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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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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4-01-11

저녁 퇴근 시간 쯤 이였다.

핸폰이 울렸다.

회의중엔 진동으로 해놓는데......아까 회의실 에서도 몇번을 울렸었다.

자릴 정리 하면서 핸폰을 봤다.

생소한 번호.....

가방을 챙겨 먼저 나간다는 뜻을 김선배에게 비추고 일어났다.

전철 역 까지 태워준다는 말에 고갤 저었다.

 

화장실로 향했다.

누구지....?

 

번호를 눌렀다.

 

"네....진웁니다..."

헉......?

폴더를 닫고만 싶다.

 

"신지원 걸었으면 말을 해야지.......네 숨소리 다들린다 임마......ㅋㅋㅋ"

이런......

순간의 쪽팔림.....

지금 내 앞에 진우가 서있는 느낌이다.

 

"전화 하셨어요....?"

아....이 촌스런 반응.....

 

"ㅎㅎㅎ 전화 했으니까.....건거아냐...?"

이렇게 나올줄 알았어.......이씨...

 

"퇴근이야.....?아님 아직 일이 있는거야....?"
"퇴근인데요.....지금 막 나왔어요..."
"그래 타이밍 딱 맞췄네......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네...?"

"아직 저녁 안먹었지....?아님 다른 약속있어...?"
"없는데요...."
"그럼 나와.....지금 여기 회사 앞 이거든....."

"....네...?"
"토끼냐....?그렇게 자주 놀라게......ㅋㅋㅋ"

".......회사 앞 어딘데요......?"

"정문에서 조금 왼쪽으로 비켜서 있어......검은색 산타모야.....얼른 나와....무지 보고 싶으니까......"

정말......

사람 무안하게.....

 

그날은 그냥 집 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갔다.

자기가 하는일이 다른 사람들 하고는 많이 달라......정시 퇴근은 꿈을 꿀수도 없고......휴일도 거의 없다고 하면서 만나는데 많은 장애가 뒤 따를 거라고 했다.

불규칙하게 시간이 나는지라......아마도 자주는 못 볼거라는 말도 했다.

난 그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하고.......

사실 별로 할 말도 없었다.

 

그리고 5일이 지났고.....오늘 드디어 전화가 온거였다.

왜 이리 맘이 진정이 안되는지......

아마도 열병도 큰 열병인것 같다.

 

수요일날 서경이네 막내 고모을 잠시 만났었다.

얘기 끝에 서경이 강영훈과 한진우에 대해서 넌지시 떠보았다.

친구 오빠인데......그 두사람 어떠냐구......

첨엔 입에 침이 안마를 정도로 둘에 대해서 멋있다는 말로 시작하더니.....끝에 가서는 연애는 해도 좋지만 남편감으로는 별로 라고 했다.

둘의 여자 편력이 장난이 아니라며......

아마 실증도 금방 내는 편이라고 했다.

한달이상 가는 여잘 보지 못했다고 .......그렇게 말했다.

강영훈 쪽은 다정다감한 성격이라......어쩜 좀더 나을 거라는 얘기를 끝에 붙였다.

한진운.....쿨한 매력을 있지만.......매달리는 여자에겐 가혹할 만큼 차다는 말을 했다.

그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맺고 끊음이 정확한......냉정한 사람.....

그게 한진우라며......괜히 마음 주지 마라고 못을 박듯이 말했다.

 

나중에 서경인 예전에 고모가 진울 오빨 잠시 좋아해서 일부러 짖궂게 말한거라며 날 위로 했지만......맘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우린 시작도 좋지 않았다.

어쩜.....날 놀이 상대로 만나려 드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지만......그런것 같다는 게 지배적이였다.

이미.....엉덩이 가벼운 여자로 찍혔는데.....지금와서 요조숙녀 인척 내숭을 떨순 없지 않은가......정말 가슴이 아프다.

확 만나지 말자고 거절을 해버릴까....?

하지만.....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얼굴 맞대면 하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분명하게 내 뜻을 전할 수 있으려나.....

가슴이 답답했다.

 

"어디아파...?안색이 안좋으네......?"
차 문을 열어주며 진우가 물었다.

아마도 생각이 많은 내 얼굴이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한시간 정도 여유 있거든......이 근처에서 가장 맛있는 데가 어디야...?그리로 가자..."

정말 시간에 쫒기는 군.....

이러면서 연애는 언제 하는 거야...?

차의 에어콘 바람이 이젠 서늘하게 느껴졌다.

벌써 8월의 마지막이니까.....

 

근처 초밥 집으로 향했다.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져 있는 맛도 일품인 일식당 이였다.

초밥 정식을 시키고 마주 앉잤다.

 

"너무 이른 저녁은 아니지.....?"
시곈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대답대신 그렇다고 고갤 끄떡였다.

 

"서경이가 영훈이에 대해서 아무말 안해....?"
"그냥......아직 잘 모르겠어요......전화에선 별다른 말 없던데요...."
"큭.....너 말야......"

"네.....?"
"일전에도 말하려고 했는데......왜 갑자기 말을 올리는 건데.....?"
".......준우 오빠.....잖아요...."

"준우 오빠이긴 하지만.......네 오빤 아니잖아......네가 갑자기 말을 올릴니까 안그래도 먼 너와의 거리가 훨씬 더 멀게만 느껴져.....그러니까.....처음 처럼 말 놔....그편이 더 편하니까..."
"그래도 어떻게......."
"말 올리는 넌 어쩐지.....매력이 별로 없어 보이거든......난 재미 없는건 딱 질색이거든...."

 

시켰던 초밥이 예쁘게 장식되어져서 나왔다.

재미 없는건 딱 질색..........?

확실해졌군.....

나와 만나려는 의도가.....

갑자기 입에 쓴 맛이 돌았다.

눈앞의 초밥은 정갈하게.....먹음직 스럽게 보이지만......

난 어디가서 머리박고 울고만 싶어졌다.

 

됐다는 데도 굳이 집까지 바래다 준다며 날 차에 태웠다.

시간이 없어 커핀 회사에 들어가서 마신다는 사람이.......날 집까지 바래다 준다고 했다.

사실 밥도 겨우 먹었는데.....더이상 같이 있긴.....불편했다.

아까 부터 맘이 계속 진정이 되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결국....실랑이를 벌려봤자....내가 질 것 같아 차에 올랐다.

이겼다는 듯이 씨익 웃는 진우......

일방적으로 휘둘려 지고 있는 기분이였다.

직업정신 일까....?

뭐든지 내기하듯.....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그래 보였다.

자기 페이스 데로 상댈 조정하고.......반대 하면....바로 설득 작업 들어가고....결국은 코너로 몰아 자기 생각데로 굳힌다.

매 순간 머리를 굴리는 사람같다.

빈틈이 없는.....

웬지......위험한 게임이 말려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빨리 잘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 이였지만........쉽지가 않을거라는 생각.....

하지만.....이건 아니다.

놀이 상대 라니.....

엉덩이 가벼운 여자 취급은 ......정말 죽기 보다 싫다.

순간의 실수가 평생의 수치로 남게 해서는 안된다.

조금은 아쉽지만......어차피 잘라 내야 할 싹이라면......잎이 자라기 전에 잘라 내야 하는법.

근데....과연 내가 이 사람을 상대로 .......쉽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 잘려져 나간 적은 없어 보이는 듯한데....

머리속이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