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지나간 추억은 아름답게 미화 될 수 있다"
고1 사촌동생이 물어본다.
"선경언니, 언니는 짝사랑 경험 없었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아무리 지성과 미모를 갖춘 나라고 짝사랑이 없다니~
말이 되니?
<송이야~이 언니두 애절한 짝사랑을 했던 적이 있었단다.>
<정말?>
송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며,
<언니, 그럼 얘기 좀 해바바, 궁금하당~>
-지지배, 궁금도 하겠지~ 나같이 완벽한 사람에게도 짝사랑이 있었다는게
어디 믿어지겠니~애햄~
<내가 삼수 할 때였지~>
난 재수를 거치고 삼수를 하였다.
물론 1차로 대학에 붙긴하였지만, 왠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좀더 괜찮은 대학에 가기위해 자퇴를 하고 바로 재수를 하였지만, 선남선녀가 모인 학원가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는 딱! 떨어졌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다시 삼수를 결심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점심식사후 식곤증이 밀려와도 장딴지를 꾹꾹, 볼펜으로 찔러가며 수업에 집중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숙제하는 시간인줄로만 알았던 야자(야간자율학습)시간에도 열심히 공부만 하였다. 더군다나 숙제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퀸카만 모이는 [예쁘게 치장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삼수생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내 눈에 들어오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당시, 나는 김현철을 좋아했는데 그와 비슷한 아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이름은
"유승준"
그 아이의 이름이다.
그 아이는 앞머리가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길었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있고 조용한 아이였다.
복도에서 그 아이를 보게 되면 괜히 가슴이 설레였다.
어느새 책가방에는 거울, 빗 그리고 립스틱과 루크 분(역주 : 루크라 는 상표로 보령에서 만든 핑크빛 아가들용 분)등 치장할 때 쓰이는 도구(?)들이 늘어갔다.
주말이면 쇼핑하느라 바빴다.
청바지에 흰티만 고집했던 나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고,
예치모(예쁘게 치장하는 모임)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 유승준 그에게로 쏠렸다.
그러던 어느날,
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승준이가 우리반 이모양과 사귀는 사이라고 친구 미현이가 말해줬다.
-모...그 여우같은 기집애랑 사귄다고?
그 여우같은 이모양은 매일, 우유 500ml만 먹고,
맨날 맨 앞자리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척 등의 잘난척을 일삼아 하는 한마디로 재수없는 아이였다.
모...그래도 얼굴은 우유를 매일 먹는 탓인지 뽀얗고 그래...조금 이뿌다.
치이~
암튼, 그렇게 재수없는 타입의 아이랑 사귄다는 소문이 나다니....
난 청천벽력과 같은 소문의 진상을 알아내어야만 했다.
승준이의 주변의 아이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승준이가 원래 대인관계가 넓지 않은 탓인지 그 아이랑 친한 주변인물들이
별로 없었다.
어느날이었다.
학원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승준이를 보았다.
난 애써 외면했다.
그날 그 일은 며칠토록 나의 일기장의 화제가 되었다.
무슨 무용담이라도 되듯, 나의 짝사랑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백해보라고 하지만,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면 무슨 큰일이 난다” 였다.
그리고 난 그렇게 할 만한 용기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추석연휴쯤으로 해당되는 연휴, 아이들과 극장에 갔다.
그 당시 중소도시의 극장은 지금처럼 좌석제가 아니었다.
표를 끊고 들어가면 선착순으로 자기가 않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명당을 고르다가 승준이와 그 여우쟁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온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난 가슴이 쿵쾅~뛰기 시작했다.
근데 하필, 내친구들은 그둘(승준이랑 이모양)의 그 앞줄에 앉았다.
당연, 영화는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승준이가 그 여우쟁이와 사귀는 것이 맞는구나 라고 정의 내릴 무렵 난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그냥, 그냥 가고 싶었다. 아마 인정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승준이가 보였다.
-어...왠일이지...쿵쾅쿵쾅....
<선경아, 너 이름 선경이 맞지?>
-어머,,,승준이가 내 이름을 아네?
<어..어..마자..>
난 무척, 쑥스러웠다.
그러나 난 아주 이뿐 목소리로 대답했다. ^^(발그레~)
<근데, 영화는 왜 안보고 나왔니?>
-왜라니...그냥,,,
<어...화장실 가려고...>
-아이 창피해...하필, 화장실에서....
<승준이..넌?>
-그래, 혹시 이 아이, 나 쫓아온 거 아닐까^^(발그레~)
<어...삐삐가 왔길레...전화하려고...>
-아...삐삐...그 당시에는 삐삐가 있었다. 일명 호출기...
<그래, 그럼 전화하고 가~>
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승준이는 정말 전화하러 나온 걸까?
혹시, 내가 극장에서 나오는 걸 보고 따라 나왔을지 모른다.
모가 급하다고 영화보다가 나와서 전화를 할까...? 안그래요들?
난 이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날부터 더더욱 승준이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짙어갔다.
가끔 복도에서 부딪치면 인사도 주고 받았다.
<안녕!>
<어, 안녕!>
모..이게 우리의 인사가 다였지만 아마 승준이는 그 여우 때문에
나와 더 깊은 인사를 못 나눴을 것이다. 나~삔 지지배 여우쟁이!
세월은 지나갔고 [마법의 성]이란 노래가 유행하는 겨울이 되었다.
이 노래는 승준이와 나와의 테마곡이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당신은 마법에 빠진 왕자란 걸...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엔 수많은 어려움 뿐이지만...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거라고...두 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혤 달라고...
난 여우쟁이 이모양에게서 승준이를 구하고 싶었다.
어느날 난 수업에 늦었다. 수업에 늦게 들어가기 뭐해서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마침, 승준이도 늦었는지 자습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우린 앞으로의 있을 사랑스런 대화에 앞서 인사를 했다.
<안녕!>
<어, 안녕!>
그리고 난 무슨 이야길 꺼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나를 좀 따라다니는 껄렁껄렁한 남자아이, 민군이 승준이 뒤를 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어. 선경이 너가 왠일이냐? 너두 지각 할 때가 있냐?>
라며 내 자리에 오는 것이었다.
<어..나라고 지각 하지 말라는 법 있니?>
난 좀 쌀쌀맞게 대하고 싶었으나, 승준이가 이런 날 보면
상냥하지 못한 아이라고 생각할까봐 그 다음은 좀 부드럽게 말했다.
<너도 좀 늦었구나?>
하지만 민군은 나의 친절함에 감복했는지 계속 말을 잇는다.
<어...난 거의 늦잖아...아참, 너는 잘 모르겠구나...>
<어"--v >
<선경아, 이 빵 좀 먹을래? 우리 엄마가 아침밥 안 먹었다고 싸주신 거야...>
<어--v >
-어 승준이랑 대화해야 하는데....이 자식...왜 이렇게 말이 많아...
<아참, 너 남동생 있지? 저번에 시내에서 너를 봤는데, 남자아이랑 같이 가더라,
그애 니 남동생 맞지?>
<어--v >
아무튼,,,승준이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들어오지 않았고, 난 민군과 단둘이 있었다.
원래는 승준이와 있을 수 있었는데....--
아마, 승준이는 나와 민군과의 관계를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민군이 날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반 애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아이들에게 좋아한다고 소문을 냈었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 승준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며칠 안 남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그 여우쟁이랑 다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암튼, 그렇게 삼수시절은 지나갔다.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사실, 승준이라는 아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이름으로 지어냈다.
내가 만약 정말정말 많이 좋아했다면 이름을 잃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말이 없던 아이라 호기심 정도?
물론 위의 있었던 상황은 모두 진짜이다.
하지만 내가 서술해 놓은 심적 상황등은 지금 내가 재해석 한거다.
(거짓말이 아니라 좀 과장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여우쟁이 이모양도 그다지 여우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지나간 추억들은 가끔 이렇게 확대해석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은 모든게 다 가능하기 때문 아닐까~
(물론 인간이 이뤄낼 수 있는 것 한에서 이겠지만 말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은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하나 더 붙이자면 인정하지 않으니까...)
모...말이 삼천포로 빠지고 있지만...
특히, 노처녀들에게 과거의 추억이란 모두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사랑에 관한 더더욱 그런거 같다.
남자들이 18대 1로 싸워서 이겼으면 하는 소망을 마치 있었던양
누군가에게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것처럼,
가끔 여자들은 아름다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소망을
남자들의 무용담처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