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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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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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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이


BY 주 일 향 2004-06-16

 

서민호는 산뜻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이층에서 내려왔다

아빠의 모습을 본 지희는 아빠를 향해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했다.

서민호는 딸을 받아 안고는 이마와 양 볼에 뽀뽀를 한 뒤, 서연을 향해 말했다.

- 저 외출해야 하거든요. 지희 좀 잘 돌봐주세요.

- 녜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지희는 아빠와 떨어지기가 싫은 듯 했지만 서연의 품에 안겼다.

서민호는 딸을 향해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손을 흔들었다.

서민호가 나가고 서연은 지희에게 줄 간식을 챙겼다.

변비로 고생하던 지희를 서연이 돌보게 되면서 간식에 신경을 썼다.

잘 익은 토마토를 수저로 긁어 그릇에 담은 뒤 지희에게 떠 먹이자 먹성이 좋은 지희는 잘 받아 먹었다. 지희는 삶은 감자를 으깨 우유를 섞어 부드럽게 만들어 떠 먹여주면 무척 좋아했다. 서연이 직접 만든 간식을 먹으면서  변이 좋아지자, 나미애는 무척 고마워했다.

간식을 먹은 지희는 기분이 좋은 듯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물놀이가  고단했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_ 여보세요

-저 민혼데요. 지희 잘 놀아요?

-녜 방금 간식 먹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일 마치는 대로 곧장 갈게요.

-걱정마시구요 천천히 일보세요.

-더우신데 힘드시죠?

-아뇨 괜찮아요. 지희가 워낙 순해서요,

-그럼 이따 뵐게요.

전화를 끊은 서연은 잠시 서민호와의 대화를 되새겨보았다.

민혼데요.라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보통 지희아빠나 서민혼데요 라고 말해야 하는데 서슴없이 “민혼데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한 걸 보면 겸손한 성품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서연은 서민호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자신 보다 나이가 더 많은 아줌마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아졌다.

나미애는 외출한 뒤, 집으로 전화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서민호에게 전화가 걸려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