

 

그런 연결은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수진일 향해 작게 한숨을 쉬어 보이곤 내키지 않은 발걸음으로 사장실 문앞에서 노크를 두어차례 했다.들어가기전 허리를 곧게 펴며 머릴 잠시 만졌다. 올려 묵은 머리가 흐트러져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맘이 편지 않아서 인지 맘속의 떨림을 잠시나마 다 잡으려는 마음 가짐 이였다.

 

매일 아침 저녁 으로 회사에서 보지만 시선한번 제대로 마주치지 않은 요즘이였다. 어쩌다 보니 혼자 매번 피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일주일전 아침 차 심부름을 수진으로 호출한 다음 부터 내 속에서 무언가 끊어져 버리더니 그게 여직 이였다. 단둘이 있게 된건.....일주일 전 이였다.

 

"잠깐 앉지......보던거 마저 보고 얘기좀 하자..."

 

얼굴도 들지 않은제 보고 있는 모니터에 집중을 하고 있는 현석이였다. 나 또한 그쪽으로 고개만 돌리고 시선은 책상 한 끝을 보고 있었다. 빨리 끝내고 나가고 싶은 맘이였는데....앉아서 기다리라니....무슨 얘길 하자는 건지.....쇼파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다릴 한 옆으로 모아 앉아 있는데 맘이 너무 불편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걸까.......짹깍 거리는 벽의 엔틱풍의 원목 시계의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강하게 박혀 들고 있었다. 급한 일 아니면......나중에 해도 될 텐데 굳이 일하면서 사람을 불러 이렇게 벌을 세우듯이 하다니......정말.....이해 불능의 남자 였다.한잔리에 한 자세로 앉아 있는건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몸이 찌뿌둥한게....속도 울렁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였던가.....?아님 공간이 불편하고 맘이 편치 않아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참지 못하다니.......아까 들어올때 4시를 조금 넘어 선것 같은데......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싶어 궁굼해 살짝 고갤 들어 벽으로 시선을 향했다.

 

벽의 식곈 벌써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역시 짧은 시간은 아니였던 거였다. 거의 30분 가까이을 난 이 불편한 공간에서 한자세을 유지하며 있었던 것이다......정말 이상했다. 일이분도 아니고 30분이나 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으라니 무슨 대단한 용건이길래.......아무리 부하 직원 이지만 벌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갑자기 원망 비슷한 맘이 생기고 무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갤 들었다.

그때였다. 정말.....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 였는지 ......턱까지 괴고 있는 폼을 보니.....금방은 아닌것 같고......좀 오래 유지한 자세 같은데......모니터를 보며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차현석이 책상위에 팔을 얹고 손으로 턱을 괴고 내 쪽을 쳐다 보고 있었다.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딱하고 마주친 눈빛.......정말 민망하고 민망했다.금방 시선 피하며 고갤 돌리는 날 보며 피식 거리는 투로 차현석이 말했다.

 

"어디 아파....?얼굴이 많이 상해 보이네...피곤한 얼굴이야"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걸어와 내 앞자리에 와 앉으며 내 시선을 잡으며 던진 말이였다.어쩌지 못해 당황스러워 하는 내 시선을 붙잡아 두면서 날 옴짝 달짝 못하게 하고 있었다.

 

"왜 피해...?갑자기 날 피하는 이유.......뭐야...?"

 

"피하다뇨......?그런적 없는데요......"

 

"피한적 없는데....늘 하던 아침 써포트을 갑자기 민수진 씨로 바꾼 이유가 뭐야...?"

 

"그건....."

 

"내가 민수진씨 에게 차 부탁한다는 한마디 때문에......?"

 

뭐라 할말이 없었다.

 

"아침 써포트는 장신영씨가 해 달라구 취임후에 말했던 걸로 아는데......상사인 내 말이 그렇게 쉽게 무시되어도 되는 말인지 진짜 궁굼해....."

 

"...죄송합니다....."

 

"공과사는 확실히 구분이 되어져야 하는것 아닌가.....?내가 아무리 보기 싫어 마주 대하기가 싫어도 그렇지 여긴 회사야......미래의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긴 해도....난 공과사를 구분 못하는 사람은 싫어.....일처리가 분명하지 못한 사람은 더더욱 그렇고....장신영씨 분명한 성격에 자기 관리가 잘 되어 있는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는데.....좀 실망이야..." 

 

좀 실망이야......좀 실망이야......정말....가슴이 꽉 막히고 숨이 꽉 멈추었다. 무언가 크고 각진 것이 목구멍으로 어렵게 지나가는 느낌.....식도가 꽉하니 막혀 아프다는 느낌이 드는 통증이 느껴졌다.

 

"앞으로 주의 해 줬으면 해....."

 

"네....알겠습니다......그럼...."

 

더는 앉아 있지 못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차현석이 날보며 말했다.퇴근후 밖에서 잠깐 보지...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죄송합니다만......저녁에 약속이 있는데......급한 용무인가요....?"

 

"회사일이 아닌 사적인 일인데........무슨 약속인데....?"

 

".....개인 적인 일이라....."

 

말하길 머뭇거리는 날 잠시 보더니 현석은 알았다는 듯이 고갤 끄떡이며 나가보라고 했다.

사적인 일이라니 무슨 일일까.....? 사장실을 나서며 괜히 자꾸 뒤 돌아보고 싶은걸 억지로 고갤 돌려 나왔다. 

퓨전 패밀리 레스토랑 '델리시앙'은 저녁 시간이면 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퇴근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웠는지 아님 단골 이여서 인지 전망좋은 창가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예쁘고 투명한 작은 물병 모양의 화병에 꼿혀 있는 다홍색의 거베라 한송이.......흘러 나오는 청아한 음악의 오카리나와 함께 너무 어울렸다. 낮 시간이 아닌 밤시간이지만.......밝게 켜져 있는 조명 탓인지 마치 이른 아침의 깨끗한 식탁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하얀 도자기 위에 예쁘게 담겨져 있는 각각의 예쁘고 먹음직스런 스시.....예쁜 초밥을 모양좋게 담아 내 앞으로 밀어 주며 유미가 말했다.

 

"전복죽으로 가져왔어.....오늘 새벽 제주에서 올라온거라 아주 신선하고 맛도 일품이래......우리같은 된장녀 들에겐 딱이래.....ㅋㅋ...."

 

일부러 우스개 소리로 말문을 트는 유미는 정말 착하고 눈치가 빠르다.여기서 일하는 주방장중 하나가 우리대학 후배였다. 과는 틀리지만 교내 동아리 후배인데 매번 새로운 메뉴를 만들면 문자를 넣어 준다. 가끔 공짜시식도 시켜주는 착한 후배인데 명품을 좋아하는 우릴 보고 된장녀들 이라고 부른다.

 남자친구 없이 나이만 들어 가는 우리가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게 고가의 취미생활 말고 뭐가 있겠냐는 유미의 말에도 늘 우리에게 된장녀라고 부르는 후배.....올 가을에 예쁜 색시 만나 결혼을 한다고 했다.잠깐 나와 인사하며 내민 갈색의 청첩장.....이것땜에 부른것 아니냐는 유미의 흘김에 후밴 억울하다는 얼굴을 보였다. 청첩장을 보니 갑자기 가슴에 찬바람이 불었다.

 

원룸의 리모델링이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얘길 올케에게 전해 들었다. 그땐 금방이라도 결혼날짜를 잡을 것 처럼 굴더니......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며칠전 둘째 올케에게 전화가 왔었다. 한달안에 결혼날짜를 잡을 것 같던 뉘앙스를 풍기던 차현석 집에서 갑자기 좀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얘기 오가고 할땐 금방이라도 날을 잡을것 같더니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둘째 올켄 내게 혹시 둘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난 아는게 없었다.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호출을 받고 들어갔던 사무실에 차현석이 말했다. 남편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던 말.....그랬다. 분명히 그랬다. 호텔에선 금방이라도 결혼을 서두르더니 지금은......참 아이러니 했다. 작은 장난 하나가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다니........참....어처구니가 없었다.

 

"뭐해.....?안먹어......?"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날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는 얼굴을 하고 유미가 말했다.

 

"먹어야지......."

내려다본 초밥은......7개 중에서 연어가 5개나 되었다. 아무리 내가 연어 킬러라고 하지만.......첨부터 연어만 쭉 먹고 싶진 않은데......기막혀 흘기는 내 시선에 유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잘못됐냐는 얼굴이였다. 들어오면서 부터 딴데 정신을 팔고 있었기에 내 접신 유미가 셋팅을 해준 거였다. 따쓰할것 같던 전복죽도 많이 식어 있었다. 위에 뿌린 검은깨을 수저로 저으며 한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원래 뜨거운걸 잘 못먹는 내겐 딱 맞는 온도 여서 먹기가 오히려 좋았다.

 

초밥과 몇개의 롤.....몇개의 야채 샐러드......몇모금의 차를 마시며 유미의 얘길 듣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우릴 아는척 해 왔다.입구를 등지고 있는 나와달리 입구쪽을 향해 있던 유미가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한유미씨.....여기가 동창모임 장소야?많은 초등 동창은 어디있고 비서실 장신영씨만 있어...?설마 벌써 동창회가 끝난것은 아닐테고...."

 

그러면서 다가온 키큰 장신의 남자는 우리 회사 여사원들의 선망의 대상인 기획실의 윤동진 이였다. 얼마전 까지 대리 였는데 어느새 차장으로 승진한 초고속 승진코스를 밟고 있는 동기들의 모임인 푸른꿈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뜨악해 하는 유밀보며 난 의아한 얼굴이였다. 나와 만나기전 두사람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모양인데.....윤동진과 유미가 이렇듯 좀 허물이 없어 보이는 사이였나 싶었다. 모임에 거의 안나가는 나였기에 모임에서 두사람의 관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고 있지만......모임의 장미공주인 해리가 윤동진에게 맘이 있다는 얘길 얼핏 지니가는 바람결에 들었던것 같은데......무슨일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윤동진 씨는 여길 어떻게 왔어요......?것도 혼자 저녁을 해결하러 오기엔.......부담스러운 곳 아닌가요.....?"

 

떱덜음한 얼굴로 유미가 표정을 갈무리 하고 물었다.

 

"설마 ....내가 혼자 왔을까봐 걱정 하는거야.....?내게 요만큼의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지...."

 

작게 손톱까지 들어 보이는 윤동진의 행동에 난 웃음이 베어져 나왔지만 유민 기막혀 했다.

 

"앉지 않고 뭐해.......?"

 

뒤에서 들려오는 또다른 소리.......정말 기막혔다. 아까까진 없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건지.......내게 안쪽으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내는 사람은.....차현석 이였다. 뜨악해 하는 날 보며 한번더 눈짓을 보내는 차현석 탓에 난 놀란 가슴의 쿵쾅거림을 진정 시키지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옆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유미도 기막혀 하면서 윤동진에게 자릴 내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금방 뒤따라온 알바생이 물컵을 올리더니 물을 따라주고는 여분의 수저셋트를 셋팅해 주었다. 양복 상의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의자를 당겨 옆에 앉는 윤동진을 보며 유민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와 차현석 처럼 두사람도 앙숙인걸까......?모임에 나간게 벌써 작년 11월 이였으니......회사내 에서도 별로 마주치지 않는 사람이라...윤동진에대한건 들리는 풍문이 전부 였기에 두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개인적인 약속이란게.....한유미씨 만나는 거였어........?"

 

내게 고개를 숙이며 작게 귀에 대고 말하는 차현석이였다. 아마도 두 사람을 의식해서 였겠지.....괜히 씁쓸해지는 기분은 뭔지....난 작게 한번 고갤 끄덕여 보였다.

"난 여자들 정말 이해가 안되는게 이런 문화를 좋아한다는 거야........막말로 여긴 어린애가딸린 부부들이 좋아하는 공간아냐.....?결혼도 안한 딸린 아이도 없는 미혼의 여자들이 이런 소란스러운 곳을 좋아한다는게 정말 이해가 안가.......분위기있고 예쁘고 우아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힐끗 거리며 은근히 속을 긁어대는 윤동진의 말에 금방 올라가는 유미의 눈썹......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진짜 이해 안가는건 윤동진씨야.......차현석씨랑 저녁을 먹으러 온건 상관없지만 왜 굳이 여길 앉는건데.....우리처럼 빛을 잃어가는 노.처.녀 들 을 마주하고 저녁을 먹음 식욕이 떨어질텐데...."

 

"가끔 푹 익은 쉰 김치가 먹고 싶을때가 있잖아......요즘 유행이잖아....?묵은지라고.....가끔은 별식이 당기는 법이니까...."

 

'풋' 나와 차현석의 입에서 나온 웃음 소리였다. 기막혀 하며 금방이라도 거품을 뿜고 쓰러질것 같은 얼굴로 윤동진을 무시무시 하게 쏘는 유밀보며 난 웃음을 금방 지웠다.

 

"난 윤동진씨 별식이 되고픈 생각없거든......찾아 보면 빈자리가 있을테니 옮겨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우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요.!!!"

 

"미안해서 어쩌지 평소 쌀쌀맞고 야박하다는 소린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는데.....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안면이 있는 사람끼리 모른척 하며 등돌리고 식사를 하기란 쉽지가 않잖아....?더구나 지금은 사적인 자리이긴 하지만......다니는 회사의 오너가 함께인데 이미 합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리를 찾아서 가라고 하니.......그렇게 차현석 사장님이 재수 없다는 얘기야...?"

 

유미의 얼굴이 열을 폭파 시켰다.....차현석에게 잠깐 시선을 주며 정색을 하고 미안한 얼굴을 했다.정말 의외였다. 평소보면 여직원들에게 냉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윤동진인데......유미를 자꾸 자극시키며 놀리는 폼이 보통의 단수가 아닌 고단수의 선수 같았다. 말발이면 유미도 그리 녹녹치 않은 상대인데 유미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윤동진 페이스에 끌려 가고 있었다.

 

"정 불편하고 싫다면 할수 없지....옮기는 수 밖에......."

 

쇼크받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유밀 보며 윤동진은 의자를 뒤고 밀며 일어서려고 했다.

 

"차현석 너 인간관계 개선좀 해야 겠다......사장이기 앞서 입사 동기인데 이렇게 널 재수없어 하다니.....한유미씨에게 뭐 몹쓸짓 한거 있어.....?반응이 너무한데......"

 

정말 기막혔다. 자기 허물을 차현석에게 뒤집어 쒸우는 능수능란함 이라니.....금방 얼굴색을 여러개로 변화시키는 유미........너무 짖궂은 윤동진.......점점 재미있어 지고 있었다. 윤동진의 말에 차현석을 일언반구 이렇다할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었다.둘이 언제 부터 친구 였는지.....입사동기 보단 좀더 가까운 사이 같았다.

 

기막혀 하는 유밀 일으켜 세워 홀로 데려가는 윤동진을 보며 다시 한번 혀을 찼다. 사적인 자리지만 회사 오너가 먹을 음식을 직접담게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말한마디 못하게 유밀 일으켜 세우는 윤동진 이였다. 얼결에 따라 일어서는 날 향해 윤동진은 직속 비서는 옆에서 편한 식사 하게 도와 주라는 멘트를 날렸다. 사람 무안하게도 잘한다.

"좀 먹었어.....?"

 

두 사람이 코너을 돌아 서자 차현석이 물었다.죽 조금 먹고 초밥 조금 먹은게 전부였지만 배가 고프거나 식욕이 당기지는 않았다.가볍게 고갤 끄덕이는 날 보더니 차현석이 말했다.

 

"그럼 먼저 일어날까.......?한유미씨에겐 내가 나중에 얘길하지......다른곳으로 옮기자고....둘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일어나서 윗옷을 찾아 거는 차현석을 보며 난 알수없는 기분이 들었지만 무언의 눈짓을 보내는 걸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백을 들고 일어났다. 나중에 이 상황에 대해 유미에게 무어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 걱정이 순간 들었다. 나와 차현석 사이에 오가는 일을 아직 유미에게 조금의 언질도 없었는데 유미가 알면 내게 큰 배신감을 느낄텐데.....맘이 편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