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명윤이는 그 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스치는 바람 처럼 떠나 버렸다.
어느덧 계절은 성큼 지나서 들판의 곡식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가 에코팀을 거의 잊어 갈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따르릉~~~~~ 따르릉~~~~`"
그건 또다시 질긴 인연이라도 맺은것 처럼 더러운 인연의 그 남자 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시래니깐요, ......."
"..............
"전화를 걸었으면 누군지 너를 밝혀! 말을 하라니까?"
수화기 너머의 그 더러운 인연의 그 남자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숨소리만 가늘게
흘려 보내고 있었다. .......... "철커덕".......
그녀는 직감적으로 누구 인지를 알고 있었다.
"미친 자식!... 이번에는 또 뭔 이유로 전화를 한거야?..."
돌아서는 그녀의 등뒤에서 또다시 요란하게 벨소리가 울려 댔다.
따르릉~~~~~~따르릉~~~~~따르~~~릉~~~~``"
그녀는 마지못한 마음으로 수화기 앞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는 그녀는 마침내 수화기를 훽 집어들었다.
어쩌라구 그러는건지?..... 그 녀는 그 남자와의 지난 10년이 한 순간처럼 뇌리에서
되살아나는것 같은 고통을 끄집어 올리고 있었다.
"뭐야!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란 말야, ......"
"여보세요, 누나! 뭐 신경질 나는 일이라도 있습니까? 왜그래요?.."
".... 여보세요, .... 누구세요?...."
"저 예요, 명윤이! 아니 왜 전화에다 소리는 지르구 난리유?"
"그건 알것 없고, .... 웬일이야? 뜬금없이......."
"지금 누나 어느집에서 전화 받는거예요?"
"그건 왜 물어보는건데?.... 내집이다."
"그게 아니고 위에 집으로 이사는 했어요?"
"아니 안했는데, 왜?...."
"우리 내일 그곳에 다시 가는데 누나가 거기 위에 집에 가서 집안 정리 좀 해주세요."
" 싫어, 느이 마누라는 없냐? 느이 마누라보고 해달라고 해 "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명윤이의 목소리를 무시 한채 수화기를 일방적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정말 웃기는 애네! 내가 무슨 자기 각시라도 되는거야?..."
그 녀는 애꿎은 명윤이 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녀는 대문을 박차듯 열어 제치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오늘 웬지 일진이 좋지 않은것 만 같아서 슬그머니 속으로 부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너무도 화창해서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햇살이 쏟아져 내릴것만 같았다.
"오! 이 아름다운 하늘에 나의 더러워진 마음속을 씻어 달라고 생떼라도 써야 할것
같은데..... 그랴그랴! 내가 너무 예민해 있는게야....."
그녀의 변화된 다혈질적인 성격이 이럴때는 너무나 고마웠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만치서 그녀의 딸 우영이가 오고 있었다.
"엄마!~~~ 왜 밖에 나와 계세요? "
"응!```` 그냥......."
그녀는 조금전의 두가지 황당한 사건을 다시 한번 머리속에 그려내고 있었다.
"모두 그녀에게 일어나서는 안될것만 같은 악몽같은 순간 이었다.
"들어가자 엄마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는 지금 주원이 에게 거짓으로 나마 위로 받고 싶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
항상 그녀은 마음속 저편에는 바닥에서부터 그녀 조차 이유를 알수 없는 서러움을
껴안고 울고 있었다.
강한척 했으나 강하지 못한 한 여자로서의 설움인것 같았다.
"이제 나는 내 날개를 달고 싶다........"
누구와도 연관되지 않은 그녀만의 날개를 진심으로 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