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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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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BY 마야 2004-04-15

"배가 조금 괜찮아지냐?" 라고 섭이 진에게 물었다.

"음...거 좋다. 내가 우리 엄니에 대한 나쁜 기억을 없애야 할 때 는...

 이런것을 생각해 본다. 국민학교 육 학년 때 였던것 같애. 라면을 그 때도

 무척 좋아 했었는데...한 번은 라면을 먹고 급채했었거든, 그 때 울 엄니

 처음으로 나의 배를 이렇게 쓸어 주셨다. 거 좋다." 진이는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눈을 떠 섭을 보다가 다시 하늘을 본다.

겨울 새벽 하늘엔 별들이 아직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들 떨고 앉아 있지말고, 짚단을 몇 개 빼 내면,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에 들어가 잠을 조금 자야, 아침이 되면 걸을 수 있을 꺼다." 라고 진이가

모두에게 말을 했다.

"엉? 거 좋은 생각이셔." 혁이가 다리를 절룩이며, 짚단이 쌓여있는 둥우리로 가서

짚단을 두서너 단씩 빼내자, 굴처럼 작은 굴이 되었다.

하나 둘, 그 굴로 기어 들어가 머리를 밖을로 내어놓고 몸을 짚단처럼 쑤셔넣은 다음,

하나 둘 잠이 들 때까지, 모두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혁은, 하늘의 별을 헤면서 입김을 불어 세어나는 하얀 성애로 둥그런 하트모양을 만들어

새벽 하늘로 날리고 있었고, 원이는 몸을 짚단에 넣자마자 잠이 들었다.

섭이는 진이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가 코를 곯기 시작했다.

봉숙은 말없이 진이의 옆짚구멍에 몸을 넣고, 어머니의 안녕을 걱정하고 있었다.

"건아 자냐?"

"아니!. 이렇게 누워있으니까, 딱다구리가 된기분이다.킥킥킥."

"야!. 강진!."

"뭐. 넌 네 어머니를 영 용서할 수 없는거냐?"

"..."

"건이야!. 우리 딴 야기하자? 건...진이가 제일 꺼려하는 야기 주제잖아."

"미안."

"괜찮아...언젠간...용서를...봉숙씨 자요?"

"아니요. 전 늘 제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이 년이나 지나서...아직도 어머니가

 그곳에 계실지 의문이예요."

"일단 가보죠 뭐. 딱히 연락을 따로 취할 곳은 없잖아요?"

"녜."

"근데...모두들 남들은 모두들 부러워하는 아주 좋은 대학엘 입학하고서 왜들 그렇게

 괴로워 하세요?"

"어? 봉숙씨, 우리가 괴로워 보여요?"

"녜. 제 눈에는..."

"진이야, 너 철학과 잖아, 인생에 대한 질문이셔...후후후."

섭이의 쓴 웃음뒤로, 짧은 정열과 젊음의 열정이 함께 하늘로 바람을 타고 솟았다.

"전...승려가 되려고 했었어요. 대학이 아니라...진리를 찿아 대학엘 가 봤더니, 진리는

 거기에 없는듯하고, 나와보면, 더 욱더 한심한 나 자신이 또렷이 보이고...아마도 뭔가

 괴로운듯 비춰졌다면, 바로 그런 고민들일 꺼예요."

"전, 엄마와 세끼 걱정 없이, 어머니가 좋아하는 장조림을 만들어 드리고, 맛난 김장김치

 도 담궈서, 맛있게 익을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는...그런 봄을 늘 기다렸어요. 근데...

 제 기억에는 늘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만 했었거든요. 서울에 갔을 때, 계란이 그렇게

 싼지 몰랐어요. 전, 달걀 후라이를 먹을 때마다, 목에 걸려서 먹을 수 가 없었거든요."

"봉숙씨 어머니가 목에 걸려서요?"

섭이는 잠시 고개를 쑤욱 빼서, 하늘을 보고 있는 봉숙의 옆 얼굴을 살며시 보았다.

"울 엄니는 지금쯤, 종로의 작은 식당에서 새벽 시장을 봐다가, 야채 다듬고, 시금치

 무치고, 당근을 세로로 썰고 계실껄요? 아버지가 평생 심마니거든요. 어머니는 지금까지

 작은 식당에서 일을 하셔서, 당신을 건사하고 계십니다."

"형!. 자꾸 엄니 얘기 하니까. 울엄마 보고싶잖아. 불쌍한 울엄마님."

"난 잘란다." 진이가 몸을 좀더 깊숙히 밀어넣었다.

그리고 진이는 이번 여행을 갑자기 떠나 오기전, 마지막 동생과 전화 통화를 했던 기억을

꿈처럼 더듬다가 금새 잠이 들었다.

 

새벽 여명이 새벽 들녘으로 밀려 들었다.

하얀 서리가 싹둑 베어진 벼밑둥구리 위로 내려 않았다.

곤히 잠든 다섯을 둘러 보던, 건이가 먼저 구멍에서 몸을 빼다가, 논 바닥에 굴렀다.

" 억!. 아고 참... 와아~ 아름답다."

하얗게 내린 서리가 작은 눈꽃송이처럼 반짝였다.

눈이 부셔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살며시 뜨자, 눈에 햇살에 비치는 하얀서리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건은 몸을 일으켜 세워 멀리 휭 둘러 보았다.

약 십 여 분 거리에 예닐곱채의 집이 있는 작은 마을이 보였다.

건이는 먼저 모두가 일어나기 전에, 새벽 밥을 짓는 집을 찿아가 음식을 구걸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대장이 할 일 이었으니까.

한 집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봉화를 올리듯 다음 집 굴뚝에서도 연기가 쏫아 올랐다.

멀리로 새벽 닭이 우는 소리가 새벽 찬공기속을 가르며 들려왔다.

모락모락 쏫는 굴뚝의 연기가 하늘로 산화하듯이 곱게 너울처럼 오르다 하얀 서리처럼

모두 흰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건이는 논에서 신작로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구걸이라...평생을 구걸로 업을 삼는 스님들은 이것을 탁발행이라 했다.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후, 단 한 번도 우리 셋 앞에서 눈물 방울

 한 번 보이지 않으시고, 보험회사를 열심히 다닌 탓에, 밥을 구걸 할 기회도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호래호식 하지 않았는가?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의 배에

 담을 음식을 구걸하러 간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처음으로 굴뚝에 연기가 쏫았던

 집의 싸리 대문을 빼꼼히 밀면서 들어서자, 작은 누렁이가 꼬리를 흔들면서 짖어댔다.

마루밑 디딤돌과 시맨트가 말끔히 발라진 단 위에 신발들이 여럿있는것으로 보아, 구정을

새기 위해서 식구들이 내려왔다가, 아직도 있는듯 했다.

앞치마를 두른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부엌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라 물었왔다.

"누구...신지요?"

"아...저...저는...학생들인데요. 아니, 저희...다섯명은 지금 논에서 잠을 자고, 간밤에

 기차에서 내려서 도보 여행을 하고 있는 중 인데...배가 고파서..."

횡설수설 두서없이 말을 더듬듯이 한 건이는 머리를 멎적어서 긁었다.

서울 말씨를 쓰는, 아낙이 가볍게 웃더니 되 물어 왔다.

"아휴~ 이를 어쩐다지요? 여섯명을 더 거둘 밥은 안될테고...음...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여유있는 밥을 담고, 약간의 찬거리를 준비 해 볼 테니...여섯을 모두 일단은 집으로

 뫼시고 오세요."

"예?"

건이는 인심에 놀랐다.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살림같은데...

"아? 예. 감사합니다."

그 때, 안 방 문이 열리면서 하얗게 쉰 머리를 아직도 뒤로 모아 비녀를 꼿은 할머니 한 분이

앞마루로 나오면서 말씀을 하셨다.

"계에, 누가 왔누?"

"아~예, 어머님!. 서울 학생들 같은데...걸어서 여행중이랍니다. 헌데...아침을 먹을 곳을

 찿기에 집으로 오라 했는데...괜찮을지..."

"엥? 학생들이? 이 정초에 왠 난리들이노? 추운데...어데 있누?"

" 아~예. 할머니...저희는 간밤에 기차에서 내려서 너무 추워서, 저기 마을 아래 논에서

 짚단 속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약간의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아이고!. 추운데...정월 찬서리에는 까마귀도 얼어 죽는다는데...얼어죽은이는 없노?

 어여 데리고 오래이. 아가~ 밥을 넉넉히 할 껄 그랬다. 그재?"

"아~ 예. 광에서 쌀을 조금 더 내어다가 밥을 얼른 제가 더 짓죠 뭐. 그리고 떡국을 조금더

 끓이지요. 뭐. 학생은 어여가서, 친구들 데리고 이리로 와서 아침들 들고 가요."

너무나 쉽게 구걸이 되서일까.

아니면, 시골 인심이 도시와 달라서 일까. 얼이 빠진듯이 약간 놀란, 건이는 뒷걸음을 치면서

연신 웃기만 했다.

뛰다시피 단 걸음에 달려 논으로 들어서면서 외치듯이 말했다.

"일어나!. 아침먹으러 가야지..."

머리만 내밀고 딱다구리 들이 각자의 집에서 잠을 자듯이 구멍을 하나씩 차지하고 잠을 자고있던,

혁,원,섭,진,봉숙이 일제히 눈을 떠서, 눈부신 들판을 바라보았다.

하얀서리가 눈부시고, 팔짝팔짝 개구리마냥 뛰며 좋아하는 건이는 뱅글뱅글 날개를 펴서

날듯이 논 바닥에서 제비처럼 비행하는 시늉을 하면서 계속 외쳐댔다.

"아침밥을 해 주신데. 아침밥을 먹으러 가자. 구걸이 이렇게 쉬운줄 몰랐다. 유후~."

"형들!. 제 왜저런데?"

"진이야, 아마도 간밤에 건이가 태몽을 꿨나본데.?"

"하하하!. 너 그러고 있으니까, 인디언 추장이 따로 없다."

"형님!. 난 대장으로써, 나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 중 입니다."

"억!. 허허허허. 맞습니다. 대장님!. 근데...나 배가 조금 고플라고 그래."

뒤 늦게 겨우 머리를 털면서 기어나온, 원이가 말을했다.

"아이고~. 진상님!. 그래서 우리 대장님이 구걸을 해 놓았다고 저렇게 좋아 하잖아."

라고 진이가 짚단을 다시 밀어 넣어 구멍을 막으면서, 말을 했다.

"이 마을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우리 모두 오래요? 여섯이라고 말 했어요?"

봉숙이 유난히 초롱초롱한 눈을 굴리면서 의아해 하면서 말을 했다.

"녜. 여섯이라고 말했어요. 할머니도 있고, 작은 누렁이도 있고, 서울 분 같은데.

 며느리인가봐요. 아주머니도 있었어요. 저어기 저기 저 집 이예요. 빨리 눈꼽떼고

 형, 머리 손질좀 하시지."

"엉? 내머리가 뭐? 다시 빗어야 하나?"

"후후후. 꼭 딱다구리 머리같아요."

"봉숙씨!. 우리 모두는 딱따구리였어요. 하하하하."

원이가 말을 하면서, 손가락을로 대충 머리를 다시 잡아 올려 다듬은 다음 고무줄로 질겅

동여메자, 일제히 모두는 기지게를 펴면서, 이렇게 외쳤다.

"후루루룩! 후루루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