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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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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주 2003-11-13

형은 잠이 별로없다.


새벽에 장사를 끝내고 너무도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도 바로 잠드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술장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대낮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어림잡아 계산하면 형의 하루수면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지내온지가 벌써 7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형과 나.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일한다.

정확히 말해서 내가 일하는 BAR의 사장인 그는 나와 살기 이전에 꽤 오랜시간 혼자 살고 있었다.

형과 나의 만남은 우연치고는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났다.

나는 그날 정말 갈 곳이 없었다.
아버지의 재혼은 나에게 집이라는 존재자체를 거부하게 만들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외로워하시던 아버지에게 새로운 누군가가 생기기를 막연히 기대하기도 했었지만 막상 새엄마의 자리를 차지한 여자가 나의 고3 담임선생님이었을땐 더더욱 집은 나에게 먼 곳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나와 컴퓨터공학이 비전이 있다며 나를 밀어부치는 아버지 사이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시작된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은 엉뚱하게도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과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과적 적성을 버리지 못해 고교시절내내 거리감을 가졌던 그 시절마저 아쉬었다.

차라리 아버지의 뜻을 따랐었더라면.

누가 그랬던가 지나간 것을 후회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엄마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꽤나 견디기 어려운 상실감이었음에 틀림없었다.

결국 난 컴퓨터공학에 적을 둔채 아버지가 재혼하는 날  군에 자원입대신청서를 냈다.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군에 입대했고 국방의 의무를 책임지는 군인이 되었다.

복무기간동안 숱하게 많았던 휴가기간에도 나는 갈 곳이 없어 늘 부대주변을 서성이기 일수였다.

그런던 내가 제대했다고 갈 곳이 있을리 없었다.

하루종일 어디로 갈지를  모르고 종일토록 걷다가 들어간 곳은 새벽 3시의 포장마차였었다.

난 그 날 거기서 형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