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명윤이는 청소를 시작 했다.
아무런 대화도 주고 받지 않은채 조금전의 그 일이 쑥스러운지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한참을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깨뜨린건 엉뚱한 일행이었다.
에코팀이 현관 안으로 들어서며 반갑게 인사를 해 왔다.
"어이! 안녕들 허신가? 어때! 하룻밤을 같이 보내신 기분이?...."
뜬금 없는 그들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명윤이를 쳐다보았다.
명윤이는 내심 무언가에게라도 들킨 사람처럼 오히려 그녀를 외면 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정 명윤 과장! 아니 정 과장 장가 갔냐? ......"
그녀는 아직도 명윤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럼 사모님이 말씀 해 보시죠, 어제 좋았습니까?..."
"................"
"아니 진짜 말을 못하게 좋았나 보네, 이거야 원!..........."
"뭐가 알고 싶은데? 뭐가 긍금한거냐구?............"
그녀는 발악을 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누가 뭘 어쨌다구 난리들이야?
"아니 우리는 축하 해 주려구 그러는데 왜 과잉 반응들 이실까?
"명윤이가 상사병에 걸린놈 이라니까요."
그렇게 지껄여 대고 있는건 "주 민구"씨 였다.
에코팀의 경리이자 총무인 주 민구씨는 명윤이의 친구 이자 가장 명윤이를 잘 알고
있는 명윤이의 동거 동락자 였다.
"그래서 어쩌라구! 니네들이랑 명윤이가 무슨 내기라도 하는 사람 처럼 이게 뭐하는
거냐구, 왜 사람을 이렇게 난처 하게 만드는거냐 말이야?........"
에코팀은 그녀에게 지난 여름의 그 친숙한 그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그대로 나와 버렸다.
"누이! 우리가 장난 좀 한걸 가지고 뭘 그렇게 울상 이예요? 어디가요?..."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남자들의 장난기가 오히려 서글프게 생각 들었다.
잠깐 이었다. "야! 이 그지 같은 남자들아! 나도 이게 현실 이었으면 좋겠단 말이다.
이런 생각은 그저 생각일뿐 이었다.
실제로는 전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명윤이도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누나! 애들이 장난 하는거예요, 잘 아시면서 화를 내면 더 이상해지잖아요."
"나도 그렇게는 생각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명윤이는 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훔쳐가고 있었다.
어언 정오를 향해서 시계 는 달려가고 있었다.
"점심은 어떻게 할꺼야?"
그녀는 어색한 그 상황을 엉뚱한 얘기로 돌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가지 마세요, 같이 먹을꺼니까요. ......."
그녀와 명윤이는 간신히 태연한척 하며 순간을 비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