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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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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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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12-20

청소하는 관리인 아저씨탓에 우린 어정쩡한 자세로 자릴 옮겼다.

사람들이 다니는 통행로에 가로 막고 서 있있냐는.....무언의 핀잔.....얼굴이 붉어졌다.

더구나 나와 서경인 여기 한달에 5번 이상은 오는 단골[?].....에 가깝다.

회원권....까지 있으니....

 

휴게실로 자릴 옮겼다.

아 .....짜증나....

 

의자에 앉으라는 다른 남자......이 사람은 우릴 모르는 것 같았다.

그....첨 부터 가만히 앉아만 있던 .....세번째 남자.

안경을 낀......공부하는 학생 이라는 티가 났다.

그리고 둘과는 달리 아주 순진해 보이는 인상.

 

"그냥 갈게요.......그쪽은 어떨지 모르지만......우린 그때 기억이 별로 않좋거든요.....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더 말하지 않아도 되죠...?"

서경이 내 대신 칼 뽑았다.

서경이 말에 한진우가 작게 고갤 끄덕였다.

여전히 시선은 날 향하고 있었지만.....

다른 남잔 서경이 말에 상당히 아쉬운듯한 얼굴이다.

 

그럼....하는 얼굴로 서경이 고갯 짓하고는 날 눈짓했다.

막 나가려는 날 보며 한진우가 말했다.

 

"제안하나 할까...?"

"...........?"

".....난 네게 굉장히 흥미가 있어서 그러는데.......담번에도 이렇게 만나게 되면.....우리 한번 사겨볼까....?이렇게 만난게 우연이라면 담번에 만나지면.....인연이라는 게 될 꺼니까....어때.....응해 줄수 있어...?"
"글쎄....?담번에  또 만나질런지........"

"거의 ......없을 지모 모르는 확률이긴 하지......내기라고 생각하고.......그래 볼까...?"

좀....놀리듯.....떠보는 듯.....

발끈하길 잘하는 내 성격을 알기나 하듯.......

묘하게 ......신경을 잡아 끌었다.

 

"좋아......담번에 또 만나게 되면.......사겨주지...."

"ㅎㅎㅎㅎㅎ.......좋아.말 바꾸기 없기야.......설마....그때가서 비겁하게 꼬리 내리는 그런 우스운 짓은 안하겠지...?"

"당연하지.....!!!"
정말.....심리학 이라도 전공한건지......

발끈 하며 되받아 치는 날 보며 하하 거린다......

 

"한서경씨.....우리도 할까요...?"

옆의 남자가 물었다.

서경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얼굴로 돌아섰다.

"난 사귀는 사람 있어요....그럼..."

그 남자의 얼굴이.......애처롭게.......가라앉고 있었다.

딱 서경이 타입인데......

 

"하여튼 넌.......그 발끈하는 성질 땜에 아마 나중에 큰 코 다칠거야 정말...."

산소방으로 들어서며 서경이 날 째렸다.

"야......한번은 몰라도 .....두번이상 만나지겠냐...?그런일이 흔하다고 봐......?"

"가끔 널 보면.......머리가 조류 쪽이 아닌가 싶다 난...."

"뭐....?조류...?야 한서경.....너 말이 좀 심한것 아냐...?"

"심하긴.....답이 뻔히 보이는 데도 답을 못찾고 엉뚱한 답을 고르니까 그렇잖아....!!!"

"무슨얘기야......?알아듣기 쉽게 말해....."
"한진우......한준우......이래도 몰라...?"

"......준우가 왜 나와.....?갑자기...?"
"너 준우 메일 안받았어...?"

"받았어.....일주일 내내 오다시피 하는거  알잖아.....아이 씨.....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
"준우.....다음주.....금요일에 나온다는 것 알지...?그때 자기네 집에서 얼굴 보자는 말 .....알고는 있어....?"

아........!!!

그렇구나.....

이런 낭패가......

바로 아까 퇴근하면서.....메일 확인 했으면서........

내 머린 정말 조류인가 보다......

땅치며 후회하고 싶으다 .....정말.....

 

"전에 얼핏 들은 얘기로는......진우오빠.....오피스텔 얻어서 나가 있다고 한거 같은데...."

"오피스텔....?"

"응....외환 딜러잖아......밤낮 구분 없이 바빠서 집에서 다니면 엄마 신경쓰인다고.....따로 회사근처에 얻어서 나가 있다고 한것 같았어...."

"외환 딜러...?......저 나이에....?"
"너 한때.....진우오빠.....좋아하지 않았어...?아무리 실증이 빨리 온다고 해도.....어떻게 나보다도 사전 지식이 그렇게 없냐...?"

순간.....좀 민망했다.

서경이 말대로.......고교때......첨 준우네 집에 갔다가 진우 오빨 보고 한눈에 뿅갔다.

그때 한진우는 고3이였는데......입시에 찌들어 .....얼굴에 핏기와 생기가 없는 다른 수헝생들 과는 달리.......꽤 싱싱해 보였다.

우릴 소개 하는 준우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재미있게 놀다 가라는 말을 던지고.....독서실로 향하는.....젠틀한 남자였다.

늘 내게 칭얼거리는 어린 애들만 보다가......그런 한진울 보니....눈이 확 맑아지는 기분이였다.

그래서 한때.....혼자 가슴 앓이 하면서.....짝사랑을 했었다.

 

"군에 갔을때......어깨 부근을 다쳐.....그냥....단기제대를 했잖아......미국 월 가에도 몇년 다녀 온걸로 아는데.......업계에선.....감이 빠르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일도 잘하는 걸로 알고 있어...."

".....뭐야.....너.......설마....?"
 내 시선에 서경이 기막혀 했다.

하지만.......기막혀 하는 것 치곤 너무 상세히.....잘 알고 있지 않나....?

 

"우리....막내 이모......같은 고등학교.....나왔잖아......요즘도 동창회 하면서 일년에 한번씩은 만나는 것 같은데......그리고 준우가 좀 많이 자랑했냐...?"

하긴.....매일 메일이 와서.....건성건성 본 나로서는.......그런 세심한 것까지 머리에 담아 두지 않고 있으니까....

것도.....그게 언제적 얘기야.....

벌써 2년도 훨 씬 더 된 얘기지.......

 

"암튼.....넌 .......좀 경거망동 하는 그 발끈 하는 성격 고치는게 좋을꺼야.....정말 나중에 한번 크게 다치는 날이 올거야..."
"알았어......"

"말만 하지말고.....꼭 고치려고 노력해봐...."

"알았다니까......"

 

늘 언니처럼......나와 준울 챙기는 서경이였다.

나와 준우는 사고 치길 좋아하는 어린애 같고.......서경인 뒤에서 우리가 저지른 사고을 잘 처리 해주는 언니같았다.

예전에.....나와 준우가....서경일 사이에 두고.....서로 더 서경이 관심을 끌려고 얼마나 처절하게 다퉜는지.......지금은 준우에게 남친이 생겨서 서경일 온전하게 가지게 된게 얼마나 좋은지......

말하고 나니까.....내가 마치 서경일 이성으로 보는것 같다.

레즈는 절대 아닌데.......

서경이 에게 괜히 죄 짓는 기분.......

 

귤을 까서 입에 넣고.....베게을 찾아 배에 깔고......누었다.

아....좋다.

배가 .....따뜻하니까......졸음이 오네.....

내가 잔 다고 하면......서경이 또 도끼눈 하려나...?

아.....정말......진짜 졸립다.

시곈.....11시를 넘었다.

서경인 뭐가 재미 있는지......앵무새 죽이기.....?

저거 읽었던 거 아냐...?

내 책은.....호밀 밭의 파수꾼.....?

뭐야......이거 전에 다 읽은건데.....것도 아주 오래전에.....10대에....몇번 읽어서 내용이 눈에 선하게 잡히는데......

 

"야....너 이거 뭐야....?"

트집거리 하나가 생겼다.

 

"뭐....가...?"

시선을 책에 박고 대답하는 한서경.....

"이거......책 말야....이거 밖에 가져 올게 없었어.....?"

"....그게 어때서.....너 제일 좋아 하는 책이잖아...?"
"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면.....내가 몇번을 읽었는지 잘 알것 아냐......전에도 한번 가져오더니....또 갖고 오는건 넘 하지 않냐...?"

".....괜히.....읽기 싫음.....잠이나 자......자기 미안하니까.......트집이야..."

"아이....씨......기집애 정말...."

"자라자......이젠 암 말 안할께..."

 

좀 민망해 지는 기분이였지만.....

그래도 자는게 좋았다.

체면이 아주 많이 구겨진건 아니니까.....

이불장에 가서 이불을 가져다가 덮었다.

밖에서건 안에서건......배는 따뜻하게 해주는게 좋다는 엄마의 말씀.....

잠이 .....사르르 밀려 온다.

순간....잠깐......떠오른 영상.....

물기 서린 머리칼을 한.......섹시 페르몬이 잔뜩 묻어나는 한진우......

아....안돼.....절대 안돼.....

제발.....내 수면 속으로 따라 들어오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