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담은 컵에 생식 세 숟가락을 넣고 흔들었다.
<이쯤 되면 다 녹았을까? 정팀장이 우리집에서 인표씨 나가는 거 봤을까?>
또 흔든다.
<인표씨는 뭐라고 했을까? 설마…우리집 다녀간다고 했을까?>
뚜껑을 열고 흔든 내용물을 다시, 다른 컵에 따른다.
<아~~~ 그 놈의 칵테일이 웬수야~>
잘 섞인 생식을 입에 대려다가 이내, 포기 한다.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
사무실엔 아무도 없다.
책상에 앉아서 그냥 저냥 책상 위를 정리한다.
그때 정팀장 방문이 열린다.
<저 사람, 일찍 출근했나봐….>
-박선경씨 일찍 출근하셨네요?
-아…네…-.-
-아참, 홍작가를 아침에 만났는데…오늘 사무실에 온다고
하던데 알고 있나요?
-아…네…
-요즘, 박선경씨랑 홍작가가 서로 연락이 안되는 거 같아서
말씀드린겁니다.
-아…네…
<저 사람, 모르나보다…아휴~….>
난 갑자기 기분이 밝아졌다.
-정팀장님,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저, 커피 타러 가거든요…
-아…주시면 고맙지요…한데, 오늘 아침 홍작가가 박선경씨네
빌라에서 나오는거 같던데…?
<헉~~모야…그럼, 봤다는 거야?…>
-네?
-이선경씨 양재 로즈빌라에 살자나요? 지난번 서류에서 봤거든요…
거기 우리 동네라 제가 기억하고 있거든요…
-아…그러세요?…-.-
<난 빨리 이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저… 그럼 팀장님, 저 편의점에 좀 다녀올게요…
-그럼, 커피는 없는 겁니까?
저 사람이 저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야….암튼, 싫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니깐…
-제가 편의점에서 사 올께요…
-아…그래 주시겠어요? 그럼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요?
<참나원…>
-하세요…-.-
-그럼 담배도 하나, 부탁드립니다. 디스요…
헉~ 난 정말 담배는 사다 줄 수 없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교양도 없고
무식하고 말미잘 같고 해삼 멍게에다가 암튼, 재수없다!!!
-네…
대답은 했지만 분명, 내 입은 삐쭉거려졌으며, 얼굴 미간이
찌그러져 있을 것이다.
<지도 사람이면 미안하겠지…-.->
-여기 천 오백원 있습니다.
<어머머…모냐,,,에잇~>
무슨 남자가 저렇게 매너도 없고, 하다못해 동전 찾아서
천오백원을 만들어서 주다니…
글구, 내가 이 나이에 담배 심부름까지 해야겠냐구…아휴~ 정말~
나이들면 시집가야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정말…
나 이소린 정말 싫은뎅~ 몰라!
-선경아~
-어, 화영선배…
-무슨 생각을 하길레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니?
-선배, 정팀장이라는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
난 다짜고짜 선배에게 물었다.
-왜?
선배가 눈이 똥그래져서 내게 묻는다.
-나 지금 담배 사러가…
-너 담배 안 끊었니? 피부 나빠진다고 끊었다면서?
-정팀장, 그 사람 담배 사러 간다니깐~
-어머, 정팀장이 너더러 담배 사오래?
-안녕하세요?
느닷없이 그가, 홍인표가 인사한다.
-어머, 안녕하셨어요?
화영 선배가 그의 안부를 묻는다.
-아..네…
그가 멋쩍게 선배에게 인사하더니 나를 쳐다본다.
난 목례만 했다.
-선배, 나 지금 편의점 가봐야 하니까 먼저 가볼게…
아참, 이따 나랑 같이 점심 먹어…
-어…그래…
화영선배의 눈에 나의 행동이 이상해 보였으리라…
무슨 편의점에 지금 꼭 가야하냐고..하면서…
그의 눈에 나의 행동 또한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저런 티나는 상황에서
항상 주인공들은 티를 낸다.
나 곤란해요…이런 식으로…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난 왜 들 저러나…싶었는데, 내가 그렇다 지금…
실제상황에선 항상 이성이 감성에게 뒤지기 때문인 것 같다.
-모야? 점심 먹자더니 넌 왜 생식이야?
경황없이 나의 내면세계와의 복잡한 이성을 교감한 후에
화영 선배랑 점심을 하기 위해서 사무실 옆 커피숍에 와 있다.
-선배, 뱃살이 너무 나와서 안 되겠어…오늘부터 다이어트 좀 해야겠어.
-선경아…너 정말 왜 이러니?
-아침에 작년에 입었던 치마를 입어보니까 안 맞더라고…
-ㅋㅋ 그래, 너야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만 난 모냐?
-ㅋㅋ 선배, 이 집 오믈렛이 그런대로 맛있더라…
선배의 저 표정…본인은 싫다고 하지만 난 저 표정을 보면 선배가
너무너무 귀여울 수가 없다.
-선배, 인표씨는 언제 갔어?
-야~ 너 아침에 왜 그랬어?
-어? 왜?-.-
-아니 너랑 일을 한 사람인데 당사자가 그렇게 하고 가버리니까
나한테 필름만 주고 그냥 가더라…
선배에게 어제 있었던 이야길 해야하나 말아야하나…고민스러워졌다.
-너네 무슨 일 있었니?
-무슨 일은!!!…선배 몰 말하는 거야 정말….!!!
내가 봐도 오버액션 반응이었다. 나의 대답은…
하지만 화영 선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오믈렛을 주문했다.
난 준비해온 우유 팩에 선식 가루를 탔다.
우유 팩의 입구를 봉하고 흔들었다.
-너 그거 먹고 일이나 제대로 하겠니?
난 선배를 쳐다보고 웃어줬다.
저지지배 왜 이래? 하는 표정이다.
-선배, 나 실은 어제 인표씨랑 같이 잤어….
-모…모라고?
선배는 물 한컵을 벌컥, 단숨에 마셔버린다.
-아. 그렇다고 우리가 그렇고 그런 짓을 한건 아니야….
그냥 내 침대서 같이 잠만 잤을 뿐이야…
한숨을 쉬는 화영선배…
-그게 말이 되니?
-선배, 날 몰라?
-그래,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근데 선배,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럼 모가 중요한데?
생식을 탄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이런 경우 뜸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주연여배우 상을 발표할 때처럼 뜸을 들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참나원…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 너무 웃기다.
-인표씨가 우리 빌라에서 나가는 걸 정팀장이 본 거 같아.
-정말?
오믈렛이 나왔다.
노랗게 입힌 계란 옷과 케찹이 색상대비가 너무 이쁘다.
-선배, 나 이거 한번만 먹어보자…
-지지배야, 너 이거 먹어보겠다는 소리가 지금 나와?
선배는 오믈렛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모야? 그러니까, 정팀장이 어떻게 봤다는 거야?
-아니, 인표씨가 나가는걸 내가 우리집에서 보고 있었는데…
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소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어머…그래도 모…남의 프라이버시인데 그걸 가지고 정팀장이
모라고 하겠니….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
-그래?
-그래, 그리고 설사 알았다쳐도 호감있는 남녀가 같이 있었다는게
무슨 흠이되니? 그렇게 따지자면 난…^^
-선배, 난 심각해 지금…
-지지배, 누가 그걸 모르니…신경쓰지마…그런데 너 인표씨 좋아하는 거야?
-……
난 아무 말도 못했다.
좋아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도 되는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걸 너가 모르면 어떡해?
-……
선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우린 각자의 점심식사를 해결하였다.
선배는 노오란 오믈렛을 난 선식 우유를…
노처녀라는 것이 싱글보담 가릴 것이 더 많다.
나이가 나보다 더 많은 싱글녀 화영선배는 누굴 사랑하는데 있어
자신의 마음을 숨기거나 혹은 가려서 만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난 누굴 사랑하는데 있어 조금은 재고 조금은 가린다.
선식보다 엄청 많은 칼로리의 오믈렛을 아무 꺼리낌없이 먹는
화영선배가 부럽다.
칼로리가 많은 오믈렛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부러운 건지,
그런걸 가리지 않는 화영선배의 라이프스타일이 부러운 건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내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의 발신자를 보니 낯익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