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렇게 처량한 마지막을 보여주셨다. 그 동안 그녀에겐 어머니는 빛이셨는데...
어머니는 그녀에게 있어 살아 있을 가치를 느끼게 하시던 삶 그자체의 원인 이시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겁 하지만 남편과의 인연을 이어 주시던 그런 어머니 셨다.
그런데 그분이 이제는 그녀곁에 영영 안 계시다는것은 그녀가 이제 더이상 남편을 붙들수
없음을 예고 하는 통지문과도 같은 경고의 시작 이었다.
" 정은 하나라고 하던가? 그래 정은 하나이다!" 이제 부터 그녀는 그여자와 편 가르기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녀는 지금의 흔들리는 생활이라도 붙들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에게는 두아이가 있다.
그 두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처절한 싸움도 피해갈수 있는 형편이 아니란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마음 을 단단히 먹고 기다리기로 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남편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소리로 그녀에게 이별을 요구
하게 될것 이란걸 삼척 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한통의 법원 통지서가 날라 왔다.
" 소송 이혼에 관한 출두명령서 "
그것은 남편의 잔인함을 보여 주는 첫번째 메시지가 되었지만 그녀는 이미 각오 하고 있던
바 이므로 결코 놀라거나 당황 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증인 까지 세워놓은 대담성에 그녀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그녀의 본심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 또한 남편의 어리석음을 별로 크게 생각
하고 있지 않음에 오히려 그 출두 명령서는 그녀에게 유리한 해석이 나올수 있다는
가능성의 인정서 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잘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모에게 찾아뵈도 좋겠냐고 전화를 걸었다.
고모는 언제든지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응답을 해왔다.
그녀는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고모에게로 향하여 가고 있었다.
고모는 지하 상가에서 조그만 분식집을 운영하며 힘겹게 세아이를 키우는 장한 어머니
였다. 그녀는 그런 고모를 존경 하며 좋아했다.
때로는 고모는 욱~~ 하는 성격 때문에 지나친 말을 쏟아내도 그녀는 절대로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고모는 그런 그녀를 우유부단하고 강하지 못하다고 가끔 쿡쿡 쥐어박는
소리로 잠자고 있는 자존심을 건드리곤 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그녀는 못할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모 저 할 얘기가 있어서 왔는데요."
그녀는 가방 속에 챙겨온 법원 명령서를 꺼내려고 가방속에 손을 들이 밀었다.
이때 고모는 "알고 있으니 효원네 가게로 가있어"
이미 고모는 그녀의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뜻밖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찾아온걸 후회하기 시작 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고모의 명령에 복종 하는듯 사촌 시숙네 가게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 우영 엄마 왔어? 어쩐 일이야?"
사촌 동서인 형님은 위로라도 하는듯 그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뇨 그냥 우리 고모 좀 만나려구 나왔어요."
"그런데 못 만난거야?" '왜 가게에 안가본거야? 내가 전화 해줄까?"
사촌동서 형님은 뭔가 당황한듯 쉬지 않고 지껄여 댔다.
그런데도 그녀는 머리속이 공허할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웬지 고모에게도 소외된것은 아닐까? 아님 고모도 남편과 피를 나눈 형제니
한통속은 아닐까? 아니면 그여자와 친분을 돈독히 쌓아놓은건 아닐까?
하며 망상을 하고 있는지도 알수 없었다.
갑자기 그녀는 외로움과 서글픔이 밀려 오기 시작 하였다.
그녀는 마음을 들킨것 같아서 더이상 앉아 있을수 없었다.
그녀는 일어서며 사촌형님에게 뜬금 없는 질문을 했다.
"형님! 혹시 우리 우영 아빠 ! ... 요즈음 형님네 다녀간적 이 있어요?"
사촌 형님은 무척 당황 하며 얼버무리듯 대답을 했다. "아~~ 아니, 아니야."
확실히 당황 하고 있었고 결국 그녀도 그런 느낌을 전달 받을수 있었다.
" 아~~아~ 아~ 이제 비로소 내 인생의 꼬임이 전초전에 접어 들었구나 !"
그녀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뛰쳐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가슴속에 솟구치는 슬픔을 억누르고 계단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우영엄마? 어디 가는거니?
할 얘기가 있어 왔다며 그렇게 가는건 또 뭐니?"
계단 입구 모퉁이에 화장실에서 나오던 고모는 계단을 뛰어 오르는 그녀를 이미 발견하고
소리쳐 부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단숨에 뛰어 오른 그녀는 집을 향해 내 달리고 있었다.
"나에게 전초전이 시작 된거야, 전초전!.... 이별의 전초전!......."
이제 까지 공들여 참았던 모든 인내는 남편에겐 주변머리 없는 여편네에 지나지 않는
초라하고 싫증나는 모습으로 각인 된것이 분명하였다.
"아 이제 돌이킬수 없을것 만 같은데 어떻게 하나?"
그렇게 순간 마다 그립던 남편의 모습이 지금 이순간은 너무나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은 저승 사자이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폭도와 같은
잔인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외로워 지기 시작 하였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어머니가 누워 돌아가신 그 자리에 조용히 누워 보았다.
너무나 어울리는 자리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 야! 우영엄마야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니? "
고모는 어느새 사촌 형님과 함께 집까지 뒤쫓아 따라 온것이다.
고모는 잠든 그녀에게서 섬찟한 무엇을 느꼈는지 그녀를 아주 심하게 흔들어 깨웠다.
"우영아, 우영아 왜그러냐?.... 너 왜 이러는거야?"
고모는 지레 놀라고 있었다.
그녀는 고모의 그소리에 놀라 얼른 일어나 앉으며 " 아니 고모 왜그래요?"
서로 놀라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줄 알았네, 아휴 십년감수 했네... 행여라도 나쁜 생각 하지 말어.."
"어디 남자놈이 그놈 뿐이냐?"
"그러게요 형님 , 좀 섭섭 하시겠지만 우영 엄마가 백번 낫지....."
두 사람은 그녀를 그렇게 위로 하고 있었다.
이제 곧 아니 이미 전초전이 시작 되었는데 무슨 소용도 없는소리들을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귀에 들리지 않았다.