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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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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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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4-08-17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되었다.연말에 같이 보내자는 영인의 청을 거절하고 혼자 동해바다를 찾았다.새벽에 청량리 에서 떠나는 정동진 행의 열차에 몸을 실었다.진작에 예약을 해 두었지만 빈자릴 잡기란 쉽지가 않았다.해돋이 보러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너무 길었고 시간도 많이 지체 되었지만......어렵게 간 정동진의 바다는 날 실망 시키지 않았다.붉게 타오르는 새벽의 해.......빨갛기도......선명한 오렌지 빛이기도 하고........찬 바람과 함께 내게 불어오는.....이 서늘함.......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바다가 날 반겨주면  금방이라도 달려 들고 싶었다. 벌써 27해다........어렵게 살아왔는데......정말 살면서 좋았던 날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밖에 없는데 그걸 추억이라고 가지고 가기엔........이여경이라는 내 이름이......아픔만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내 삶이 너무 슬프지 않을까.......너무 불쌍하지 않을까.......이여경.....너 정말.......불쌍하고.....가엾다......원하지 않은 .......세상이 원하지 않은 아이라고 해서.....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을 그렇게 치고......그렇게 세상에서 안 떨어지려고 매달려 ......겨우 허락된 공기만 마시며 숨쉬는데......이젠 그 끈을 잘라 버리고 싶다.정말 그래도 될까....?정말.....여기서 생을 접어도 .....여경이 너......괜찮니....?정말 괜찮니...?아무런 미련 없어....?정말 ......괜찮은 거니.........?쉴새 없이 흐르는 눈물이 얼음이 되어 맨볼에 붙어 얼음 꽃을 만들고 있었다. 주변의 소란 스러움......연인이나 친구......가족단위로 몰려온 사람들.....모두들 새로운 마음을 다지려 저 떠오르는 해을 보러 왔겠지......가슴 가득 큰 희망을 담으려......그렇게 가슴 벅차하며 저 해을 보겠지........소리조차 나오지 않은 슬픔 이라니.....인생의 고행은 어디까지 날 끌고 다닐 생각인건지..........갑자기 숨이 막혔다.

 

크리스 마스 였다.상준이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갑작스런 말에 놀란 탓도 있고.....정말 상준이 날 만나고 싶어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고.....다시 만난다는 거에 기쁨도 있었지만 불안함도 있었다.어차피 내겐 맞지 않은 사람이라고 애써 떨궈 내었는데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여전히 내것이 아닌 사람.......두번 잊는 다는건 절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빈곳 없이 다 후벼파내고.......다 끌어 내버린 마음.....다시 시작할수 없었다.내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벌써 오래된 얘기였고.......끝난 일이다.

 

오빠를 찾아 갔다. 아이의 백일이 며칠 안남아 있었고.......한번도 찾아 보지 않아 미안함도 있었기에.....크리스마스라는 명목으로 예쁜 겨울 코트와 손에 쥐고 놀수 있는 장난감 몇개.....챙겨들고 오빨 만나러 갔다. 핸폰도 집 전화로도 연락이 안되 겨우 오빠가 다니는 사무실에 전활 넣어 어렵게 집 주소를 받았다.이사를 했나 보다.내가 준 돈으로 전세로 옮긴다며 다신 이런 어려운 부탁 않는다고 했는데......정말 이사를 했나 보다. 뒷늦게 고모 노릇 좀 하려고 큰 맘 먹고 예쁜 아기 코트를 샀다.정말 기뻤다. 내게도 예쁜 조카가 생겼다는게......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기쁨을 주었다.영양 실조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고 전에 들었던게 생각이 났다.분유값이 없어 젖을 먹이는데......젖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애가 너무 말라 병원에 갔더니 영양 실조라고 하더란다.얼마나 기막히던지.....개월수가 적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데 하루 병원비가 엄청 비싸다며 병원비좀 빌려 달라던 오빠 였다.그때 함께 전해 주었다.어렵게 모은 적금 오빠손에 쥐어 주며 이번이 마지막 이라고 말했다.정말 그 한번이 마지막 이였다. 내게 더는 여력이 없기에.........몇번을 다짐을 받았다. 그런데....찾아간 그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무허가 하꼬방 이였다.다 허물어 남아 있는 곳이 겨우 두세집  뿐이 안되는.........포크레인이며 덤프트럭이 들어서 있는 공사현장 이였다.기막혔다. 내가 돈 준 것이 한달 전이였는데.......어쩜.......어렵게 대문에 붙어 있는 호수를 보며 찾아간 집.......문 밖까지 소리가 다 들렸다. 서로 상대에게 퍼붓는 소리 귀를 막고 싶은 욕과......물건을 집어 던지는 소리......맞고 때리는 .....악을 쓰는 소리........이젠 기억에 사라 졌다고 생각되었던 그림 하나가 쉽게 떠올랐다. 내 어두운 유년의 기억이.....타임머신을 태워 날 다시 그곳으로 보낸것처럼........내 눈앞에 펼쳐진 그림.......기막혔다.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공사판에서나 입을 법한 남루한 파카를 걸친 오빠가 나왔다.나오면서 나와 몸이 부딪쳤고......어깨의 통증 보다......눈이 더 아팠다.

 

"어......여경아......."

나만큼이나 오빠도 놀랐나 보다.........문을 열면 바로 방이 나오는 그런 작은 방.......내가 살고 있는 방 보다 더 작아 보였다.불이 꺼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에 머리를 산발을 한체 눈에 시퍼런 광기를 담고 우릴 쏘아보는 사람......첫 대면이였다.

생각보다 많이 어린듯한........삶에 찌든.......악만 남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잔......내 생각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였다. 오빠나이 벌써 31살인데.......희미한 실루엣의 여잔 이제 겨우 스물도 안되 보였다.

 

"들어올 생각 없으면 문닫아......찬바람 들어 오잖아....!!!"

"저 년 저거.....썅.......!!"

순간의 찰라에 욕설을 내 뱉으며 밖에 있는 물건 하나를 방으로 확 집어 던지는 오빠였다.

주저 앉고 싶었다. 내게 전화 걸어 아가씨라며 말할땐........저리 어린 여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정말........정말.........말이 안나왔다.

 

밖으로 나가자는 오빠의 말을 무시하고 난 안으로 들어섰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 봐야 했다. 크리스마스날......싸움 이라니.......방에 들어서서 아무리 눈을 돌려 봐도 아기가 안보였다. 아니 아기용품이라고는 .......하나도 안보였다. 이제 좀 있음 백일 아닌가.......?그 아이 보려고 내키지 않은 걸음 했는데.......아긴 보이지 않았다.

 

"좀 앉아봐.....어떻게 된건지 얘기좀 해봐...."
청소라는 건 전혀 하지 않았는지........방은 발 하나 디딜 공간이 없을 만큼 지저분 했고 어수선 했다.겨우 들고온 쇼핑백으로 자릴 만들어 앉았다.곳곳에 밴 반찬냄새며 술냄새......담배냄새.....생활의 찌든 냄새가 코를 콕콕 쑤셔왔다. 다시 맡고 싶지 않은 냄새.....숨 쉬기기 역겨울 만큼 참기 힘들었다.

 

"보면 몰라요.....?몇푼 던져 주고 생색 내려 온건가 본데........흥...웃기지도 않아...."

"썅년 조용히 못해.....!어따되고 망말이야...?"
"지랄 떨고 있네........꼴에 동생 앞이라고 폼 잡고 싶은가 본데.....값 떨지마 새꺄..."

"이 썅 진짜......"

또 치고 박고 싸우려는 둘을 보고 소릴 질러 버렸다.

억장이 무너지고.....가슴이 벌렁 거렸지만......내 질렀던 소리에 둘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날 봤다. 정말........무슨말이 필요 할까........?

내 어린날 보았던 아버지와 엄마.......딱 그 그림인데........무슨 할 말이 있을까.....?

 

"아긴.......아긴 어딨어요....?"

떨리는 맘을 부여 잡고 겨우 물었다.

 

둘다 고갤 돌린체 아무말 없었다.뭔가 가슴에 붙어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개만 숙인체.....아무말 없는 오빠와......입술만 앙다물고 있는....올케라는 이름이 생소한 여잔......내게 시선을 돌린체 아무말 않고 있었다.

 

"그때.....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하지 않았어.....?그게 잘못되어서 아직 병원에 있는 거야...?"
"............"

".....뭐야.....말 좀 해봐....그런거야...?아직 아픈거야...?응....?"
"........."

"오빠!!!!뭐야.....!!!아기 어딨냐구....?응....?"
"......없어요.....아린이......여기 없어요...."

내 다그침에.......여자가 말한거였다.

"그럼.....병원에 있나요?그런 건가요....?"

".....아뇨.....!!지 새끼 아니라고 저자식이 갖다 버렸어요.......그 힘없어 제 어미 젖조차 제대로 빨지도 못하는 아일......저 짐승같은 놈이...."

"시끄러.....닥치지 못해!!!!어따 대고 주둥일 놀려....씨발 ....닥쳐...."

 

정말 암담했다.어떻게 그집에서 나왔는지.....어떻게 .....그길을 걸어 나왔는지.....생각이 안났다.자기앨 임신 한줄알고......한번 살아 보겠다고 살림을 차렸는데......아인 열달을 체 채우지 못한 팔개월 만에 나왔단다. 에이형인 오빠와 비형인 올케 사이에 태어난 여자아인 오형이란다......겨우 사람답게 살아 보려고 .....딴엔 맘잡고 노력 해 보려고 했는데.......다른 놈의 아일 밴 여자 였다니........하늘이 무너져도 이보다 더 하랴 싶었다는 오빤.......내내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해준 돈도.......포주라는 사람에게 다 빼앗기고......살던 집 보증금도 날려 버리고 들어온게 이 개발 지역의 빈집 이였다고 했다.이제 겨우 19살 이라고 했다. 오빠에겐 23살이라고 했는데......포주에게 들은 나이가 19살 이란다......떨궈내도 떨궈내도 찾아오고.....들러붙는 여자가 미워.....한바탕 싸운날.....새벽녁에 사람들이 잘 다니는 큰 길가에 버리고 왔단다. 그러면 여자가 자길 떠나지 않을까 싶어.......인륜을 저버리는 짓을 했는데......여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몰욕에 폭력도 마다 않고 들러 붙어 있는다고 했다.아인.......없어졌고.....찾을 생각도 없지만.......어떻게 됬는지 관심도 없다고 했다.

 

오빤.....다시 배를 타겠다고 했다. 자신이 있을곳은 거기 뿐인것 같다며.......다시 배을 타겠다고 했다.정말 내겐 면목이 없다고 했다.이번이 마지막 보는 거 였으면 한다고 했다.그렇게 내게 .....제대로 얼굴 한번 안보여 주고......오빤 갔다.

 

정말......하늘은 내게 너무 하는것 같았다. 살아보라고 생명을 줬을텐데.......죽는 것 보다 더 힘든 삶을 준 하늘이......아니 신이 있다면 그 신을 원망하고 싶었다. 언제쯤 난 ......이여경으로 살아 보게 될런지.......올려다본 하늘은 ......파란색이다.선명하리 푸른 파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