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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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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


BY 주 일 향 2004-01-29

 

남규오빠와의 두 번째 만남 역시 교회에서였다.

희숙이를 따라 순순히 학생예배에 갔던 이유가 솔직히 남규오빠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열망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오빠를 마주대하자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고, 얼굴만 붉히다 돌아왔다.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해 속상해하며 교회 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명랑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히 가세요,” 바로 남규오빠였다.

그러나 경옥은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고 교회문을 황급히 나서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바보처럼 굴었던 자신이 너무 창피했고,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경옥은 자신을 환대하며 호감을 보여준 그에 대해 점점 좋은 감정을 갖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더이상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그는 경옥을 단지 교회 후배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해서 경옥이 또래의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경옥의 일기장은 온통 그의 이름으로 채워졌고, 날이 갈수록 그에 대한 그리움이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쌓여갔다.

그는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활동을 많이 했고, 수재라고 했다.

그에 비하면 경옥은 한없이 초라했다.

 얼굴도 눈에 띄게 이쁘지도 않았고, 빼빼 마른 말라깽이 여학생인데다 공부도 중간을 겨우 웃도는 정도였다.

게다가 성격마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탓에 비교적 조용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유난히 맑고 푸른 가을 아침이다. 경옥은 하늘빛처럼 맑고 경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가게 앞 좌판에 쌓인 과일들은 갈수록 풍성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난히 사과를 좋아하는 경옥은 반짝반짝 윤이나는 붉은 사과를 보자  어느새 침이 고였다.

공원에는 전교인 야외예배로 모인 교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교제하고 있었다.

강을 끼고 있는 체육공원이었다.

 예배를 드리고나자 청군,백군으로 나뉘어 미니 올림픽도 하고, 게임과 레크레이션을 했다. 모두 흥겹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족끼리. 친구끼리 정겹게 점심을 먹는 풍경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점심을 먹고나자 경옥은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졌고, 평소 고독을 즐기는 기질이 강을 따라 홀로 걷게 만들었다.

조금 걸어올라가니 뜻밖에 연꽃군락지가 나타났다. 물위에 둥둥 떠있는 연잎은 다양했다,

토란잎처럼 줄기가 길다란 연잎도 무리지어 떠있었고. 연노랑색, 연분홍색, 백색, 홍색, 연한 자주색등의 연꽃이 청초하게 피어있었다.

신기한듯 꽃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수련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