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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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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22


BY 제인 2003-11-08

바로 다음날 그 여학생에서 전화가 왔다.

"저 지금 신촌에 친구만나러 와있거든요. 이쪽으로 오실래요?"

"네, 금방 갈께요."

고수는 얼른 옷을 차려입고 나갔다.

날이 어제보다 더웠다.

차는 어제 저녁 들어오는 길에 친구에게 반납했었다.

어제 멀리 분당까지 다녀오느라 주행거리가 많이 올라가 병문으로부터 한소리 들은 참이라 또 다시 빌려달랄 수가 없어 이번엔 택시를 탔다.

약속장소로 나갔더니 그녀 혼자 있었다.

"친구는 갔어요?"

"네. 친구가 노트정리한 거 빌려달라고 해서 잠깐 만난 거예요."

사실 그녀는 고수를 만나고 싶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고수의 외모에 반했던 것이다.

어제 집안 일때문에 실컷 함께 있지를 못하고 일찍 들어간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 구실을 만들어 고수가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와있다가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어제보다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고수는 그녀의 앞자리에 앉다가 그녀의 가슴에 패인 곡선을 보았다.

그녀의 가슴팍이 줌인되듯 고수의 시야에 파고들었다.

마주 앉아서 보니 그녀의 가슴이 더 커보였다.

깊게 파인 얇다란 셔츠 한겹아래로 브라의 레이시한 무늬가 도드라져 나타나있었다.

고수는 고개를 돌려 웨이터를 찾았다.

마침 웨이터가 가까이에서 고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여기 쥬스 한잔 주세요. 얼음 좀 까뜩 넣어주세요."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몰라 다른 쪽으로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던 고수는 웨이터가 쥬스를 가져다 놓자 얼른 집어들어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여학생은 고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어제 잘 돌아갔냐는 둥 그런 이야기였다.

고수 귀에는 그런 소리가 웅웅거리기만 하였다.

자꾸만 그녀의 몸매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시선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언저리에 머물렀고 이내 점점 내려가 아랫배쪽으로 향하였다.

고수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저...잠깐 실례 좀..."

고수는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다.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의 남자들은 여자들의 몸매만 보고도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여자들은 알기나 하는 건지.

고수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본능을 식히고 나와 세면대에서 땀기어린 얼굴을 찬 물로 씻었다.

심호흡을 몇번하고 나서 다시 자리로 갔다.

"우리 날씨도 좋은데 밖에 나가서 걸어다닐까요?"하고 고수는 여학생에게 산책을 청했다.

"네, 좋아요."

밖으로 나와 걸으니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

그녀도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두 사람은 걸으며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군대를 갔다왔다는 둥, 형제자매가 몇이라는 둥, 어제 만나서 끝내지 못한 '호구조사'를 마저 끝내려는 듯했다.

이 여학생의 이름이 "오현주"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고수는 자신의 신상에 관해서 거짓은 아니지만 고스란히 드러나지도 않게 '적당히' 이야기하였다.

서로 어느정도 알게 되자 여학생은 고수를 '오빠'라고 불렀다.

고수의 나이가 자기보다 4살이나 많았던 것이다.

오빠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 여학생이 귀엽게 느껴졌다.

곁눈으로 내려다보는 그녀의 옆모습이 예뻤다.

"내일부터 우리학교 축제인데, 우리과 공동작업 전시회가 있거든. 보러 올래?"

"내일부터 중간시험이예요. 목요일 시험끝나고 올께요."

"우리보다 시험이 늦는구나. 그럼 그때 만나."

"어디서?"

"가만...내가 그날 아르바이트가 있는데...아냐, 바꾸지 뭐."

"오빠, 아르바이트 해요?"

"으음. 경험을 쌓아야지."

여학생은 맞다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녀의 시험이 오전이면 끝난다고 하여 둘은 1시에 H대학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이 아직 밝았지만 여학생은 시험공부를 마저 해야한다고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고수는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함께 좌석버스를 탔다.

"오빠, 차는 왜 안타고 나왔어요?"

"응, 그게..."

갑자기 둘러댈 말이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리는데 그녀가 먼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수리 맡겼어요?"

"으 응...그래. 어제 저녁에. 튜닝작업을 좀...."

"그럴 줄 알았으면 내 차 가지고 나올걸 그랬나봐요."

고수는 여학생이 못알아 들을 이야기로 변명을 하려다가 그 소리를 듣고 그만 두었다.

 

고수가 하루종일 이렇게 여학생과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동안 미연은 허탈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은 원래 고수가 집에와 컴퓨터를 봐주기로 한 날이었다.

미연은 고수가 오면 밥 한끼 대접하기로 한 것을 지키려고 시장까지 보았다.

낮에 온다는 고수를 기다리느라 배고파하는 장미를 기다리게 했다.

하지만 고수는 나타나지를 않았다.

오후 3시가 지나자 미연은 걱정반, 실망반, 서운한 마음으로 장미와 밥을 먹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약속을 어긴 고수.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가볍게 여겨질때 미연은 상처를 받았다.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것때문에 그런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참으로 힘들었다.

남편도 자신을 그렇게 가볍게 버리고 갔다.

미연은 우울한 기분이 되어 따뜻한 일요일 오후를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