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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과 도희 만나다.


BY 산부인과 2003-10-06

벌써부터 쌀쌀~한게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수 있다.

알러지 때문에 아침마다 재채기가 서슴없이 나오면서

추~ 하게 아니 더럽게 코를 푸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

이눔의 알러지 죽이던가 내가 죽던가 해야지.

나, 이발전.

이름 우끼다고 웃지 마시길..

그래도 내 이름 이  발  에 엄청난 자부심과 허벌난 자긍심으로 28년을 살아온 놈이다.

어허~ 안믿겨요?

네.. .

발전은 무슨 발전입니까.. 

이름 때문에 한번도 당당히 이름을 먼저 밝힌 적이 없었다.

멋드러진 가명으로 이름을 숨긴 적이 더 많았다.

번번히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이름 하나로 기억에 팍팍!! 꽂기는 잘도 꽂았지만

본의 아니게 수소폭탄이 되기도 수두룩 했다.

그러나.. 남자가 그런 속알 딱지로 무슨 세상을 삽니까.

하지만, 사람인 이상 상처 안 받을순 없지요.

어렸을때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눈물이 못되도 대중탕 욕조에 담고것두 모자라 흘러 넘칠

만큼 될꺼다.

 

지금은..

자랑스러운(아니 좀 쪽팔린) 이 발 전이란 이름으로 그런대로 잘 먹고 잘 산다.

 

 

오늘 퇴근후에 그토록 화제의 논란이 되왔던 동창 모임에 나간다.

내 이름 못지않게 웃낀 녀석이 또 하나 있다.

흐흐흐~ 이 놈 때문에 산다.

그 녀석은 나 잘 난

진짜 우끼지요?

하하하~~ 이녀석 이름은 웃끼지만 나 처럼 속이 꽉~ 찬 놈이다.

얼마전 동참 모임에 나간 후 부터 외모에 부쩍~ 바람이 들어가더니

얼마나 대단 하게들 변했길래 나를 못 끌고가서 가진 앙탈과 애교를 부리는지

못이기는 척 하고 따라 나가는 것뿐.

오늘 동창이란 이 유치 꽃다발 이고 조금은 쑥스런 모임에 간다.

하지만 유치하고 쑥스러운 모임이라 해도 마음이 설레는건 어쩔수가 없다.

 

 

하루종일 마음이 싱숭생숭 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다리만 달달~ 떨며

시계만 보고 또 보고 했다.

왜~ 시간은 이리도 더딘지..

한참을 일하고 시계를 보면 겨우 5분.

이번엔 많이 지났겠지 하고 보면 에게~10분.

또! 날 괴롭히는 알러지 때문에

항상 그러했지만 이미지 엄청 구기며 코 풀었다.

우리 회사 여직원들 제 외모(음~ 안봐서 믿지 못할수도 있지만 제가 좀 외모가 됩니다)에

넘어간 여자들 많다.

그러나.. 그럼 뭐 하나.

환절기만 되면 실체가 들어나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데..

그러나.. 세상에 여자가 반이다.

깔린게 여자고 둘러봐도 여자 천지인데

이 세상 이발전의 안사람 될 여자가 없겠습니까?

그러믄요 그러믄입쇼.

당연하지요.

그래서 전 그 곳에서 월동준비를(아!! 이해 못하셨습니까? 겨울이 다가오니 월동 준비를 해야죠)-그 월동 김장이 아닙니다 이해 하시죠?

하기로 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것이다.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믄요 그러믄입쇼.

아침 일찍 일어난 새가 좋은 먹이를 사냥 법!!

세상사 다 노력만큼 수확을 거두는건데.. 가만히 있어도 반려자를 찾는 다면 뭔 걱정.

 

 

들끓는 야망과 혈기로 똘똘 뭉친 이 발전의 매력을 맘껏 발산하기 위해 나는 간다.

약간 부푼 마음으로 동창들이 모여있는 호프집으로

이 발 전VS 나 잘 난

입장 했다.

 

<얌마~ 여기다 여기>

 

들어가자 마자 잘난 놈을 (나잘난이 아니고 접니다 이발전) 알아 보는군요.

 

<어서와라 발전아~ 나 누군지 알겠냐?>

<이야~ 오랫만이다. 니가 임..임..광남? 맞지 임광남.>

<그래 임마... 나 광남이다.. 깡냉이 광남이>

<야~ 아자식 그대로네...>

너무 방가워서 오줌 저릴뻔 했다.

어떻게 강산이 (요즘은 강산이 3년에 한번씩 변한데요) 5번이나 변했는데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다니..

잠시 예전.. 초등 학생으로 돌아가 짖꿏은 아이들로 모두 변해 있었다.

 

<야야~ 애들아  발전이 하고 잘난이 왔다>

 

갑자기 호프집에 뭔 코미디언이 등장했는지

모여있는 것들이 우리 둘을 보고 웃고 자빠진다.

얼굴이 또다시 씰룩 거린다.

이미지 관리 못하고 그토록 이름 때문에 상처받지 말자고 다짐을 했겄만..

오늘 또 다시 내 이름 때문에 무너진다.

 

<짜식들~ 그래 내 이름갖고 웃으니까 좋냐? 맘껏 웃어라 >-속은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아는척을 하고 의자 사이 사이를 피해 빈 자리에 앉은나.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심하게 뒤통수가 따가움을 느꼈다.

애써 느낌을 피하려 했는데 더한 강도의 느낌이 전해진다.

 

{뭐지? 이 느낌은?}


사람이 핏박을 오래 받고 살면 오감이 발달 하는법.

아닌척 하면서 뒤통수의 따가운 시선을 쫓아 가보니

 

{어라? 쟤가 누구야?}

 

초등학교때 정말 사귀어 보고 싶었던

이발전을 그리 애타게 했던

또 나잘난을 뻥~ 깟던

도 도 희여사다.

자리를 옮기려고 하기 까지 순간 이였지만 잔머리 마구 굴렸다.

저 자리로 갈까 말까..

갑자기 긴장을 해서 인지 또 다시 재채기가 나올려고 한다.

한번 발동걸리면 그 다음부턴 콧물 나오기 시작하고

휴지옆에 끼고  신호없이 나오는 코를 풀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회사 여직원 앞에서도 충분하다.

이름값 하는 저 도도히 여사 앞에서 코를 풀다

잘못풀면 코에서 따라나온 콧물이 휴지에 붙을수도 있다.

왜냐면, 하얗고 가는 물줄기가 쭈욱~ 하고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나 처럼 코 많이 풀어본 사람들 이 경험 해 봤을꺼다.

혼자 봐도 민망하고 쑥스러운데

다른 사람이 보면 인상 겁나게 구겨진다.

초 인간적인 힘을 발휘해 항문에 힘 모으고 부동 자세 취한 후

그 심히 따가운 눈총을 준 도도희를 향해 홱~ 하고 돌아서서 눈빛에 맞대응 했다.

<깜빡~>

아구.. 눈싸움에서 지다니..

아무래도 도도희 앞에선 아직도 기가 죽는것 같다.

너무나 화려하고 완벽한 그녀 이기에..

바라보는 것도 아까운 그녀.

오늘 모임에 나온 유일한 이유

도도희 그녀 때문인데..

벌써 부터 이리 주눅이 들다니..

근데 왜 도도희는 여전히 이쁘고 아름답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