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은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연락도 없이 늦어지는 시동생.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을때는 별일없을거라고 했지만 늦어지는 귀가에 영미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처럼 시동생도 불편할거라는걸 알고 있는 영미로써는 그의 늦은
귀가가 신경이 쓰였다.
'찰칵' 영미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갔다.
영미가 서 있는걸보고 현민을 깜짝 놀라며
"주무시는줄 알고... 어머니가 열쇠를 주고 가셨어요. 혹시 늦게 들어올때 형수님
깨우지말라고..." 말끝을 흐리며 멀쑥하게 서 있는 현민을 쳐다보며
"예, 잘하셨어요. 연락도 없이 너무 늦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영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저, 형수님."
"네" 순간 영미는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시간인건 알지만 얘기 좀 할수 있나요."
올것이 왔다는 생각에 영미는 두눈을 감았다.
"쇼파에 앉아 계세요. 차라도 준비할게요."
영미는 떨리는 손으로 가스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현민은 쇼파에 앉아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할지 답답했다.
동료직원들과 술을 마실때 많이 마시지않으려고 조절을 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영미와 얘기를 할수 없을것 같았다.
자신과 한집에 살려면 어차피 자신과 영미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미는 차를 가지고 현민앞에 놓았다.
현민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영미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보고 싶어했던 얼굴인가? 밤마다 그리워하며 왜 그렇게 자신에게 소식한장
안했는지 너무나 궁금해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했던 여자가 바로 자신앞에 있다.
"형수님,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귀국후에 왜 연락을 끊었죠."
영미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당신을 찾기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아요. 당신이 일하던 식당에 몇번을
찾아갔지만 모른다는 답변만하고 당신이 다니던 학교에 여러번 편지를 써 보았지만
답장 한통도 없고, 왜 그랬죠."
현민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 영미에게 부르짖고 싶었다.
"죄송해요. 그때는 그럴수 밖에 없었어요. 오래동안 사귄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약속을 한 사이도 아니고... 그날밤에 있었던 일은 서로가 원했던 일이기에 그일로 인해
당신의 말목을 잡고 싶지않았어요."
"뭐하고요. 그렇다면 하루밤 즐기기위해서 내가 당신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했나요."
영미는 두눈을 꼭 감고 속으로 외쳤다.
'당신을 너무도 사랑했기때문에 어떤 부담도 주고싶지않았어요.'
현민은 아무대답없이 앉아있는 영미가 한없이 가여워서 더 이상 추궁할수가 없었다.
자신과 어떤일이 있었는지 형이 알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영미에게 더 이상 아무말할수가
없었다.
"저와 한집에 지내는게 힘들면 제가 방을 구해 나가겠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제가 알아서
얘기할게요."
"아니에요. 저는 괜찮으니깐 결혼하실때까지 계세요."
영미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현민은 영미를 안고 싶은 충동에 그녀의 뒷모습을 볼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