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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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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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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BY 주 일 향 2004-01-31

 

한 달 가량 경옥은 독을 품고 지냈지만 조용히 여자를 해결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남편을 다시 받아들였다.

아내로서가 아닌 아영이 아빠로서 용서했다는 사실을 남편은 알 리 없는 남편은 한동안 자신의 잘못을 참회라도 하는 듯 일찍 집에 돌아와 아영이를 봐주며 가정에 충실했다.

그러나 그 일이 잊혀질 무렵. 남편은 일이 바빠졌다며 다시 귀가시간이 늦어졌다.

경옥은 또다시 밀려오는 남편에 대한 불신감에 사로잡혀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바로 그무렵 희숙이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 경옥아, 남규오빠한테 연락 왜 안했어. 무척 보고 싶어 하던데..”

“ 응, 아영이 키우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지 뭐,”

“ 남규오빠가 꼭 연락하라고 하더라,”

“ 그랬니?”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마음은 금새 동요되고 있었다.

희숙이와 전화를 끊고 경옥은 남규오빠 전화번호를 꺼냈다.

흐르는 세월에 묻었노라고 애써 잊으려했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무도 모르게 가슴에 품고 지내온 남자였다. 참았던 세월만큼 그리움이 밀려왔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떨렸다. 신호음을 들으며 경옥은 심호흡을 하고 헛기침을 해서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여보세요.”

“ 박남규 교수님좀 부탁합니다.”

“ 전데요.”

“ 저,” 라고 말하는 순간 “ 경옥씨?” 그는 전화가 올줄 알았다는 듯 목소리를 금방 알아맞혔고 반가워했다.

꽤 오랜 시간을 단절된 채 살아왔는데, 그는 마치 엊그제 만났다 헤어진 사람처럼 전화를 받았다.

“ 방금 전화벨이 울리는데, 혹시 경옥씨일거라는 생각했거든..... 우리 필이 통했나보다.”

“ 그랬나보네요, 오빠.”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서일까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인데 거리감이 느껴졌다.

“ 경옥씨. 지금 집이죠? 지금 만나고 싶은데...” 몹시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왔다.

“ 참, 여기까지 올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우리 중간지점 어디에서 만날까요?”

“ 그러는게 좋겠어요. 오빠,”

“ 희망공원 알아요?”

“ 녜,”

“ 그럼 거기서 삼 십분 뒤에 만나요.”

전화를 끊었는데도 남규오빠의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경옥은 그와의 전화내용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희망공원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