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터 그녀의 18번애창곡이 최성수의 해후가 된 탓이었을까
그저 마음속에 있어 지워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했는데....
힘들때마다 잠깐씩 꺼내보며 웃음지며 보듬듯 그리워하며 ....
가끔은 가슴을 에이는 통증을 느끼며 안타까워 하며....
정말 보고싶을땐 그녀는 하얀 백지위에 가득 그의 이름을 쓰곤했다. 그래도 만난다는 것은 두려워서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나 죽기전에 한번은 꼭 만나야 한다고 그녀는 마음먹고 있었다
"미안하다 "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
친구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가며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다리가 휘청거림을
느끼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로 갔다.
그의 뒷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키가 크며 체격 또한 좋은 편이어서 앉은 모습이 옆자리에 앉은 그의 동행이
초라해 보인다.
엇갈려 마주 앉고 차마 보지 못하다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그도 이미
그녀를 보고 있었고 ....너무나 뜨거운 시선 .... 그녀는 순간 모든 말초신경뿐 아니라
심장마저 멈춘듯 숨을 쉬지 못하고....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랫만 이다" "네" "오랫 만이예요"
강남의 맛있게 한다는 복요리집 소주 2병 에 네명의 중년들은 옛날 얘기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래도 아쉬워 노래방 까지 가서 그들은 옛날에
즐겨 부르던 노래며 삶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불러 지는 노래들을 신명나게
부르다가 그의 몸부림치듯 부르는 애절한 노래에 모두 몸서리치고....그녀는 주르륵
뺨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그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그는 이미 울고 있음을 그녀는
그제서야 알게 되고 ...
"미안해""미안해" 널 찾지 않아서 ....."아니 내가 미안해 정말 보고싶었다 꿈은 아니겠지"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아직도 가냘픈 그녀의 허리를 부서져라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뺨에 목에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순간,온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느낌이 되며 그녀는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술에 취해 그러려니... 동행은 알고도 모른 척 열심히 노래를 불러 주고...
이미 술은 깬 상태였고 그와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삶 속으로 가야한다.
더 이상의 아쉬움도 더 이상의 미련도 이젠 남기지 말고 훌 훌털고 .....
돌아오는 차 속에서 친구는 말한다 .
" 너 아직도 그를 못 잊고 있구나 " 아직도 그를 사랑 하지?
.................................................
그래 ? 그래보이니 ?
"둘 다 그런 것같은데, 그도 너를 아직 많이 사랑하는 것 같은데"
노래 하는거마다 왜 그리 애절하고 안타까운지...불쌍하더라"
아무런 말도 그녀는 할 수 없다. 이미 그녀는 예전보다 더욱 더 그를 사랑할 것
같은 예감에 몸서리치고 있으니.....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하고 왠일로 남편은 그날따라 일찍들어와
컴퓨터고스톱을 하며 한없이 내려 깔듯 굵은 목소리로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거냐며
트집을 잡으려 한다.
"오랫만에 친구 좀 만났어" 오랫만에 외국에서 온 친구라 그랬어 "
내가 자주 나가기나 했어 오랫만에 나간걸 가지구 뭘 그리 트집 잡으려고 해"
오히려 큰소리는 그녀가 치고 "됐어" 하며 목욕탕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은 큰소리 한번 안치던 그녀가 정색을 하며 큰 소리 치는 것에 의아해 하며
더이상 고스톱에 흥미가 없는지 방으로 들어 가 버린다.
그녀는 씻으면서 아직 중년의 나이지만 몸은 30대못지 않은 몸매가 은근히 자신에게
자랑스럽게 느껴지며 자신의 몸을 유심히 쳐다 보다 잠시 전에 헤어진 그를 떠올리며
가만히 웃어 본다.
아이들이 아직 오지않아 그녀는 잠을 자지 못하고 언젠가 부터 책 꽂이에서
항상 저를 언제나 빼어 줄까 기다리기만 했던 시집을 빼들고 한귀절 한귀절 가슴 속
깊이 깊이 박히라는 듯 읽고 또 읽어 내려 가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나이 40넘어 시집을 읽는다 ! 우수꽝스럽기도 하며 자신이 흠칫 놀랍기도 하다.
옛날 학창시절에 그와 같이 클럽의 음악회 ,문학회를 열며 밤샘작업하며 등사기를
밀었던 생각들. 넓은 다방안 깊숙한 자리에 앉아서 책읽으며 서로 읽은책에 메모하며
교환 하여 보며 서로의 생각과 사고를 키웠던... 말은 많이 하지않았지만 눈을 보면
서로의 생각을 알았던....
그는 가정이 불우 했다 . 그러나 그는 자존심이 아주 강했다.이복형,누나,그리고 장애인
형.의지가 매우 강한 홀로되신 어머니.한참밑으로 예쁜 여동생....
그들을 그가 책임져야 했었다고 한다.
그들을 위해 공부보다는 직업을 가졌어야 했다고.
그는 참으로 성실했으며 직장에서 인정받고 직장동료의 소개로 결혼도 했고
그에게도 아들 둘이 있다고 한다.
결혼 후 마음의 정착을 못하고 10여년을 각처를 떠돌듯 돌며 사진을 취미삼아 찍었다고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을 이겨내지 못 할 것같았다고 한다.
아직도 그는 아이들 외에는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냥 현실을 살고 있을 뿐. 그녀처럼......
딸이 먼저 들어 왔다 "엄마 아직도 안자고 뭐해" 음""음"잠이 안와서 하며
딸에게 슬쩍 물어 본다 "엄마 가 옛날 친구 만나면 어떨까?"
" 어때 가뜩이나 아빠가 엄마 힘들게 하는데 엄마도 그런 친구 있으면 만나서
스트레스 풀고 우울증 걸리지 말고 우리들도 다 커서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게 살아" "나중에 우리 핑게 대지 말고. 재미있게 후회없이 살아"
서슴없이 말하는 딸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나 놀랍기도 하고
세대차이가 이런건가 하며 피식 웃으며 그녀는 아무리 부부싸움해도 잠자리는
따로 하지 못하게 하는 이쁘지 않은 남편의 옆자리에 이불도 덮지 않고 눕는다.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고싶은 듯 그녀는 그를 떠 올리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