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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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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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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7]


BY 플레이 걸....ㅋㅋ 2009-12-01

월요일 아침........회사로 들어오기 전에 양재동 화훼시장에 들러 연핑크.연두색의 거베라를 쌌다.길이를 조금씩 다르게 해서 투명한 꽃병에 꼿아 사장실과 우리 부서에 하나씩 놓았다. 긴 장마가 끝을 보이는지 하늘이 제법 푸르게 보였다. 연한 핑크색의 허브차를 우렸다. 투명한 컵에 담긴 투명에 가까운 핑크빛......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약하게 틀어놓은 안단테의 레터가 잔잔히 흐르는 사무실안......음악이 없다면 딱딱한 느낌이 들텐데.......금요일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우울코드 였다. 이젠 새로운 주가 되었으니 떨쳐내고 싶었다. 밤새 준비한 새로운 사표도 깨끗하게 다림질을 한 것처럼 빳빳한 봉투에 잘 담겨져 있었다. 아침은 이르고 퇴근하면서 책상위에 올려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을 한번 둘러 보았다. 5년동안 일해왔던 내 삶을 지탱시켜 주었던 직장 이였는데.......명예로운 퇴직이 아니라......불명예 퇴사였다. 괜히 또다시 우울해 지려고 하고 있어 도리질을 쳤다.

 

이미 조금 식어버린 차에 입술을 데며 맛을 의미하고 있었다. 아직 모두가 출근하기전 이였다.아침의 혼자만의 기분을 만끽하려고 한시간 일찍 나온거였다. 냉방이 잘된 사무실의 체감온도는 쾌적이였다. 잔잔하면서 애절한듯한 피아노 선율.....갑자기 눈가에 신경이 세어지면서 뜨거워 졌다.

 

'정말......결혼을 한다는 말인가?정말......혼담이 오고 간다는 건가......?'

 

가슴 한부분이 알수없는 블렉홀로 떨어져 내려가는 기분이다 . 첨엔 작은 조각이 점점 그 조각들이 커져 나라는 사람이 한조각도 안남게 그렇게 내 안의 날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썰물에 싰겨 나가는 것처럼 빠르게 빠르게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고통을 동반한 상실감.

 

"원래 유유상종 이라고 끼리끼리 모인다잖아.....재벌은 재벌끼리......귀족 체제 잖아....우리같은 평시민은 언제나 꿈만 꾸다가 마는 거지뭐........원래 내 사람이 아니라고.....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늘 하지만......그래도 왜 있잖아 모임에서 날 향해 웃어주거나 내말에 고갤 끄덕여주거나 하면 그냥 마냥 행복해 지는 기분.......혹시 어쩜 내게 조금의 관심은 있지 않을까......?괜한 설레임 괜한 기대감......끝에 찾아 오는게 상실감이나 자괴감 일지라도 춘몽이라고 했나.....?순간은 행복하고 달콤하잖아.......비타민 처럼 회사에서 잠깐 잠깐 마주치면 하루가 행복해 지는 기런 기분......근데 이젠 완전히 맘에서 접어야 한다는 거잖아....내겐 마치 사형선고나 같아...."

 

한번 고백이나 해보라고 흘리듯 말했지만.....어쩜 그건 내 속마음이 아니였을까? 드러내놓고 시비걸며 쌈박질이나 일삼았던 나완 달리 유민 차현석과 그래도 잘지내고 있었다. 가끔 여럿이서 함께 늦은 저녁까지 술잔을 기울이고 심야 영화도 보러다니고.....물론 우리 모임 친구들과 함께지만.....암튼 늘 적대시하며 눈꼴시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내가 차현석에게 갑자기 당신을 맘에 품고 있었다는 식의 고백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저 벙어리 냉가슴만 탓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생각보다 유미의 상심이 컸다.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속상했을텐데 그동안 가졌던 좋은 이미지 까지 깍아져 내렸으니.....충격적 이겠지......내내 맘에 품어 두고 짝사랑 하던 남자의 실체가 ......어쩜 이번기회로 맘을 더 빨리 접을 수도 있겠지........근데.....나는......?

 

날 우습게 여기고 하찬게 여겨 벌인 엽기행동에 화를 내며 치를 떨고 단칼에 베어 버려야 할 감정인데......이 상실감은? 이 .....아픔은......뭐지.....?

그가 어쩜 내게 맘이 있어 장난을 하는건지도 몰라.........매번 볼때마다 얼굴 붉히고 냉담한 시선을 한것도 일종의 내 관심을 끌려고 한 행동일지도 몰라.......그는 내게 마음이 있는거야.....그래서 내게 그렇게 쉽게 손을 내밀고 그랬던 걸꺼야.......변태가 아니라.....내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니까 그런 식으로 내게 장난을 걸며 다가서는 걸꺼야.......그랬다. 정말 그랬다. 그에게 희롱을 당하면서도 쉽게 꼬리를 내려 버리는 내 행동 뒤엔 이런 솔직한 맘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그런 그가 결혼이라니......?혼담이 오고가고 곧 결혼을 할꺼라니.....정말 내게 한 행동은 한순간의 유희 였던 걸까.......? 자기에게 늘 기어오르다 시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고 쌀쌀하게 굴었던 나에대한 지난날의 복수 였던건가.....?정말 ......그렇다면.....비참했다. 내가 느끼는 이기분은......끝이 보이지 않은 높은 절벽에서 고공낙하 하듯이 뛰어내려 지는 기분인 것이다.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곳.....하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게 계속 멈추지 않고 떨어져 내려가는 기분........정말 살고 싶지 않다.

 

" 어 .....언니 언제 왔어요?일찍 왔네......?난 내가 일착일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며 쁘와종의 향을 흩뿌리며 수진이 들어섰다. 하늘거리는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가벼운 쉬폰 소재의 브라우스와 푸른 색의 마 소재의 칠부바지......앙증맞은 루비이통의 숄더백이 한 패션하는 민수진 다왔다. 금방 유니폼으로 갈아 입어야 하지만.....수진인 밝고 예뻤다. 화려한 미인은 아니지만 사내에서 인기가 제법 높았다.

 

"근데 더운데 머린 왜 풀렀어.....?늘 깔끔하게 단정히 묶어 뒤로 올려 고정 시키더니.......하긴 냉방이 잘되어 있어 덥진 않겠다......."

 

옷을 갈아 입고 옆자리로 와 앉으며 말하는 수진이였다. 이젠 많이 옅어졌다는 유미의 소리가 있었지만 뒤늦게 깨달은 지라......목을 보일수가 없어 등 가운데 까지 오는 긴 머릴 내리고 왔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그러지 못하는 스타일 이였다.

 

일하는 중간중간 머리카락이 내려 오면 성가셨다.그래서 머리를 감고 난 후가 아니면 절대 풀지 않은 머리였다. 그러면서도 자르기는 싫었다. 부드러운 실크 같은 느낌의 머리촉감이 좋았다. 잘때에만 풀었다. 잠들기전 부러쉬로 백번 정도 빗어 내린다. 그러고나서 만져 보면 손끝으로 정말  진주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머리에 공을 들이는 나다.

 

" 어제 뭐했어요?난 친구들과 내내 클럽에 가서 흔들다 왔는데......그래서 인지 몸이 좀 찌뿌등 해.....민트 차나 한잔 진하게 마셔볼까.....?"

 

내가 내려놓았던 허브차에 얼음을 동동 띄워서 가져왔는데 벌써 다 마셨는지 다시 일어나 탕비실로 들어가는 수진이......행동이 정말 재빠르다.하루에 마시는 차량도 장난 아니다. 주로 녹차와 생수을 마시는 나와 달리 ....나도 물 은 정말 많이 마신다. ......내 두배는 더 마시는 것 같은 수진이다. 그래서 인가?25살 치고는 얼굴이 아주 동안이고 십대처럼 투명하리 만치 피부가 깨끗하다.나도 그런가....?실없는 웃음이 잠깐 일었다.

 

그렇게 아침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데 차현석이 나왔고 그 뒤로 권현준 실장도 따라 들어섰다. 나와 수진인 일어나 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해 보였다. 사장실로 들어가기전 차현석은 녹차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날 잠깐 흘깃 본것 같은데 난 고갤 들지 않았다. 내가 어떤 얼굴을 지어 보여야 할지 몰라 못본척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언니 뭐해.....?사장님이 차 가져다 달라고 하잖아......?"

 

팔꿈치를 치며 민수진이 날 봤다.

"나만 비서 아니잖아.......수진씨가 좀 해...."

 

"....왜그래.....?사장님 차는 언니가 늘 해왔던 일이잖아......밖에선 권실장님. 안에선 언니.....난 그밖의 일을 담당하잖아.....새삼 왜..."

 

".....정해진 일이 아니잖아......다 같은 비서야....사장님이 누구라고 호출을 한것도 아니고.....기다리시 겠다 어서 준비해..."

 

"....언니...?"

 

"제발......그냥 모른척 하고 해줘.....나 잠시만 나갔다 올께.....머리가 아프네....의무실에 다녀올께.....부탁해..."

 

"...언...니..."

 

대답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뭔가 이상하다는 얼굴의 수진일 못본척 하며 나섰다.

어제 의도적으로 얼굴 마주치기을 피한 나였다. 수진인 아침에 내 얼굴에서 무얼 읽었는지 어제 내내 차현석의 개인적 써포트를 맡아서 했다.별다른 말없이 내 편의을 봐주는 수진이 고마웠다.대신 수진이 오후에 하는 외근등의 일은 내가 했다. 외근이라고 해봤자 각 사무실에 전화나 방문을 하면서 결재서류을 사장님이 잘 볼수 있게 빨리 받아서 정리하는 일들이 대부분 이였다. 요즘 계속 거래처 사장들과 식사 약속이 잡혀져 있어 바쁜 결재 서류는 아침 출근에 맞춰 이루어 졌다. 점심에 나가면 별달리 바쁜 일 없으면 바로 퇴근이였다.

 

새로 준공하는 아산공장  탐방건과 새로 오픈하는 카 갤러리 방문과 새로운 부품과 수입부품 선별등 요즘의 사장은 너무 바빴다. 모든 공장들이 지방에 있는 관계로 오전에 잠깐 얼굴 내비치곤 점심에 바로 외근이였고 퇴근 이였다. 그사이 나와 수진은 사장이 꼭 봐야할 급한 서류부터 잘 정리해 출근하면 바로 볼수 있게 책상위에 올려야 했다.

 

평소엔 잘 그러지 않는데 신경이 바짝 곤두선 요즘엔 사소한 실수로도 언성을 높이는 사장이였기에 오전의 비서실은 작은 숨소리 조차 나지 않을 만큼 긴장으로 팽팽해져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내일 하면 가지고 다니는 사표는 아직 내 가방에 들어있다.

 

의도적으로 얼굴 마주치기을 하고 있는 요즘......3일 정도 된것 같았다. 첨엔 괜히 날 다시 찾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신경이 쓰였는데....날 찿는다면 참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 이였는데......3일 내내 수진이가 들어가도 별다른 말이 없이 지나가는 걸 보니 왠지 맥이 풀리는게 허탈 했다. 그럼 사장이 날 굳이 찾은것은 아니라는 말인데......수진이 상관과 얼굴 맞대하기가 불편해 지금까지 내게 떠 밀었던 걸까......?왠지 씁쓸해 지는 기분이였다.

 

결국 난 사장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였고 내게 한 모든 행동도 한갓 손쉽게 함부러 할 수 있는 아랫 사람에게 행하는 잠깐 유희.......장난 이였던 것이다. 것도 모르고 꿈을 꾸고 있었으니......정말 한심하다.

 

그렇게 안봤는데....차현석 정말 실망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인기남이라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법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여자들에게 어느 정도 까지 허락하고 더이상은 아니라는 선은 분명히 잘 긋기에 괜찮은 남자인줄 알았는데.....뒤에서 이런 파렴치하고 더러운 짓거길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였다니.....정말 나쁘고 ....나쁘다.

 

오전에 바쁜 서류만 결재를 마치고 나섰던 사장이였다. 인천 부품공장에 갔다가 바로 퇴근한다고 했는데.......사장이 나가버리는 비서실의 오후는 한가하다. 상관이 없기에 별다른 바쁜 일도 없을 뿐더러 다른 부서에서 찾는 이도 없다. 그저 시간가기만을 기다리다가 퇴근하면 그만이였다. 수진은 퇴근 시간 30분을 남겨두고 먼저 간다면 나갔다. 친구와 뮤지컬을 보기로 했는데 거리가 좀 멀다며 30분 일찍 나간다고 점심후에 내게 말했었기에 그러라고 한 오후 였다.

그 오후.....퇴근 20분을 남겨두고 사장.....차현석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함께 나갔던 권실장도 없이 바쁜 하루을 보냈다는걸 한눈에 알수 있게끔 얼굴 가득 피곤함이 깃들여져 있었다. 늘 반듯하게 빗어올려져 있던 앞머리카락이 흩어져 뻗어져 있었고 얼굴도 그새 며칠 자세히 안봤다고 좀 야윈듯해 보였다.암튼 모성본능을 물씬 품게끔 만드는 약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퇴근 준비를 마치고 시간죽이기을 하고 있던 난 놀람을 감출수 없었다. 더구나 실장이나 수진이 없는 사무실에 단둘이라니.......여때 잘 피했것만......하늘이 날 져버린 저녁이였다.

 

책상을 돌아 내 앞으로 바짝 서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