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GOD!!!
난 god를 [지오디]라고 부르지 않는다.
난 오 마이 갓!
내가 정말 곤란할 때 쓰는 말이다. 오, 마이 갓!
어째서 나이 서른 한 살에 대해 사람들은 한가지 시선으로만 바라볼까?
결혼할 나이를 지났구만...쯧쯧...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이 결혼밖에 없느냔 말이다.
인류의 문명을 좀더 발달시키고 우리 다음세대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지구 온난화 문제라던지, 아프리카 기아를 위해 지금 무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한평생 가질 수 있는거 아닌가...
-그럼, 너, 지금 하는 일이 뭔대?
이 놈의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나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뭐...나야...그냥 집안을 걱정하면서 모..가끔 휴식을 취하면서
에이~ 할 말이 없다...
아무튼,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긴... 나에겐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돈도 없다.
지나가버린 화려했던 과거만 있을 뿐~
내게는 이상하고 지독한 징크스 하나, 있다.
어떤 사람의 상황을 속으로 측은하게 생각하며 하지만 이해가지 않을 때,
반듯이 그 상황은 내게 닥쳐온다는 것이다.
남에게 걱정해준답시고 혀를 찰 때마다 그와 같은 일이 현실로
내 앞에 오게된다.
재수할 때 삼수하는 오빠를 보았을 때, 나도 삼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노처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따지자면 대학시절
친했던
그 언니, 32살 때까지 시집 안 간 그 언니,
그 언니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대학 1학년때, 같은 과에 스물 여덟살 언니가 있었다.
술도 좋아하고, 담배도 좋아하던 김모양.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모든 아이들이 잘 따랐던 그 언닌, 체육대회때면
썸싱스페셜을 사와선 아이들과 몰래 풀숲에서 마시곤 하였다.
“애들아 이거 한번 마셔봐~ 얼마나 좋은데~”
사실 낮술이란게 얼마나 기분을 좋게 하는지 마셔본 사람만이 알게 될 것이다. ^^;
아무튼, 그 언닌 남자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술마시는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학교 바로 앞 중국식당에 가면 먼저, 물만두와 짬봉 국물이 나온다.
가끔 조개탕도 주는데...언니는 그 곳의 사장과 친해져서 같이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된 것이다.
술을 싫어하지 않는 나였지만, 나이 먹은 처자가 술을 저렇게 가까이하다니...
보기에 별로 안 좋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 언니는 남자친구 안 사겨?"
언니는 좀 머쩍은듯
"어...그냥..."
그러고 그냥 웃기만 하였다.
"언니, 남자친구 사귀어봐. 그러면 술도 안 마시게 될 거야.
아참, 언니가 몇 살이야? 스물여덟이잖아..결혼은 안 해?"
"어? 결혼? 해야지..."
매일매일 남자에 관해서 물어보면 항상 저렇게 어
결혼에 대해 물어보면 해야지 하고만 대답한다.
거참 알 수가 없었다. 왜, 안하는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당시의 언니에게 정확한 답을 듣진 못했지만
바보, 짐작했어야 하는건데…
우린 놀기도 놀았지만 공부도 열심히 했다.
사실, 서초동 **도서관에 물이 좋다는 현장제보를 듣고 언니를 꼬셔서
**도서관을 가던
어느날.
어느 곳에서나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던 언니는 길가에서 피워보겠다고
야단이었다.
사실 그 도서관가는 길에는 전경들인지 유독 많았다.
대법원이 근처에 있어서 그랬는지
…
또, 당시에 여자가 길가에서 담배 피면 잡아간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우린 언니를 말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언니, 걸리면 어떡해?"
"괜찮아, 여자는 길에서 담배 피면 걸린다란 법이 어디 있니?
말이 안된다는거
니들이 더 잘 알잖아!"
더군다가 물 좋기로 유명한 그 도서관에서 미래의 나의 남자친구가
될 뻔한 사람이
우릴 지켜보고 있음 어떡해하나란 당연한(?)걱정에
우린 멀리서, 아주 멀리서 언니와 떨어져 걸었다.
언니를 잡게 되면 우린 모른척 하려고....^^;
담배에 불을 지피고(?) 담배를 한두모금 피더니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에서 오던 전경은 다짜고짜 언니에게 다가서서는
신분증을 내놓라고 하지않는가....
언니는 한사코 우리 쪽을 바라보며, 오라는 눈빛을 보내왔고...
우린 어쩔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굴러댔다....
-그 동안의 너희의 우정은 어디 간 거야?
아...그게 그러니까....
-우정이 먼저야? 먼저 품의를 유지해야 할 거 아니야...
무슨 품의...너 이정도 밖에 안돼?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점 찍어두었던 남학생이 맞은편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나의 품위를 저 남학생 앞에서 손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우정을 지켜 여자로서의 권익을 도모할 것인가?
아...정말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선경아, 어떻게 하지?>
친구 은진이는 나에게 물어본다.
<에이...모르겠다! 가보자!>
나는 우리의 우정을 버릴 수 없었다.
<언니, 왜? 모…모 때문에 그렇다는데? 여자는 왜, 길에서 담배피면 안된대?
우리나라 민주국가 아니야? 도대체 이넘의 나라는 여자한테만 왜 이렇게
사사건건 시비래?>
난 흥분된 목소리로, 전경을 쏘아보며, 다짜고짜 신경질을 냈다.
그러면서도 난,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그 남학생을 힐끔 쳐다 보았다.
어디로 사라진 건지 그 남학생은 온대간대 없었다.
-어...이상하다..어디갔지?
난 이때다 싶었다. 그 남학생이 사라진 이 순간...
난 미영 언니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우정을 위해 정부의 시책에 당당히 맞서는 나....이선경^^
분명, 언니는 나의 이 노고를 치하해 주겠지^^
난 전경을 향해 힘껏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왜 그래욧! 우리나라는 민주국가.......>
난 더 이상 말 할 수 있었다. 미영언니의 손이 내 입을 막지 않았다면 말이다.
<선경아, 너 저리로 좀 가 있을래? 이 분과 할 말이 좀 있네...>
수줍어하는 미영언니, 그리고 얼굴이 자꾸만 빨개져서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전경....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전경...^^;;
난 사태파악하기 힘들었다. 친구 은진이가 내 손에 커피를 쥐어줄때까지....
참나원.....
내가 현실에 적응하는 동안 미영언니와 그 전경은 전화번호와 주소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내용인즉슨,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언니의 모습에 전경이 반했더란다.
그래서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더란다.
그것도 모르고 난 여성이 어떻느니...우리나라가 민주국가이니...
아참, 나이차가 4살이나 나는데 상관없단다....
기가 막혀서....(나이차가 나서 기가막히다는 것이 아니다.
담배 피는 연상의 여자가 멋있어서 군인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헌팅을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그 후 그들은 도서관거리에서 007연애를 시작했다.
때때마다 도시락 챙겨서 도서관 거리의 그 전경을 찾아나섰고
그 남자에게 멋있게 담배 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담배를 더 많이 피우다가 목에 이상이 오기도 했다. ㅋㅋ
하지만 지금, 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아기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가끔, 전화가 와서는
<너 그때 무슨 배짱으로 우리 신랑한테 따졌니? 지지배 목소리만 커가지고....
ㅋㅋ>
참나원....지지배는 목소리가 크면 안되나~
내가 누구 때문에 품위를 망각하고 발 벗고 나섰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이 신세가 되어 이렇게 한탄하고 있는데....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은 상황이라면 또 전경에게 따질 수 있었을까?
자신만만하던 20대 시절은 내게 우정과 용기라는 것들을 가져다 주지만,
노처녀딱지가 붙은 30대는 대인기피증과 더불어 자신감까지 다운시켜버린다.
또한 점차 늘어가는 외로움에 비례라도 하는양, 담배 피는 숫자는 늘어만 가고,
다양한 형태의 빈 포도주병이 콜렉션되어지고 있다.
도대체... 노처녀는 이래야만 하는 건가?
오랜만에 반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